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자 섬, 어디까지 알고 있니?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Lifestyle

이비자 섬, 어디까지 알고 있니?

<하퍼스 바자> 영국판 에디터 루시 하프헤드는 복잡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이비사 섬 북부 지역의 아름다움을 탐험했다.

BAZAAR BY BAZAAR 2019.07.14

PERFECT

PEACE

아이야나 비치 클럽.

해는 마치 외출하지 말라고 경고하듯 지기 시작했지만 우리는 이미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금세 깜깜해진다 해도 두 눈을 치켜뜨고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었다. 밤에도 눈이 여전히 밝은 대다수의 이비사 사람들과는 달리 나와 내 친구는 클럽 대신 집으로 가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공항으로부터 1시간 반 정도의 메인 로드를 즐겁게 드라이브하다 덜컹거리고 먼지 가득한 비포장 도로로 들어섰지만 여전히 행복했다. 다음 날 아침, 그 도로를 다시 지나갈 때 우리가 이곳을 지나갔는지도 알아채지 못했다. 광대한 소나무 협곡에 아주 오래된 살구나무 숲은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었다. 라벤더 꽃으로 둘러싸인 길은 우리를 빛나는 바다로 안내했다.

 

이비사 섬은 놀라운 파티로 명성을 얻었지만 섬의 북쪽으로 가면 그 고정관념에서 완벽히 벗어나게 된다. 리조트 밀집 지역으로부터 떨어진 섬의 북쪽은 여전히 1960년대의 자유 영혼인 화가, 아티스트, 비트족과 히피들의 감성을 간직하고 있다. 발레아릭 제도(Balearic Island)의 역사와 문화가 이곳에 깃들어 더욱 매력적이고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붉은 대지와 가파른 절벽, 올리브나무 숲, 지붕이 평평한 새하얀 하우스의 핀카 15(Finca 15, 이 지역에 일궈진 15번째 농장이란 의미)는 3백 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아름다운 곳이다. 유럽 부동산 재력가 스콧 윌리엄스(Scott Williams)의 사유지인 이곳은 지난해에 에코 건축방식으로 리모델링되어, 현재는 최대 1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우아한 숙박시설로 탈바꿈했다. 물론, 잘 닦인 돌바닥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나무 침대와 다양한 쿠션이 놓여 있는 핀카 15에는 스크래블(Scrabble) 같은 온갖 종류의 보드게임을 갖추고 있어 마치 집에 있는 듯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또한 문명으로부터 동떨어져 있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더 화이트 컴퍼니(The White Company)의 럭셔리 베딩 세트나 최신식의 대형 스크린 텔레비전, 그리고 거대한 샤워 호스 헤드와 화장실 바닥의 히팅 시스템 등 젊은 숙박객들이 선호할 호화로운 시설을 갖추고 있다. 우리 같은 밀레니얼 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정원의 커다란 가든 베드뿐만 아니라 전기 시설과 더블베드를 갖춘 캔버스 텐트는 밤에는 파자마 파티, 낮에는 이상적인 휴식을 선사할 것이다.

 

우리의 하루는 단순하게 흘러갔다. 아침에는 지역의 작은 마을인 산 후안(San Juan)에서 우유를 넣은 커피를 마시고, 가스파초와 자몽, 키체(Quiche)를 샀다. 한가운데 위치한 18세기의 새하얀 교회를 중심으로 산 후안은 환상적으로 조용했다. 게다가 더 히리 카페(The Giri Cafe)라는 보물 같은 장소도 곳곳에 숨겨져 있다. 더 히리 카페는 정원에서 직접 기른 유기농 재료로 만든 음식을 선보인다. 닥터 하우시카의 제품을 판매하는 약국도 있으며, 매주 일요일마다 열리는 지역 장인들의 마켓에서는 다양한 주얼리와 가죽 제품, 캔들 등 수많은 핸드메이드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숙소로 돌아와서 우리는 다시 야자수와 무화과나무, 레몬나무로 가득한 근방을 탐험하곤 했다. 그곳에서 얻은 달콤한 과일로 칵테일을 만들어 마시고, 라운지에서는 칵테일과 함께 햇볕으로부터 비타민 D를 섭취했다. 눈앞에는 네이비블루 컬러의 아름다운 수영장이 펼쳐지고,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소리는 바람 소리뿐이었다. 이따금 건물의 오래된 벽에 자라고 있는 부겐빌레아가 바람에 의해 흔들렸다.

 

새하얀 외관의 핀카 15.

지나친 습도 때문에 차에서 수건과 책을 가져와서 바닷바람이 부는 곳을 찾기도 했다. 운이 좋게도 핀카 15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칼라 델 세라(Cala d’en Serra)나 수클라(Xuclar)처럼 이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들이 제법 있었다. 토파즈 색의 아름다운 바다에서 수영을 한 후에 모래 위의 나무 테이블에 앉아서 맛있는 스파게티와 조개, 정어리 요리를 먹었다. 이비사 섬의 북쪽에서 지낼 기회가 생긴다면, 아이야나(Aiyann)라는 비치 클럽에서 느긋한 오후를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야나의 아름다운 보헤미안풍 인테리어와 훌륭한 음식, 특히 이란 스타일의 칠리 소스 문어 요리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신선한 망고와 참치 샐러드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것이다.

나른한 오후를 해변에서 보낸 탓에 피부는 땀으로 젖어 끈적해졌고, 머리는 습도로 곱슬거렸다. 호텔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그 어떠한 간섭도 없는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했다. 안개가 자욱한 저녁, 아직도 희미하게 남아 있는 해가 구름을 뚫고 바다를 비추고 있다. 파스텔 톤의 석양은 우리를 비춰주고, 간간이 구름 사이로 찬란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 세상에 그보다 더 아름다운 빛은 없다고 느꼈다. 우리는 그 순간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사랑에 빠져버렸다.

※핀카 15는 비수기에는 1인당 약 £450로 scottwillams.co.uk에서 예약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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