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의 오리지낼러티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이민호는 웃을 때와 웃지 않을 때 눈빛의 온도 차가 극명하다. 꾸밈없고 무뚝뚝하며 수시로 입꼬리에 장난기가 실리고 진심은 부러 가벼운 어투로 말한다.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로 돌아온 이민호의 오리지낼러티. | 인터뷰,이민호,푸른 바다의 전설

당신이 이 인터뷰를 읽을 때쯤이면 드라마 은 시작하고 난 후일 것이다. “언제나 첫 회는 너무 쑥스러워서 집에서 혼자 몰래 봐요.”라던 이민호는 생방송과 다름없는 스케줄로 진행될 급박한 촬영 속에서 첫 주의 방송을 뒤늦게 챙겨 봤을 확률이 높다. 를 통해 판타지 로맨스의 정점을 보여준 박지은 작가와 출산 후 첫 작품으로 을 선택한 전지현, 그리고 드라마로는 이후 3년 만인 이민호의 만남은 캐스팅 직후부터 화제일 수밖에 없었다. 에서 4백 년 전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과 톱스타의 사랑을 코믹하고도 애틋하게 그렸던 박지은 작가는 이번 드라마에서도 전생과 현생을 오간다. 17세기, 조선 광해군 때 지어진 야담집 에 나오는 인어 이야기가 모티프. 전생에 어느 고을의 현령이었던 이민호와 어부에게 잡혀온 인어로 만난 두 사람은 지구상 마지막 인어와 천재 사기꾼이 되어 재회한다.“전체적인 톤은 유쾌하지만 어느 순간 애절하고 애틋한 로맨스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 같아요. 그 어떤 작품과도 다른 스타일의 이야기라 분명 재밌게 보실 거예요.” 지난밤 촬영장에서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와 만난 이민호는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감이 상당한 듯했다. “지현 선배, 진혁 PD님과 박지은 작가님, 대단한 선배님들.... 어느 하나 아쉬운 구석이 없는 작품이기 때문에 저만 잘하면 돼요.(웃음)” 웃을 때와 웃지 않을 때 눈빛의 온도 차가 극명한 이민호는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내내 김탄 같기도 하고 구준표 같기도 했다. 꾸밈없고 무뚝뚝하며 수시로 입꼬리에 장난기가 실리고 진심은 부러 가벼운 어투로 말한다. “글쎄요, 요즘 저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진짜 모르겠어요.”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새삼 고민하기 시작한 서른 살 남자. 지금부터 이민호의 가식 없는 이야기를 들어보자.한창 촬영 중이죠? 지금 굉장히 쩔어 있습니다.(웃음) 스페인 여러 도시에서 촬영을 하고 돌아오자마자 한국 촬영도 쉼 없이 이어지고 있어요.공개된 티저 영상 봤어요. 연잎 속 꽃처럼 피어 있는 인어 전지현 씨의 모습이 나오기도 하고 유럽에서의 익사이팅한 에피소드도 담겨 있고 시대와 공간을 넘나드는 꽤 버라이어티한 장면들로 가득하던대요. 박지은 작가님께서 구축한 이야기가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면서도 물 흐르듯 연결돼 있어요. 연기하면서도 별별 세계라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지현 선배님 인어로 나오는 거 너무 예쁘지 않아요? 꼬리 CG는 아직 못 봤는데, 물속에서 특히 신비롭게 나오는 거 같아요. 대본으로만 봤을 때는 과연 어떻게 구현될까 싶었는데 아주 환상적으로 나오더라고요.에서의 손예진, 에서의 김희선, 에서는 암시로만 나오긴 했지만 김지수와의 로맨스처럼 연상과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에 전지현 씨와의 호흡은 어때요? 아직 촬영이 많이 진행된 게 아니라서 호흡에 대해서 거짓말로 너무 좋다고 할 수는 없는 맞춰가는 단계예요. 그렇지만 선배님이 그동안 TV에서 봐왔던 모습 그대로여서 너무 좋아요. 있는 그대로를 거침없이 보여주시는데 그게 너무 매력적인 거 있잖아요. 그런 건 우리나라에서 전지현이라는 배우가 최고로 잘하는 영역인 것 같아요. 특히 드라마라는 장르가 그런 매력을 십분 담아낼 수 있어서 상대 배우로서는 너무나 좋죠.저는 자연스럽게 가고 싶어요. 나이를 먹으면서 생각이 자연스레 변하는데 그걸 반영해서 할 수 있는 작품들에서 연기하고 싶어요. 나중에 출연작을 쭉 늘어놓고 봤을 때 나의 인생이 그려지면 좋겠어요. 농도가 점점 짙어지겠죠. 먼 훗날 아, 이민호라는 사람이 저런 색깔의 배우였구나, 그렇게 삶이 반영됐으면 좋겠어요.이번에 맡은 캐릭터인 ‘허준재’는 비상한 두뇌와 최면술 등을 이용해 사기를 치는 인물이에요. 아직까지는 본격적으로 사기 치는 신보다 인어와의 에피소드 위주로 촬영하고 있어서 로맨스 드라마 찍는 느낌이 강한데 저의 사기 조력자들인 이희준, 신원호 씨와 함께 이런저런 사기 행각을 벌이다 보면 정말 웃긴 장면들이 많이 나올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사극과 현대극을 같이 가는데다 제가 사기 치면서 한의사, 변호사 등등 여러 직업을 사칭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허준재 한 명이 아니라 여러 인물을 동시에 연기하는 느낌이에요. 하지만 저는 프로의식 투철한, 의적 같은 사기꾼입니다.(웃음)에서는 김은숙 작가와 함께했고 이번 드라마에서는 박지은 작가를 만났어요. 공교롭게도 과 김은숙 작가의 신작 가 비슷한 기간에 방송됩니다. 현재 가장 주목 받는 두 드라마 작가와 연이어 작품을 하게 되었는데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어떤 점이 남다르다고 느꼈나요? 무엇보다 꽂히는 대사들이 많다는 거죠. 보는 분들도 그렇겠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입에 착 붙는 대사가 있다는 게 특별하게 느껴져요. 그런 대사들이 이야기에 깊이 몰입하게 만들거든요. 그런 작가 분들의 작품에서 계속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죠.얼마 전 을 다시 보는데 초반부 극장 신에서 김탄이 “나 너 좋아하냐?”라고 하는데, 그 대사가 로맨스의 시작을 알리는 게 명확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네, 맞아요. 쾅 마음에 도장을 찍는 거죠. 에서도 그런 대사가 많아요. 처음에 대본 읽을 때는 ‘으악’ 하지만 막상 슛 들어가면 감정이입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럽게, 태연자약하게 그런 대사들을 하게 돼요. 그럼에도 나 너 좋아하냐, 같은 말은 현실에선 하면 안 됩니다. 미친 놈 아냐? 뭐래~ 이런 얘기 듣기 딱 좋거든요.(웃음)그동안 맡았던 역할 대부분이 일관되게 재벌집 아들이거나 잘생겼고 무뚝뚝하고 엉뚱하지만 의리 있고 정 많고 한 여자만을 지고지순하게 사랑하는 남자였어요. 시대도 신분도 다르지만 그 성격은 꽤나 일관적이었죠. 그런 남자들이 사랑하는 여자를 대하는 방식 또한 동일합니다. 그런 게 좀 지겹다고 느껴질 때 없었어요? 특히 “야!” 하면서 손목 낚아채는 거, 그러면 여자 주인공의 긴 머리가 찰랑하면서....그런 거 말예요.(웃음) 가끔 이런 태도는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 아닌데, 할 때도 있지만 그와 동시에 와, 이런 점은 진짜 멋지다, 싶을 때도 있어요. 한 캐릭터의 행동에 대해서도 저 스스로 호불호가 갈리는데 그 모든 걸 최대한 나답게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제 성격이 누구에게든 어떤 상황에서든 자연스러운 걸 추구하는 편인데 그게 연기할 때도 반영되는 거 같아요.오늘 만나서 몇 시간 한 공간에 있으면서 김탄 같기도 하고 구준표 같기도 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들이 민호 씨 성격의 고유한 점을 캐릭터로 발전시킨 건 아닌가 싶기도 하더군요. 아무래도 작가님들은 사람을 꿰뚫어보시고 어떤 성격을 캐릭터에 접목하는 데 도가 트신 분들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죠. 저는 원래 자기 객관화를 잘하는 편이어서 나는 어떤 사람이야, 라고 명확하게 얘기할 수 있었는데 요새는 제가 저를 잘 모르겠어요. 20대 때는 내가 나에 대해 갖고 있는 그림이 아주 뚜렷했거든요.어떤 거였어요? 그냥 뭐 매사에 긍정적이고 밝은 기운 넘치는 초딩 남자애?(웃음) 일에 있어서도 정확한 목표가 있었죠. 이번에는 이런 작품 했으니까 다음에는 저런 작품 해야지. 어쩌면 마지막으로 교복을 입을 수 있는 기회가 될지 모르니 해야겠다, 이 조금 무거운 분위기의 누아르였으니까 밝고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를 하면 재밌겠다. 그런데 데뷔 10년이 되고 보니 이제는 인생의 방향을 재설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요새는 무엇보다 감정 기복이 없어요. 이상해요.(웃음)침착해졌다는 건가요? 예전에는 신날 때는 마냥 신나고 감정의 파고가 큰 편이었는데 요즘은 거의 모든 것에 무덤덤해요. 그렇다고 우울하지는 않고요. 이게 잠깐 스쳐 지나가는 상태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면서 진짜 나를 찾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 뭐 일단 하는 동안에는 여기에 집중하고 다 끝내고 나서 천천히 생각해봐야죠.이번 작품은 어떤 마음으로 하게 됐나요? 데뷔 10년, 저의 20대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드라마에서 최고치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으로서 을 하게 됐어요. 이제 이 작품이 끝나고 나면 30대 이후부터는 영화 쪽에 좀 더 집중해볼까 해요. 그동안 드라마에서 할 수 있는 많은 길을 부지런히 탐색해봤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영화에 제 30대를 바쳐볼까 봐요.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요.스크린에서는 어떤 이야기 속에서 연기해보고 싶어요? 멋진 선배님들과 이나 같은 작품도 해보고 싶고 좀 수위가 센 로코 같은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 로코를 많이 했지만 할 수 있는 얘기가 한정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박해일, 강혜정 선배님이 함께 했던 같은 영화 연기해보고 싶어요. 이제 나이가 더 들었으니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이를 먹으면서 생각이 자연스레 변하는데 그걸 반영해서 할 수 있는 작품들에서 연기하고 싶어요. 나중에 출연작을 쭉 늘어놓고 봤을 때 나의 인생이 그려지면 좋겠어요. 농도라고 해야 하나? 점점 짙어지겠죠. 먼 훗날 아, 이민호라는 사람이 저런 색깔의 배우였구나, 그렇게 삶이 반영됐으면 좋겠어요. 30대부터는요.한중 합작영화 의 수익이 굉장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나요. 이번 드라마 역시 ‘한류킹’으로서 매우 주목 받고 있고요. 그게 다 고스란히 책임감으로 오는 것 같아요. 내 작품을 기다려주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보답을 해드려야 한다는 책임감. 중국 팬 미팅 때 무대에 올라오신 분이 아들을 사고로 잃고 너무 힘들었는데 제 작품을 통해 많이 위안 받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얘기 들으면 숙연해지기도 하고 너무나 감사해요. 결국엔 크나큰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어요.그런 책임감이 부담감으로 다가올 때도 있지 않나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요즘 내가 이후에도 좋은 배우로 조금씩이나마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는데 그런 마음 한편에 내가 책임감을 충분히 소화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팬들에 대한 마음은 지금처럼 갖고 있되 연기에 있어서는 모든 걸 털어버리고 오로지 내가 하는 것에 집중하는 자세도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밸런스를 찾아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