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치온더비치〉는 그리움, 〈밤치기〉가 외로움에 관한 영화였다면 〈하트〉는 사랑스러움을 비롯해 혼란과 돌아봄에 관한 영화다. 감독은 영화에 늘 스스로 등장해 ‘가영’을 연기했다. 가영은 불쑥 남자들에게 찾아가 잠자리를 조르고 야한 말을 던진다. 당황한 남자들이 고개를 돌려도 그는 솔직한 반격으로 얼굴을 제자리로 돌려 또렷하게 마주하고 만다. 들이대는 여자와 조신한 남자가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는 사이, 여자에게도 욕망할 권리는 있다는 잊혀진 사실이 읽힌다. ‘비치(Bitch)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하트〉는 전편과 후편으로 나뉜다. 유부남을 사랑하는 가영은 이전에 만났던 유부남을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고 결국 밤을 보낸다. 벌을 벌어서 죄로 쓰는 가영은 죄책감에 짓눌려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공포스러운 상황을 겪는다. 후편은 경험담을 영화로 만들려는 액자 구성이다. 남자배우는 유부남과의 사랑을 영화로 만들려는 가영을 이해하지 못하고 꾸짖는다. 이 모든 이야기는 정가영 감독 본인의 고민과 반성이다. 사랑을 하는 개인으로서 영화를 만드는 작가로서 자전적인 종결을 맺은 셈이다. 이제 1막을 닫고 2막을 열려 한다. 그런 정가영 감독과 딱 어울리는 말이 있다. “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로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