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 공방 컬렉션의 무대를 함께 디자인한 소피아 코폴라와 버지니 비아르.
뉴욕과 함부르크, 로마와 상하이, 에든버러와 댈러스로 여행을 떠났던 샤넬 공방 컬렉션. 버지니 비아르는 자신의 첫 번째 샤넬 공방 컬렉션을 위해 하우스의 근간인 캉봉가 31번지와 2002년 공방 컬렉션이 시작되었던 파리로 돌아왔다. 샤넬에 의해 수십 차례 상상치 못한 공간으로 탈바꿈 된 바 있는 그랑 팔레는 캉봉가 전설의 계단과 가브리엘 샤넬이 생전 머문 아파트의 요소들을 병풍처럼 두르며 게스트들을 맞이했다. 버지니 비아르에게 여전히 전율을 주는 계단과 거울은 런웨이의 시작점이었고, 샹들리에가 낮게 내려앉은 런웨이에는 가브리엘이 사랑한 베이지 컬러 카펫이 깔려 있었다. 지난가을 레디투웨어 쇼에서 벌어진 해프닝(쇼장에 몰래 난입한 블로거의 돌발행동)으로 세 번에 걸친 검문(?) 끝에 입장한 입구엔 하우스의 상징 중 하나인 카멜리아가 숲을 이루었다. “샤넬의 근간으로 돌아가는 일에는 어떤 단순함 같은 것이 있어요. 많은 걸 할 필요가 없죠. 저는 먼 곳으로 떠나곤 했던 지금까지의 공방 컬렉션을 반복하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새로운 방식을 생각해야 했죠. 그런데 우리에겐 가브리엘 샤넬이 만들고, 칼 라거펠트가 발전시킨 하우스 고유의 코드들이 있잖아요.” 지난봄, 그녀는 이번 컬렉션에 대한 구상을 하면서 소피아 코폴라 감독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소피아 코폴라는 15살에 샤넬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으며, 오랜 시간 사넬 하우스의 대소사에 함께해온 친구다. “버지니와 저는 하우스 코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 중 많은 부분이 샤넬의 아파트에서 유래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죠. 그것을 어떻게 쇼 무대에 매치할 것인지에 대해서요.” 18세기 코로만델(Coromandel) 병풍에 둘러싸인 입구부터, 베이지색 소파가 곳곳에 놓인 살롱, 화려한 샹들리에와 책장. 가브리엘 샤넬이 안식을 찾았던 장소이자, 버지니 비아르가 늘 자신을 반갑게 맞아주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라 칭한 가브리엘 샤넬의 아파트. 첫 공방 컬렉션을 위해 하우스의 뿌리로 돌아간 버지니에게 이토록 완벽한 장소는 없어 보인다.
1 애프터 파티가 열린 라 쿠폴(La Coupole) 레스토랑에 모인 샤넬 패밀리. 왼쪽부터 바네사 파라디, 버지니 비아르, 릴리 로즈 뎁, 마가렛 퀄리, 레이니 퀄리. 2 쇼의 중반부를 책임진 컬러풀한 수트와 드레스. 3 에포트리스 시크의 정수, 마린 백트. 4 코로만델 병풍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페넬로페 크루즈. 5 샤넬 앰배서더 크리스틴 스튜어트. 6 가브리엘 샤넬의 서재 앞에 선 캐롤린 드 매그레. 7 모델들과 함께 캉봉가 31번지 거울 계단을 그대로 재현한 런웨이를 배경으로 피날레를 장식한 버지니 비아르.
허리를 시퀸으로 장식한 검정 코트를 입은 모델들이 등장하며 쇼는 시작되었다. 버지니가 떠올린 하우스의 코드는 재킷의 라인과 액세서리에 사용된 체인, 머리띠부터 슈즈까지 장식적인 요소에 어김없이 사용된 리본(초대장마저도!), 블랙과 화이트가 배치된 그래픽적인 트위드 수트 등으로 완성되었고, 하우스의 아이코닉한 백들은 주얼리처럼 초 미니 사이즈로 제작되었다. 쇼의 중반부 사이키델릭한 요소들(메탈릭한 장식과 타이다이 컬러)이 있었지만, 버지니 비아르는 헤리티지에 도발적으로 접근했던 칼 라거펠트와 분명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하우스의 수장이 되기 전부터 30년간 하우스와 함께 성장한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샤넬 코드를 고스란히 흡수했어요. 칼이 그것을 비트는 걸 많이 지켜봤죠. 저는 여기서 자란 셈이에요. 칼과 가브리엘의 아이죠.”
가브리엘 샤넬의 아파트에 종종 들러요. 반갑게 맞아주는 듯한 공간이거든요. 그곳의 베이지 컬러 소파가 정말 마음에 들어요. 칼도 깊은 디반(Divan)에 파묻혀 있길 좋아했죠. 그래서 이번 공방 컬렉션은 가브리엘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개해보고 싶었어요. ‐ 버지니 비아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