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새
작년에는 〈벌새〉라는 성장담이 있었다. 〈최선의 삶〉은 파괴적인 성장담이 될 예정이다. 위장전입한 여중생 강이와 연예인을 꿈꾸는 예쁘장한 아이 소영, 가난과 학대가 익숙한 아람. 지방의 작은 동네에서 만난 아이들은 한낮처럼 밝은 꿈을 나눴다가 한밤처럼 칠흑 같은 혼돈에 빠진다. 이우정 감독은 〈송한나〉 〈개를 키워봐서 알아요〉 〈애드벌룬〉 등 줄곧 인상적인 성장영화를 만들어왔다. 이번 영화는 연달아 단편 작품을 내고 호응을 얻은 성과에 비해 꽤 늦은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를 더 이상 찍을 수 없겠다는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임솔아 작가의 〈최선의 삶〉을 읽었고 앞을 향해 거칠게 뻗어나가는 힘을 보았다. 이우정 감독은 그 힘을 빌리고 관객들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최선의 삶〉의 배경은 이대 앞에서 쇼핑을 하고 스티커 사진을 찍으며 우정을 확인하던 2000년대 초반이지만 레트로를 내세우는 대신 인물에 집중한다. 걸그룹 걸스데이의 방민아, 독립영화의 신예 심달기, 모델에서 배우가 된 한성민까지 개성 있는 세 명을 모았고 방황 속에서 주저하고 격렬한 감정이 물결치는 순간을 면밀하게 잡았다. “더 나아지기 위해서 우리는 기꺼이 더 나빠졌다.” 모순처럼 보이는 소설의 구절은 이 이야기의 중점이다. 이우정 감독은 삶의 극단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나아감이 모두 똑같은 모습은 아니라고 영화를 통해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