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감독의 넥스트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부산행> <극한직업> <사바하>까지. 지난 몇 년 사이 한국 영화에 있어 가장 큰 변화는 장르의 다양화다. 제18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집행위원인 다섯 명의 영화감독이 자신의 장르에 대해 말한다. | 영화,영화제,영화감독,제18회 미쟝센 단편영화제,감독

권혁재 연출…초창기 미쟝센 영화제 출신이시죠?당시 영화학도로서 단편 액션을 많이 찍었어요. 근데 보통의 영화제에는 사회적 시선을 다룬 영화가 각광받는달지 근엄한 분위기가 있었어요. 학교 내부에서도 액션이나 호러무비, B 정서의 영화를 만들면 ‘쟤는 왜 저런 걸 왜 만들지?’ 하는 풍토였고요. 미쟝센 영화제는 이현성 감독님, 박찬욱 감독님, 봉준호 감독님, 김지훈 감독님 등 2000년대 초반 충무로 르네상스를 이끄셨던 감독님들이 장르적이고 재미있는 영화제를 만들어보자고 해서 시작된 거니까요.액션 키드로서 그런 엄숙한 분위기에 대한 답답함이 있으셨어요?답답하기보다는 재미가 없었어요. 저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성룡 영화를 보면서 자랐는데 학교에 오니까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예술영화를 얘기하니까요. 그런 세계가 우선시되고 대중오락영화들은 학교에서 접하기 쉽지 않았죠. 제대하고 류승완 감독의 연출부로 들어갔는데 충격이었어요. 학교에서 배운 방식과는 모든 면에서 완전 동떨어져 있었거든요. 실질적인 작업 방식도 그랬고 머리 싸매고 논의하는 내용들도요. 예술적인, 깊은 인문학적 고민은 아닐지언정 다른 부분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구나 싶었죠.심사하면서 느끼셨을 텐데, 요즘의 영화 세대는 어떻게 다른가요?저도 강단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면 느끼는 게, 요즘 세대는 그냥 영상 문법이 체화되어 있어요. 자연스럽게 베스트를 뽑아내요. 편집감이 뛰어난 거죠. 우리가 어렸을 때 만화나 애니메이션으로 컷의 개념을 가졌다면 지금은 스크롤 세대, 탭 세대잖아요. 분절되어 있는 콘텐츠, 디지털에 최적화된 세대예요. 그러다 보니 확실히 전보다 빠른 호흡의 액션 스릴러 같은 장르영화가 늘어난 것 같고요.요즘 설경구 씨가 ‘지천명 섹시’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잖아요. 설경구 씨 팬덤에선 설경구의 잘생김을 가장 먼저 알아봐준 연출자로 권혁재 감독을 꼽더라고요. 에서 캐주얼한 옷차림에 잘생긴 외모가 돋보이는 장면들이 있었잖아요. 당시엔 아무도 설경구를 그런 이미지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말이죠.젊게 나왔죠.(웃음) 실제로 잘생겼고요. 가만히 보고 있으면 카랑카랑한 눈매부터 분위기가 이야, 이 사람 진짜 잘생겼구나 싶거든요. 설경구 얼굴이 그냥 미장센인 거죠. 당시엔 경구 형이 항상 무거운 주제의 영화에서 비정한 인물을 연기했는데 이 배우를 팝 컬처 영화에 가져오면 어떨까 궁금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예산도 적었고 참 치기 어리게 찍었던 것 같아요. 저는 그냥 경구 형이 너무 잘돼서 좋아요. 지금은 으로 임시완과의 브로맨스도 소화하잖아요. 이제 그런 시장까지 온 거죠. 세대가 정말 다양해졌어요.는 류승완 감독이 제작한 첫 영화이기도 하잖아요. 그 전에 류승완 감독의 조감독으로 오랫동안 함께하셨고요. 류승완 감독에게 가장 영향받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전후, 혹은 전후, 혹은 전후 등 류 감독님 역사에도 챕터가 있을 텐데, 저는 초창기에 함께했다고 봐야겠죠. 는 제가 각본을 쓰기도 했고요. 류 감독님께 액션영화의 시나리오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 많이 배웠죠. 액션영화는 오히려 시나리오 쓰기가 참 어려워요. 화가 나거나 분노하거나 정서는 단순한데, 차가 부서지고 도망가고 뛰어가고…. 스토리 진전 없이 묘사만 두세 페이지씩 있으면 뭐지 싶잖아요. 그런데 꼭 필요하거든요. 그게 다 아이디어이고 그걸로 예산을 짜고 영화의 사이즈를 가늠할 수 있으니까요.액션 장르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계시잖아요. 액션영화의 매력을 무엇이라 생각하세요?예를 들면 배우가 줄을 넘는다,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도망을 친다고 쳐요. 땀을 흠뻑 흘리고 났을 때 만들어지는, 스태프들과 배우의 눈이 딱 마주쳤을 때 동시에 ‘아, 이거 오케이다’라는 느낌이 있어요. 설사 중간에 넘어지거나 다른 배우와 부딪히거나 실수를 했더라도 괜찮아요. 관객도 이것이 눈속임이란 걸 알지만 ‘와! 위험해!’ 하고 반응하고요. 이 모든 게 영화라는 언어로 통용되는 거죠. 거기서 오는 쾌감이 있어요.2010년 당시 는 호흡이 빠른 팝콘 액션 무비였지만 그 사이에 관객은 더 빨라졌습니다. 차기작에선 어떤 변화를 꾀하실 건가요?요즘 드는 생각은 백 투 베이식, 기본인 것 같아요. 이후 두세 작품이 엎어졌는데 그 사이에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갔어요. 마침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게 스포츠 드라마예요. 드라마 장르이다 보니까 호흡 자체가 느릴 것 같아요. 뭐든 빠른 세상이라서 오히려 천천히 가는 영화가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요. 패스트푸드만 먹다 보면 슬로푸드도 즐기고 싶잖아요. 입맛은 다양해요. 어제 새벽만 해도 보세요. BTS가 영국 웸블리에서 공연하는 걸 볼 수 있고 동시에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손흥민이 뛰는 걸 볼 수 있잖아요. 잡지든 신문이든 수많은 언론 매체도 인터넷 플랫폼에서 움직이고요. 그런데 외국에선 또 어디서 볼 수 있느냐고 난리고요. 그나마 영화는 여전히 극장에 가서 봐야 하지 않습니까. 이런 시대에 관객을 통제해서 내 흐름대로 가져갈 수 있는 마지막은 장르가 영화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