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샤넬이 가장 사랑한 컬러이자 하우스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컬러, 블랙. 2000년 샤넬은 이 블랙 컬러와 세라믹 소재를 결합한 ‘J12’ 워치를 탄생시키며 시계 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당시 샤넬의 아티스트 디렉터 자크 엘뤼는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전체에 고강도 세라믹을 사용한 유니섹스 스포츠 워치 컬렉션을 디자인했다. 그리고 그가 취미로 즐기던 요트 경주(12m급 요트가 참가하는 ‘J-클래스’ 요트 경기)에서 영감을 받아 ‘J12’라 이름 붙였다. 다양한 스포츠와 여가를 즐기는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걸맞은 가벼운 착용감과 방수 기능, 스크래치가 나지 않는 실용적인 시계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21세기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남성복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온 샤넬의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전천후 시계였기 때문. 폴리시드 가공된 블랙 고강도 세라믹은 시계 메커니즘과 패션의 성공적인 결합을 보여준 결과물이기도 하다. 2002년에는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2003년에는 화이트 컬러의 J12 워치를 추가했다. 2019년, 새로운 셀프 와인딩 매뉴펙처 무브먼트를 탑재한 새로운 J12 컬렉션으로 다시 화제를 모았다. 기본 라인에 무브먼트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루 형태의 케이스백도 이때 처음으로 선보였다.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J12 워치는 다시 한 번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을 한다.
블랙과 화이트 두 가지 컬러를 하나의 시계에 구현한 ‘J12 파라독스’가 바로 그것. 색을 섞지 않고 라인을 만들어 매력적인 실루엣을 완성했는데, 이러한 독보적인 미학은 화이트와 블랙 두 가지 케이스와 다른 크기의 세라믹 케이스를 커팅하고 결합하는 고도의 기술력 덕분이다. 소재가 부서지지 않되 완벽하게 커팅되도록 하려면 특별한 기술이 요구된다. 커팅 후, 두 개의 파츠는 사파이어 케이스백이 세팅된 메탈 지지대 위에 조립된다. 다이얼과 베젤 모두 블랙과 화이트 투 톤으로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패드 인쇄(tampography)를 사용해 베젤 링을 먼저 블랙, 그 다음 화이트로 색을 입혀 작업한 것. 블랙을 지워 화이트 세라믹 브레이슬릿과 만나는 라인이 완벽하게 정렬될 수 있도록 고안했다. 그리하여 전면에서 ‘J12 파라독스’를 보면 극명하고도 드라마틱한 대조를 이루며 화이트와 블랙의 완벽한 상보성을 느낄 수 있다.
또 다른 신제품 ‘12 엑스레이’ 워치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제품은 블랙을 벗어나 화이트를 초월하여, 마치 엑스레이를 통과하는 듯한 투명함을 지녔다. 무브먼트를 확인할 수 있는 사파이어 케이스는 정밀한 시계 제조 기술력을 입증한다. 스위스의 샤넬 매뉴팩처가 디자인하고 조립한 새로운 무브먼트인 칼리버 3.1을 탑재했으며 플레이트, 타이머 브리지, 톱니바퀴 브리지는 사파이어로 제작되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모습을 감추면서 빛이 반사되어 톱니가 만들어내는 움직임은 마치 정교한 자수와도 같다. 사파이어 다이얼과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 인디케이터가 세팅되어 극강의 투명함을 자랑하며, 12개의 다이아몬드는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사파이어 원석에서 커팅한 링크를 장착한 스트랩 역시 세계 최초의 기술력으로 인정받았다. 베젤에는 총 5.46캐럿의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가 파베 세팅되었으며 크라운 상단은 다이아몬드 카보숑으로 마무리했다. 단 12피스만 선보이는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J12’의 역사를 새로 여는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