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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여자들의 옷이라는 고정관념은버릴 것. 올가을 가장 우아하면서 관능적인 아우터로 등극한 페이턴트 가죽 코트. | 2016fw,페이턴트,가죽코트,스타일토크

2016 F/W 시즌 컬렉션 북을 보고 있던 내게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은 피처팀 동료가 흥미를 보였다. 쇼트 헤어와 보이시한 스타일이 트레이드마크인 그녀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게 무엇인지 잘 알고 유행에 꽤나 민감한 사람이다. 어떤 옷이 가장 입고 싶으냐는 나의 질문에 컬렉션 북을 넘겨보던 그녀는 심드렁한 대답을 남겼다. “이런 코트는 절대 안 입을 것 같아. 너무 무서워 보일 것 같거든.” 그녀가 말한 ‘이런 코트’는 페이턴트 가죽 코트였다. 사실 여자들은 ‘가죽’이라는 소재에 대체로 관대한 편이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쌀쌀해진 공기를 의식하는 순간, 가죽이 트렌치코트나 하프 코트로 디자인되었을 때 파리지엔 무드가 겹쳐지면서 꽤 낭만적인 아이템으로 거듭나곤 하니까. 그렇다면 가죽을 덮은 에나멜이 문제였던 것일까? 생각해보면 나 역시 백이나 슈즈를 구입할 때 페이턴트 가죽 소재만큼은 피해왔다. 인위적이고 과한 반짝임이 세련됨을 반감시킨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액세서리가 이 정도니 페이턴트 가죽으로 만들어진 의상은 히어로물의 여자 악당의 의상이나 패셔너블한 ‘쇼복’ 정도로만 여겨졌다.하지만 2016 F/W 컬렉션 기간 디자이너들이 소개한 페이턴트 가죽 코트들을 목도한 후 마음이 흔들렸음을 고백한다. 나의 취향이 변한 걸 수도 있겠지만, 클래식한 디자인과 어우러진 광택이 그렇게 세련되고 관능적으로 보일 수 없었다. 페이턴트 소재 특유의 반짝임이 고급스럽지 않다는 나의 고정관념을 불식시킨 첫 번째 브랜드는 니나 리치였다. 기욤 앙리를 기용하면서 한결 모던해진 니나 리치 컬렉션의 가죽 코트는 몸판, 칼라, 스트랩의 컬러와 소재를 다르게 패치워크했는데, 이게 무척 고급스럽게 보였다. 토즈와 프로엔자 스쿨러는 클래식한 실루엣에 퍼를 믹스했다. 특히 엄격하게 재단된 가죽에 스티치와 시어링 퍼를 믹스한 프로엔자 스쿨러의 코트는 화려함과 모던함이 조화를 이뤘다. 앨버 엘바즈가 떠난 후 혹평 일색이지만 우아함만큼은 여전한 랑방의 코트는 영화 속 이브 생 로랑이 디자인한 페이턴트 레더 코트를 입은 카트린느 드뇌브 룩을 연상시킨다. 단, 이너를 안 입은 듯한 느낌으로 입어야 한다는 것이 포인트다!파리지엔 무드의 추종자에게는 이자벨 마랑의 코트가 딱이다. 모델의 몸에 무심하게 걸쳐진 화려한 광택의 오버사이즈 코트는 이자벨 마랑 컬렉션을 관통한 로큰롤 무드에 글래머러스함을 부여했다. 만약 옷장에 걸린 엇비슷한 디자인과 컬러의 아우터가 지겹다면 과감한 컬러나 디테일이 가미된 페이턴트 가죽 코트에 도전할 것. 랑방의 와인색 코트, 레드 퍼가 믹스된 토즈의 보라색 코트같이 컬러가 강렬하다면 여성스러운 아이템과 매치하는 게 현명하다. 매니시한 로퍼보다는 발레리나 슈즈가, 스니커즈보다는 플랫폼 슈즈가 어울린다.그러니 2016년도에 페이턴트 가죽 코트를 입을 때 가장 중요한 코드는 여성적인 태도임을 기억할 것. 무정부적이고 기이한 패션이 횡행한 올해에 원초적인 여성성을 논하는 게 다소 고루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이번 시즌 페이턴트 가죽 코트만큼은 50여 년 전 브리지트 바르도나 카트린느 드뇌브가 보여준 클래식한 아름다움과 여성적인 태도를 향해 있다. 마지막으로 ‘이런 코트’는 입지 않겠다고 선언한 동료에게는 버버리 프로섬의 페이턴트 가죽 코트를 추천해주고 싶다. 경쾌한 레드 파이핑과 각선미를 드러낼 수 있는 짧은 길이의 코트가 그녀 안에 숨겨진 여성성을 끌어내주길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