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한 디자이너 시몬 로샤를 만나다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로맨틱한 디자이너 시몬 로샤를 만나다

드라마틱한 실루엣, 섬세한 수공예 장식을 바탕으로 한 로맨틱 피스들은 그녀를 동시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반열에 우뚝 서게 만들었다. 세 번째 ‘몽클레르 지니어스 프로젝트’를 소개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시몬 로샤(Simon Rocha). 그녀를 만나 새로운 컬렉션에 대한 이야기와 디자인의 원동력,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물었다.

BAZAAR BY BAZAAR 2019.09.06

NEXT ROMANTICISM

한국은 처음 방문했나?
어제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진행된 저녁 행사는 어땠는지도 궁금하다. 환상적이었다! 어제 도착했고, 한국은 처음이다. 첫 번째 스케줄로 한국가구박물관을 방문했는데, 가는 길이 굉장히 아름다웠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의 품으로 들어가는 그런 느낌이랄까? 박물관 투어도 인상 깊었는데, 그중에서도 건물들의 높이가 낮은 점, 특히 테이블에 앉았을 때 창틀이 눈높이에 있어 바깥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온전히 사람에 맞춰 설계된 공간이기에 그 자체로 완벽해 보였으며 그야말로 ‘홈(Home)’을 떠올리게 했다.
 
지난달 <바자> 8월호 화보에 새롭게 공개된 4 몽클레르 시몬 로샤 룩 하나를 촬영했는데 존재감이 굉장했다. 이번 컬렉션은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나?
몽클레르 하면 아웃도어가 떠오른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스토리를 담고 싶었다. 이번 컬렉션에 영감을 준건 바로 ‘걸스카우트’다. 어리고, 유쾌하고, 귀여운 소녀들이 야외에 나갔을 때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것을 배우고, 어떻게 노는가에 대한 이미지를 컬렉션에 담은 것이다. 또 대표적인 아웃도어 제품인 ‘텐트’에서 영감을 받아 굉장히 볼륨감 있는 룩을 완성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시몬 로샤 특유의 진주 장식이 가미된 발라클라바가 특히 인상 깊었다. 수많은 장식 중에서 유독 진주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을까? 
진주는 시몬 로샤를 대표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우리의 오리지낼러티를 몽클레르 컬렉션에도 반영하고 싶었다. 한마디로 시몬 로샤의 세계를 몽클레르에 가져온 셈이다. 진주를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진주에 담긴 역사적인 이미지, 우아하고 여성적인 무드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또 그러한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또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진주 제품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귀고리나 목걸이가 아닌 헤어 피스로 선보이게 된 거고. 발라클라바의 경우, 그것이 얼굴을 완전히 감싸는 액세서리인 만큼 얼굴의 아름다움 때론 귀여운 느낌을 시몬 로샤 특유의 진주 장식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걸스카우트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새로운 컬렉션의 키 룩들.

걸스카우트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새로운 컬렉션의 키 룩들.

‘보호(Protect)’라는 개념이 이번 컬렉션의 핵심이라고 들었다. 이를 가장 잘 표현해준 룩을 꼽는다면? 
텐트를 연상케 하는 조형적인 실루엣의 아우터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드레스나 스커트 위에 레이어링했고, 드로스트링 장식을 더해 이를 착용하고 있는 소녀들이 안전하게 보호받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
 
이번이 몽클레르 지니어스 컬렉션을 통해 선보이는 세 번째 컬래버레이션이다. 세 번째 만남에 대한 소감은? 
놀랍게도 벌써 네 번째 협업 컬렉션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다. 잘 알려져 있듯 몽클레르 지니어스 프로젝트는 ‘하나의 하우스, 다양한 목소리’라는 모토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개념의 협업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처음 몽클레르로부터 컬래버레이션을 제안받았을 때 무척 설레었다. 또 몽클레르와 시몬 로샤, 두 브랜드 모두에 도움이 될 거라 확신했다. 특히나 우리가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여성성을 보다 스포티하고 액티브하게, 여기에 기능적인 요소까지 더해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몽클레르는 실용성을 중요시하는 브랜드다. 함께 작업하면서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렇다.(웃음) 컬래버레이션 초기에는 서로에게 최적의 협업 방법을 찾기 위해 학습하는 기간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시몬 로샤 같은 경우, 전통적인 아틀리에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반면, 몽클레르는 스포츠웨어 쪽이다 보니 기술적인 부분을 굉장히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몽클레르 지니어스 컬렉션 자체가 다양한 개성을 가진 디자이너 (총 10개의 브랜드)와 함께 일을 해야 하는 프로젝트다 보니 몽클레르 디자인팀이 우리의 방식을 잘 이해하고 맞춰줄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덕분에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왼쪽부터) 한국 여성들에게 추천해준 룩. 디자이너 시몬 로샤.

(왼쪽부터) 한국 여성들에게 추천해준 룩. 디자이너 시몬 로샤.

아무래도 ‘시몬 로샤’ 하면 ‘낭만주의(Romanticism)’란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실제 당신이 추구하는 브랜드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또 어떤 여성상을 생각하고 디자인하는가? 많은 이들이 우리가 가진 로맨틱한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사실 나는 낭만주의보다는 페미니즘에 더 집중하는 쪽이다. 단순히 전통적인 여성미를 넘어 페미니스트의 시각을 접목해 서로 대비가 되는 요소를 함께 선보이고 있으며, 그것이 가장 중요한 도전이라 생각하고 있다. 여성상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령층, 다채로운 몸매의 여성이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때문에 나의 가족, 우리 팀, 친구들, 이웃들, 음악가, 예술가 등 모든 주변 여성들을 떠올리며 작업하고 있다.
 
몇 시즌 전 런던 패션위크에서 직접 쇼를 볼 기회가 있었다. 그때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중국 인형에서 영감을 받은 자수 장식이 매우 인상 깊게 다가왔었다. 고향인 아일랜드, 그리고 가족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을 자주 선보여왔는데 그것들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아버지는 홍콩 출신의 중국인이고, 어머니는 아일랜드인이다. 나 역시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으로 그곳에서 자랐기에 이러한 배경은 나의 작업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아일랜드의 풍부한 역사라든지, 그 국가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 문화 그리고 자연친화적인 환경, 여기에 수공예가 무척 발달한 나라라는 사실 등, 이 모든 것이 나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헤드 피스에 대한 얘기도 빼놓을 수 없겠다. 매 시즌 굉장한 헤드 피스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어디에서 영감을 받고, 또 누구와 작업하고 있나?
시몬 로샤의 모든 헤드 피스는 우리의 디자인 팀과 함께 디자인하며 내부적으로 제작하고 있다. 보석이 사용되는 헤드 피스의 경우에는 귀고리라든가 목걸이 등에서 영감을 받아 헤드 피스 형태로 완성하기도 한다. 헤드 피스도 컬렉션의 일부라고 생각하기에 자체적으로 만드는 걸 선호하고 있다.
 
다시 몽클레르 지니어스 컬렉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한국 여성들에게 이번 컬렉션에서 추천하고 싶은 피스가 있다면 무엇인지, 또 몽클레르와의 협업을 통해 앞으로 꼭 선보이고 싶은 아이템이 있다면?
자수 장식이 있는 화이트 드레스나 스커트를 추천하고 싶다. 어제 저녁 행사 때도 많은 게스트가 화이트 룩을 입고 왔었는데, 흰색이 가진 아름다움, 기품, 그 속에 담긴 의미들이 한국 여성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내가 디렉팅한 패션 필름을 또 한 번 선보이는 것’이다. 사실 몽클레르 지니어스 프로젝트의 경우, 디자이너에게 주어지는 한계가 없기에 창의성을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2019 S/S 시즌엔 지금껏 해온 작업들의 집합체적인 느낌으로 필름을 제작했는데, 그런 프로젝트를 한 번 더 해보고 싶다. 어떤 컬렉션을 소개하는 용도로서의 필름이 아닌, 그 자체로 완성도 있는 작품이 되는 영상물을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러한 필름 제작엔 어느 정도로 참여하고 있나?
아주 많은 부분이다.(웃음) 초반 콘셉트를 잡을 때부터 나의 주도하에 제작이 이루어진다. 2019 S/S 시즌의 경우, 나와 촬영감독이 한 팀이 되어 촬영을 진행했고, 총감독으로 타일러 미첼(Tyler Mitchell)이 함께했다.
 
마지막으로, <바자> 독자들에게 인사말을 전한다면.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옷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는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요즘 나의 디자인적 철학, 영감에 함께 공감하고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다. 이번에 서울에 와서 많은 이들을 만났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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