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고 팬츠의 시대가 돌아왔다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카고 팬츠의 시대가 돌아왔다

1백 년 전 전쟁터에서 탄생한 카고 팬츠가 도시 정글에 내몰린 현대 여성들을 위해 소환되었다.

BAZAAR BY BAZAAR 2019.03.16

COMBAT

TIME

카고 팬츠가 돌아왔다. 화물, 짐을 뜻하는 단어 ‘카고’에서 짐작할 수 있듯 카고 팬츠는 군인이나 화물선 승무원을 위한 작업용 팬츠였다. 1백여 년간 남자의 전유물이었던 이 아이템은 2000년 초 패션계에 그 존재를 제대로 알렸고, 곧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잠시 2000년대를 소환해보자. 피트된 크롭트 톱과 카고 팬츠, 하이힐을 신고 레드 카펫에 등장한 브리트니 스피어스, 카무플라주 카고 팬츠에 각별한 사랑을 내비친 그웬 스테파니, 가까이는 ‘텐미닛’ 무대와 애니콜 CF 속 ‘이효리 바지’까지. 소녀들이 열광하는 그 당시의 ‘TV 속 언니’들 모두 카고 팬츠를 즐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고 팬츠의 남성적인 실루엣은 아이러니하게도 골반을 아슬아슬하게 노출하는 일명 로 라이즈 스타일링과 함께 관능미를 부각했고 이는 뭇 여성들의 취향을 관통했다.

<뉴욕 타임스> 패션 평론가 캐시 호린은 2002년 등장한 발렌시아가의 카고 팬츠를 포스트 트렌드 시대, 런웨이에서 시작되어 대중에게 전파된 마지막 빅 트렌드로 손꼽았다. 하지만 늘 그렇듯 시대는 변한다.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지만 근 10년간은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한 것이 사실. 여자들이 기피하는 남성 패션 중 하나로 급부상했고, 2016년 <허핑턴 포스트>에는 ‘미국에서 카고 바지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란 제목의 기사가 게재되기도.

변방에 머물 것 같던 카고 팬츠가 최근 트렌드세터를 주축으로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제너 가 자매들, 헤일리 볼드윈, 카이아 거버가 그 주인공들. 다만 과거의 이미지보다는 유틸리티적인 강인함, 스트리트의 쿨함, 젠더리스적 트렌드로 재해석되어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훔쳤다. 그들의 파파라치 사진을 보면 재미난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다. 첫 번째 배꼽 위까지 올려 입기. 두 번째 크롭트 톱과 스니커즈를 믹스 매치. 세 번째 재킷이나 니트 같은 포멀한 아이템을 선택한 경우 하이힐이나 앵클부츠로 긴장감 더하기.

2019 S/S 런웨이를 봐도 지금의 카고 팬츠는 과연 세대교체라 할 만하다. 사실 ‘GP(거대한 포켓)’를 콘셉트로 ‘도시 정글을 헤쳐나갈 여자들의 전투복’을 표현한 펜디 쇼를 본 후 카고 팬츠에 대한 인식이 180도 바뀌었음을 고백한다. 웬만한 소지품은 거뜬히 들어갈 듯한 큰 주머니가 줄줄이 달린 옷과 벨트, 가방을 착용한 포켓 군단이 등장한 것. 기능성을 중점으로 한 여러 개의 다용도 주머니는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는 요즘 여성들을 위한 가장 실용적인 아이템이 아닐까? 더군다나 펜디표 콤배트(Combat, 전투복을 모티프로 한) 룩은 우아함까지 갖췄으니! 그렇다면 어떻게 입을 것인가? 먼저 여유 있는 실루엣을 선택할 것. 2000년대 유행하던 밑위가 짧은 디자인은 금물. 특히 상의에 따라 옷 전체의 분위기가 좌우됨을 명심하도록. 지방시는 직선적인 재킷을 팬츠 안으로 넣어 모던하고 드레시하게 마무리했다. 이와 비슷하게 재킷이나 베스트를 선택한 디올은 데님 소재 팬츠로 우아하면서도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펜디는 쇄골 부분이 컷아웃된 크롭트 톱과 톤온톤 매치를 통해 우아한 스포티즘을 완성했다. 사카이와 랄프 로렌으로 대표되는 밀리터리 버전은 재킷이나 셔츠, 터틀넥으로 정돈되게 입는 것도 방법. 그런가 하면 드리스 반 노튼의 입체적인 실루엣과 루이 비통의 아티스틱 프린트는 카고 팬츠의 번외로 젊고 쿨한 포인트가 되어줄 터.

1백여 년 전, 전장을 누비던 군인들은 소지품을 모두 카고 팬츠 주머니에 보관했고 필요한 시점에 아주 빠르게 꺼내 썼다. 오늘날 사회라는 전쟁터에서 여자들이 우아하게 맞서기 위한 전투복으로서 제안된 카고 팬츠는 그래서 더 새롭다. 한쪽 주머니엔 스마트폰을, 반대편엔 립스틱을 넣기만 하면 준비 끝. 또 한 번 카고 팬츠의 시대가 왔다.

Keyword

Credit

    에디터|윤 혜영,사진|Givenchy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