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더 당당하게 노출하라!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단순한 노출로 섹시함을 어필하던 시대가 가고, ‘두려움 없는 패션’의 시대가 도래했다. 2019년, 현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주목한 현명한 섹시함에 대하여. | 스타일링,디자이너,패션,수영복,노출

FEARLESSFASHION지금 로스앤젤레스의 스커볼 컬처 센터(Skirball Cultural Centre)에서는 전이 진행 중이다. 루디 건릭(Rudi Gernreich)은 1960년대 패션계를 향유했던 이브 생 로랑, 위베르 드 지방시, 파코 라반, 앙드레 쿠레주 등의 동료 디자이너들에 비해 당시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았던 디자이너. 그의 대표 컬렉션은 토플리스(Topless) 룩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모노키니’다. 두 개의 멜빵에 하이웨이스트의 비키니 하의로 구성된 울 저지 수영복으로, 상의가 없어 가슴이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 특징인 이 룩은 발표와 함께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물론 부정적인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1964년도에 선보인 모노키니 수영복이 큰 이슈가 되면서 저는 사회학적인 선언으로서의 옷에 더욱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떤 매개체를 통해 무언가를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 거죠.” 이러한 그의 신념이 시대를 너무 앞서나간 탓이었을까? 루디 건릭이 이후에 내놓은 피스, 페미니스트들의 ‘Burn the Bra’ 운동과 뜻을 같이한 ‘노‐브라’ 브라(패드나 뼈대가 없는 가슴이 비치는 나일론 소재의 브라), 남녀평등을 내세운 유니섹스 개념의 끈 팬티(Thong) 이 둘 모두 모두 언론의 자극적인 헤드라인과 함께 논란만 남겼을 뿐 이렇다 할 인정을 받지 못했다.그러나 여성이 허벅지를 드러낸 짧은 스커트를 입었다는 것만으로도 논란이 되었던 과거를 지나, 바로 그 토플리스 룩이 트렌드로 떠오르는 21세기가 도래했다. 다만 현재에는 노출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관점이 보다 복잡하고 다양해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너’의 노출이 섹스어필하다 여긴 타인의 관점에서 벗어나, ‘나’ 스스로가 섹시하다고 느끼는 패션, 즉 ‘두려움 없는 패션’이 현명하게 느껴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은 저마다 어떤 방식으로 두려움 없는 패션을 구현했을까? 이는 2019 S/S 컬렉션에 비추어보았을 때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대담한 컷아웃 디테일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자주 사용된 방식이지만, 이번 시즌엔 컷아웃의 위치와 형태가 보다 과감해졌다는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생 로랑과 자크뮈스 쇼에 등장한 어깨에서 클리비지 라인을 가로지르는 컷아웃 디테일의 보디수트, 그리고 드레스가 그 대표적인 예. 특히 생 로랑 쇼 피날레에 등장한 블랙 하이레그 보디수트들은 루디 건릭의 수영복을 연상케 하는 과감한 디자인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또 프라다와 지방시, 셀린은 클리비지 라인을 노출함에 있어 각기 다른 형태의 컷아웃 디테일을 사용해 그 자체로도 특별한 룩을 완성해낸 모습. 두 번째 방식은 시스루의 오트 쿠튀르화. 속살을 드러낼 때 가장 널리 사용되는 시스루 소재가 쿠튀르적인 터치를 입고 보다 우아한 모습으로 거듭난 것이다. 저급하게 느껴질 수 있는 키치한 요소를 하이패션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케인이 선보인 구조적인 레이스 톱을 보라. 마치 조각품처럼 느껴지는 레이스 톱은 토플리스 룩임에도 너무도 우아해 보인다. 알베르타 페레티 쇼에 등장한 엠브로이더리 장식, 크로셰 디테일의 블랙 드레스들도 소재와 디테일의 정교함에 따라 시스루 룩의 품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한편 알렉산더 왕의 런웨이에서는 루디 건릭의 노‐브라 브라를 떠올리게 하는 시스루 브라 톱과 턱시도 재킷의 매치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지막으로 집중력 있는 노출을 꼽을 수 있다. 지난 S/S 시즌부터 이어져온 한쪽 어깨를 드러내는 원 숄더 룩의 인기는 이번 시즌에도 계속되었고, 디자이너들은 다음 노출 타깃으로 다른 부위도 아닌 ‘배꼽’에 주목했다. 물론 크롭트 티를 활용해 배꼽을 드러내는 1차원적인 방식이 아니다. 주요 피스가 된 건 타이트한 실루엣의 롱 카디건. 알투자라, 클로에, 오프 화이트, 알렉산더 왕 등 다수의 런웨이에서 포착된 롱 카디건 룩은 지금까지 소개한 룩 가운데 가장(어쩌면 유일하게) 현실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스타일링일 것이다. 카디건을 배꼽 위까지 풀어 입고, 하의로 롱앤린 실루엣의 팬츠를 매치하기만 하면 끝! 또 노출을 최소화한 만큼 한여름에도 피부가 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유용한 팁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이와 같은 두려움 없는 패션은 지난달 의 ‘Nana-Land, Being Myself’ 기사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감추지 말고 나 자신을 드러내는 것, 나를 아끼고 사랑하며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는 자기중심주의 트렌드인 나나랜드 속에서 우린 변화한 섹시미의 기준을 읽어낼 수 있었다. 이제 여름은 코앞에 다가왔고 어느 정도의 노출은 불가피한 상황. 다행스럽게도 21세기는 노출에도 개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며 이를 바라보는 현명한 시각을 필요로 하고 있다. 2019년 여름, 당신만의 두려움 없는 패션으로 또 다시 찾아온 노출의 계절을 당당하게 마주해보길!※ 전시는 9월 1일까지 L.A의 스커볼 컬처 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