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마티유 블라지의 샤넬 2026/27 크루즈 컬렉션, 비아리츠로 돌아가다

가브리엘 샤넬의 유산과 비아리츠의 바다에서 영감을 받은 마티유 블라지의 첫 샤넬 크루즈 컬렉션.

프로필 by 서동범 2026.10.21

IN BIARRITZ


마티유 블라지가 그의 첫 번째 샤넬 크루즈 컬렉션을 위해 비아리츠(Biarritz)로 향했다. 우아한 살롱에서 해변까지, 샤넬의 100년이라는 긴 시간의 파도가 이번 쇼 안에 깊이 스며들었다.


불가사리 모티프의 아플리케 장식 재킷이 인상적이다.

불가사리 모티프의 아플리케 장식 재킷이 인상적이다.

프랑스 남서부 바스크 해안에 자리한 비아리츠는 스페인 국경에서 약 25km 떨어진 대서양 연안의 휴양 도시다. 19세기 중반, 프랑스의 마지막 황제인 나폴레옹 3세가 스페인 출신 황후 외제니 드 몽티조와 함께 다녀간 뒤로 이곳은 유럽의 왕족과 귀족, 사교계 명사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로 자리 잡았다. 이후 1차 세계대전 발발 후인 1915년, 가브리엘 코코 샤넬이 첫 쿠튀르 하우스를 위해 이곳을 선택했다. 암초와 절벽, 백사장이 어우러진 해변의 빼어난 풍광과 유럽 서핑의 중심지이기도 한 곳. 마티유 블라지의 첫 번째 샤넬 크루즈 컬렉션도 이곳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 파예트 소재의 재킷 룩.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 파예트 소재의 재킷 룩.

가브리엘 샤넬은 비아리츠의 자연 속에서 여성의 몸을 해방시킬 새로운 언어를 발견했고, 이는 기존의 패션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실용성과 편안한 움직임을 요구하는 바다와 해변, 태양과 바람이 가득한 야외와 자연에 샤넬은 새로운 저지 소재와 스포츠웨어로 그 해답을 제시했다. 마티유 블라지는 바스크 해안을 의도적이면서도 유희적으로 조명했다. 기능성이 돋보이는 블랙 드레스부터 인어라는 환상까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구조와 가벼움, 존중과 유머를 자유로운 방식으로 탐구했고 샤넬만의 새로운 서사를 펼쳐냈다. ‘살롱 아래에는 언제나 바다가 존재한다(Sous le Salon la Plage)’는 컬렉션 제목처럼.


산호초에서 영감을 받은 레이스 아플리케 드레스와 해양 생물 모티프의 액세서리들.

산호초에서 영감을 받은 레이스 아플리케 드레스와 해양 생물 모티프의 액세서리들.

파리에서 멀리 떨어진 비아리츠에서 가브리엘 샤넬은 존재와 시선, 움직임, 자유에 대한 새로운 방식을 발견했고, 이를 자신의 패션을 펼치기 위한 발판으로 삼았습니다. 이곳은 기능과 상상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예술가, 노동자, 귀족, 선원, 그리고 자연까지, 모든 것이 같은 무대 위에 존재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질서였죠. 그들 모두에게는 각자의 역할이 있었습니다. - 마티유 블라지


청명한 바다의 컬러를 보여주는 시퀸 세트업 룩.

청명한 바다의 컬러를 보여주는 시퀸 세트업 룩.

2026/27 샤넬 크루즈 쇼는 1926년 샤넬이 처음 선보인 블랙 드레스를 오마주한 블랙 시프트 드레스가 오프닝 룩으로 등장했다. 드레스 뒷부분에는 클러치로도 활용 가능한 커다란 리본을 달아 재치 있는 반전을 더했다. “다이애나의 ‘복수 드레스(revenge dress)’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샤넬의 블랙 드레스가 그 원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티유 블라지는 말한다. 샤넬의 시그너처인 리틀 블랙 드레스를 필두로 1920년대 스타일의 수영복과 수영모, 스포츠웨어와 선원복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들이 이어졌다. ‘더블 C’ 로고의 경쾌한 드레스, 바람에 흩날리는 실크 풀라르 앙상블, 선원풍 스트라이프 니트와 바스락거리는 라피아 스커트, 스팽글 장식의 환상적인 인어 드레스 등 여유롭고 다채로운 아이디어가 어우러진 해변 룩이 런웨이를 유영했다. 액세서리 역시 다양한 스타일을 통해 실용성과 유희를 넘나들며, 여행이라는 개념을 한층 강조했다. 작은 핸드백과 넉넉한 트래블 백, 방수 플랩 백과 커다란 스트라이프 비치 바스켓 백까지 폭넓게 선보였고, 슈즈는 우아한 아르데코 힐부터 맨발에 가깝게 뒤꿈치만 감싼 ‘힐 캡’까지 살롱과 해변을 자유롭게 오갔다. 여기에 비아리츠의 아르데코 건축물과 바다에서 영감을 받아 조개껍데기와 바닷물 거품을 연상시키는 진주 디자인 등의 주얼리도 눈길을 끌었다.

해변의 여유로운 무드를 담은 바스크 스트라이프 패턴의 카디건과 더블 C 로고의 바스켓 백.

해변의 여유로운 무드를 담은 바스크 스트라이프 패턴의 카디건과 더블 C 로고의 바스켓 백.

이번 컬렉션은 흐르는 듯한 실크, 탄력 있는 트위드, 밀도감 있는 플록(flocked), 비즈 니트,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 파예트 등 감각적이며 실험성이 공존하는 소재를 사용해 주변 자연의 풍요로움을 구현했다. 또 프랑스식 작업복과 레저 웨어에 화려한 장식을 더했고, 선원의 유니폼부터 우아한 드레스까지 발랄함과 절제미를 넘나들며 위계적인 복식 코드를 아울렀다. 이처럼 살롱은 해변으로 이어지고, 편안함과 세련미가 하나가 되어 컬렉션 전체를 관통한다. “신체의 자유 없이는 아름다움은 없다.” 가브리엘 샤넬이 남긴 이 문장처럼, 파도의 움직임과 자유로움을 컬렉션에 담은 2026/27 샤넬 크루즈 쇼. 이번 컬렉션은 무한한 시간과 맞닿은 자유의 언어와 아름다움을 유려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프린지 디테일의 헤드피스와 물고기 모티프 귀고리가 눈길을 끈다.

프린지 디테일의 헤드피스와 물고기 모티프 귀고리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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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 ©️ Chanel
  • 디자인/ 한상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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