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는 도쿄로, 미치코는 서울로…국경 낮아진 한일 리메이크
'이상한 변호사 미나미'와 '닥터X', 원작의 뼈대에 현지의 맥락을 입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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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 테레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미나미>(南田南弁護士は天才肌) 스틸
한국의 우영우는 일본에서 '미나미다 미나미'가 됐고, 일본의 다이몬 미치코는 한국에서 '계수정'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한국 법정 드라마와 일본 메디컬 드라마가 서로의 안방극장에서 다시 만들어지는 광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넷플릭스 비영어 쇼 부문 7주 연속 1위에 오르고, <닥터-X ~외과의 다이몬 미치코~> 전 시즌을 국내 OTT로 몰아볼 수 있는 시대다. 이야기의 국경은 그만큼 낮아졌다. 지난 19일 일본에서 첫선을 보인 <이상한 변호사 미나미>와 지난 9일 국내에서 방송을 시작한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가 그 한가운데에 서 있다. 원작의 뼈대는 지키되 각자의 현실을 덧입힌 두 리메이크의 선택을 짚었다.
<이상한 변호사 미나미>, 김밥은 오니기리가 됐다
간사이 테레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미나미>(南田南弁護士は天才肌) 스틸
간사이 테레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미나미>(南田南弁護士は天才肌) 스틸
<이상한 변호사 미나미>(南田南弁護士は天才肌)는 원작의 핵심 설정을 충실하게 가져왔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 신입 변호사가 편견을 넘어 대형 로펌에서 성장해 가는 뼈대 위에, 아역 시절부터 사랑받아 온 아시다 마나를 세웠다. 바뀐 것은 일상의 디테일이다. 김밥은 오니기리로, 시그니처 인사법인 '우 투더 영 투더 우'는 '미나미다 투더 미나미'로 변주됐다. 회전문을 어려워하던 설정은 에스컬레이터를 두려워하는 것으로 바뀌었는데, 일본에서 회전문을 보기 어려워진 사정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주먹밥을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대사도 김밥 대사와 같은 논리를 따른다. 반응은 갈린다. 일본에서는 일본판다운 각색이 호평을 받았고, 한국에서는 박은빈과 비교한 연기의 아쉬움과 원작을 그대로 따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첫 방송 이틀 만에 넷플릭스 일본 1위, 한국 5위(21일 기준)에 오르며, 한일 시청자 모두에게 바뀐 곳을 찾아보는 '틀린 그림 찾기'의 재미를 안겼다.
<닥터X>, 의료 공백 속에 투입된 계수정
SBS 금토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 스틸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스틸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스틸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역시 원작의 골격은 지켰다. 병원 조직에 얽매이지 않는 프리랜서 외과의가 의사 면허와 상관없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거대 권력에 맞서는 구도는 원작과 같고, 원작의 시그니처인 멜론도 그대로 등장한다. 바뀐 것은 인물 배치와 한국의 현실이다. 남성이던 의사용역소개소 소장은 여성인 장희숙(이정은)으로 바뀌었고, 주인공 계수정(김지원)은 어두운 과거 속에 스스로를 가둔 천재로 묘사된다. 첫 회는 의료 파업으로 공백이 생긴 병원에 계수정이 투입되는 설정으로 문을 열었고, 극 속에는 수술실 CCTV와 의대 증원 반대 파업 같은 지금 한국 의료계의 현안이 들어와 있다. 부제의 '하얀 마피아'와 공식 장르 표기인 '메디컬 누아르'는 병원 권력을 전면에 세운 선택이다. 이 각색을 안고 방송 4회 만에 자체 최고 시청률 18.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고, 5회에서도 17.5%로 이어 갔다.
원작을 아는 시청자가 리메이크를 즐기는 법
사진 / 드라마 <이사한 변호사 미나미>(좌)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 스틸
SBS 드라마 <닥터 X : 하얀 마피아의 시대> 김우석 배우 데일리룩 | 인스타그램 @matt_wooseok
테레비 아사히 드라마 <닥터-X ~외과의·다이몬 미치코~ > 포스터
두 리메이크의 출발점에는 검증된 원작의 힘이 있다. ENA 역대 최고 시청률 17.5%를 남긴 <우영우>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7개 시즌을 이어 간 <닥터-X>는 제작진에게는 흥행 부담을 덜어 주는 카드가 될 수 있고, 시청자 가운데에는 이미 그 맛을 아는 이가 많다. 국경이 낮아진 OTT 시대의 리메이크는 낯선 이야기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아는 맛이 각자의 사회적 맥락을 입고 어떻게 달라지는지 찾아보는 즐거움에 가깝다. <미나미>에서 오니기리와 에스컬레이터가 화제가 된 것도, <닥터X>에서 의료 파업 같은 지금의 현안이 눈에 띄는 것도 그래서다.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스틸
우영우와 미치코는 바다를 건너 새 이름을 얻었다. 뼈대는 그대로 지켜졌고, 바뀐 것은 오니기리와 파업 같은 몇 가지 설정이다. 그 작은 차이가 각 나라의 일상과 현실을 조용히 비춘다.
Credit
- 사진 / SBS·넷플릭스·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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