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 <기억의 전쟁>이길보라 감독

<기억의 전쟁>이라는 제목을 더듬어 읽어본다.

BYBAZAAR2020.03.29
이길보라
〈기억의 전쟁〉이라는 제목을 더듬어 읽어본다. 과거가 된 베트남전쟁은 어떤 이에겐 아직 진행형이다. 50년 전 베트남의 한 마을에서 학살이 일어났고 죽은 사람과 살아남은 사람이 있지만 베트남 정부도 한국 정부도 인정하지 않는다. 남은 이들이 겪고 있는 건 ‘전쟁의 기억’이 아닌 ‘기억의 전쟁’이다. 이길보라 감독의 할아버지는 베트남전쟁 참전 군인이다. 어릴 때 알던 것과 다른 전쟁의 실상에 닿고 나서 이 영화는 시작되었다. 많은 전쟁 다큐멘터리가 참전한 사람에게 중점을 두지만 〈기억의 전쟁〉은 가족을 모두 잃은 여성, 청각이 사라진, 지뢰에 두 눈을 잃은 남성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학살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핵심인물이 되는 동안 시력을 잃거나 청각을 잃거나 여성으로서 교육받지 못해 글 한 자도 제대로 못 쓰는 사람들의 경험은 증거가 되지 못했다. 말이 되지 못한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어떻게 그것을 기억하고 지속해나가려는지를 영화는 기록한다. 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건청인 자녀 이야기인 전작 〈반짝이는 박수소리〉가 그러했듯 이길보라 감독은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를 출발지점으로 삼는다. 개인과 가족의 화두는 사회와 국가의 담론으로 번져 커다란 메시지로 흩뿌려진다. 새 작품 〈아워 바디즈〉 역시 자신과 어머니, 할머니의 몸에서 발현된 것으로 채워진다. 개인을 탐구하는 여정이 어떤 형태가 되어 돌아올지, 이길보라 감독은 언제나 기대감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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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박의령
  • 사진/ 윤송이
  • 헤어 & 메이크업/ 이인선
  • 어시스턴트/ 문혜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