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말에 개봉한 〈이태원〉은 아직까지 상영관에 걸려 있다. 이 작은 다큐멘터리는 입소문을 탔는데 클럽과 카페, 이국적인 음식점이 모인 거리로 인식되는 이태원의 이면을 들췄기 때문이다. 이태원의 부흥에 미군기지가 연관되고 그 중심에는 일하는 여성들이 있다. 강유가람 감독은 이태원 재개발에 관심을 가지다 세 여성과 만난다. 40년 동안 미군 대상 클럽을 운영해온 삼숙, 미군 클럽에서 일한 나키와 미군과 결혼했다 이혼한 영화. 이들의 젊은 날은 달러의 가치로 좌우됐고, 시간이 흐른 지금은 삶의 터전이 지각변동에 휩쓸린다. 강유가람 감독의 첫 작품 〈모래〉는 강남 재건축의 상징적 공간인 은마아파트를 매개로 비혼 여성인 자신의 공간은 어디일까 고찰했다. 천착하던 주제는 변주를 거쳐 〈이태원〉에서 마무리되었고, 개봉을 앞둔 〈우리는 매일매일〉은 새 단원의 시작점이다. 2015년 즈음 여성운동의 빛나는 성취가 대두되기 전부터 90년대 내내 페미니즘을 부르짖던 ‘영페미’가 있었다. 감독은 대학생 때 어울리고 영향받은 영페미 친구들의 궤적을 좇는다. 당시 모아둔 개인적인 사료와 친구들의 현재를 엮어 고대생 집단 난동과 안희정 사건 등 굵직한 순간을 짚어나간다. 강유가람 감독은 알고 있다. 우리는 매일매일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