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 룩의 재발견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총잡이와 카우보이, 무법자 등 서부개척시대를 대표하는 웨스턴 무드가 이번 시즌 트렌드 최전방에 서다. | 웨스턴룩

어린 시절 에서 본 서부영화 속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시작이었을까? 아니면 미국 서부 사람들의 거칠고 사실적인 모습을 포착한 리처드 애버던의 사진 ‘In the American West’를 본 직후였을까? 혹은 “Please don’t tell me to stop”을 외치며 사막을 시니컬하게 걷던 마돈나의 뮤직비디오 속 카우보이의 쿨한 스타일을 접했을 때일지도 모른다. 에디터에게 웨스턴의 거칠고 허무하면서도 마초적인 분위기는 되려 섹시하게 다가온다. 텍사스 마파(Marfa)의 텅 비어 있는 사막처럼 고독하지만, 총잡이의 몸에 피트된 웨스턴 팬츠와 콘차 벨트, 흔들리는 프린지 장식과 모자 사이로 보이는 눈빛은 농염하기 그지없으니 말이다. 다양한 스타일로 해석되며 트렌드 전방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 ‘웨스턴 스타일’이 2018년 가을, 겨울 메가 트렌드로 자리했다.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웨스턴 룩의 근원을 재조명해 동시대적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여성이 강해 보이려고 남성적인 옷을 입는 방법은 진부해요. 세상을 바꾼, 정말 강한 여성은 아주 여성스러운 옷을 선택하죠.”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루이 비통의 오프닝 룩으로 웨스턴 무드의 짧은 재킷에 긴 프린지가 달린 블라우스를 매치했다. 여성의 권리에 대해 고민했다는 그의 말처럼 이번 시즌의 웨스턴 룩은 마치 여성 운동에 나선 듯 보인다.생 로랑도 아웃 포켓의 웨스턴 셔츠와 챙이 넓은 모자를 쓴 카우걸들을 무대 위에 올렸다. 클로에의 나타샤 램지 레비는 1970년대 빈티지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앤젤리카 휴스턴, 이자벨 위페르 등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너무 강해서 차마 닿을 수 없는 존재로 묘사했어요.” 유연한 화이트 실크, 레이스 오간자 블라우스에 서부 개척자들이 입었을 법한 승마 팬츠를 매치하고 프린지가 휘날리는 코트에 레이스업 부츠를 신은 모델들. 그들의 워킹은 왠지 더 당당하고 힘차게 느껴졌다.한편 서부개척시대의 중요한 여성 의복이었던 보헤미안풍 프레리 드레스도 대거 눈에 띄었다. 코치에서는 러플과 프린트를 더해 여성성을 더욱 부각시켰고 웨스턴 아우터를 매치해 쿨하게 스타일링했다. 황혼이라는 테마로 컬렉션을 완성한 에르메스는 마치 한 편의 서부영화를 보는 듯한 장관을 연출했는데, 부드러운 양가죽 팬츠와 애비에이터 재킷으로 웨스턴 파이어니어 룩을 연상케 했다. “미국 서부에 관하여 생각했습니다. 고전에 대한 현대적인 접근 방식은 웨스턴 장르의 전형성을 탈피한 짐 자무시의 영화 에 가까웠죠.”라고 언급한 이자벨 마랑도 빼놓을 수 없다. 아메리칸 인디언 패턴이 장식된 청키한 니트 톱에 카우보이 부츠와 프린지 장식 액세서리를 매치한 룩은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아름다웠다.그렇다면 올겨울 웨스턴 스타일을 모던하고 트렌디하게 연출하는 방법은? 정석대로 웨스턴 룩을 갖춰 입기보다는 웨스턴 무드를 대표하는 아이템을 선택하자. 페미닌한 원피스에 웨스턴 부츠와 벨트 등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는 방법도 좋다. 사실 이 방법은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환승하는 가장 안전하고 세련된 방법일 것이다. 트렌드에 온전히 투신하기보단 약간 덜어내며 발을 맞추는 것이 포화 상태의 옷장이나 결핍을 느끼는 통장잔고 모두에 안전한 선택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