스타일링이 어려운 베스트, 이렇게 입어!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스타일링이 어려운 베스트, 이렇게 입어!

올 시즌 트렌드의 최전선에서 존재감을 떨친 베스트의 미학에 대하여.

BAZAAR BY BAZAAR 2020.04.08

VEST

IS THE BEST

적당히 워싱된 데님 팬츠에 나풀거리는 블라우스는 소매를 둘둘 말아 올리고, 잔잔한 핀스트라이프가 가미된 베스트를 걸쳤다. 단지 그것뿐인데 셀린 쇼에 여덟 번째로 등장한 이 룩은 단번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물론 모델의 낭창낭창한 몸과 완벽한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스타일링도 한몫했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었던 건 많은 여성들이 다시 베스트에 눈길을 돌리게 될 거라는 예감이었다.
 
베스트, 쉽게 말하면 조끼. 사전에 따르면 이 제품은 소매가 없고, 앞쪽에 단추가 달려 있으며, 깊은 V넥을 갖춘 짧은 의복을 일컫는다. 시작은 17세기 말 바로크시대로, 남성의 드레스 코트 즉 연미복을 허리 높이에서 커팅해 완성한 것을 일러 웨이스트코트(waistcoat)라 불렀다. 20세기 초부터 여성복에도 다양한 디자인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현재에는 소매가 없고 V넥이 특징인 모든 옷에 통용되는 단어가 되었다. 때문에 우린 매 시즌 어렵지 않게 다채로운 베스트 아이템을 접할 수 있다.(3월 둘째 주 기준, 네타포르테에서 쇼핑할 수 있는 베스트 제품이 무려 1백 피스나 된다.) 그러나 올 시즌 과거로의 회귀를 꿈꾼 동시대 디자이너들의 손에서 탄생한 2020년의 베스트는 기본을 갖추되, 보다 견고하고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거듭났다. 어쩌면 베스트라는 명칭보다 과거의 웨이스트코트라는 이름이 더 걸맞을지도 모르겠다.
 
 
 웨이스트코트에 스카프, 뱅글, 장갑 등으로 세련된 스타일링을 완성한 1950년대 여인.

웨이스트코트에 스카프, 뱅글, 장갑 등으로 세련된 스타일링을 완성한 1950년대 여인.

지극히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았을 때, 베스트는 쉽게 손이 가는 아이템이 아니다. 즉 스타일링이 어렵다는 얘기다. 특히 매니시한 베스트를 잘못 걸쳤다간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처럼 보이기 십상. 예나 지금이나 옷 좀 입는다는 멋쟁이들에게 유독 사랑을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니 철저히 ‘드레스업’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다가가야 한다. 맨 처음 언급한 셀린 룩 역시 철저히 계산된 아이템 선택과 스타일링으로 완성된 결과물. 같은 쇼에 등장한 다른 베스트 룩도 마찬가지다. 그 외 주목할 만한 룩을 꼽는다면 이너웨어 없이 베스트와 쇼츠를 매치해 섹시한 히피 글램 룩을 완성한 생 로랑(올여름을 위한 최고의 조합이 아닐까?), 넥타이까지 갖춘 스리피스 수트 스타일로 제안한 막스마라와 구찌, 1970년대풍 수트에 베스트를 포인트로 매치한 루이 비통이 있다. 이들 룩에서 우리가 학습해야 할 것은 두 가지. 바로 완벽한 베스트를 찾는 것, 그리고 주얼리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완벽한 베스트란 무엇일까? 돌이켜보면 내가 베스트에 매력을 느끼게 된 계기는 1960년대 이브 생 로랑의 르 스모킹을 접하고 난 뒤였다. “남성들이 훨씬 더 옷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그들의 아이템을 통해 여성들에게도 같은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다.” 무슈 생 로랑의 바람대로, 남성의 전유물처럼 느껴졌던 웨이스트코트의 변신은 여성의 옷장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 그의 빈틈없는 테일러링이 매니시한 스리피스 수트 룩에 우아함, 더 나아가 섹시함을 깃들게 했으니 말이다. 2020년 S/S 시즌의 베스트들은 자유로움을 갈망하되 소재부터 안감, 포켓에 이르기까지 군더더기 없는 섬세한 디테일이 특징. 잘 만든 베스트를 찬찬히 살펴보면 네크라인의 실루엣마저 우아하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주얼리의 매치. 이는 목걸이와 브로치만 잘 활용해도 스타일링 지수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셀린과 생 로랑에 등장한 목걸이 레이어드는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칼라가 없는 이너웨어 혹은 이너웨어를 생략했을 때 주효하다. 반면 베스트 위에 재킷 혹은 코트를 더했다면 루이 비통 쇼에서처럼 브로치를 활용해 생동감을 더해볼 것. 키 액세서리로 떠오른 플라워 모티프의 코르사주나 빈티지한 디자인의 브로치를 추천한다. 결국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되 현실 감각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시즌만큼은 할머니 옷장에서 꺼낸 듯 편안한 베스트가 아닌, 견고하고 완벽한 웨이스트코트가 정답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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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진선
    사진/ Imaxtree(런웨이 컷),Getty Images
    웹디자이너/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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