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처럼 은은한 브라운 다이아몬드가 있다?
브라운 다이아몬드가 급부상 중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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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ERT DIAMONDS RISING
브라운 젬스톤이 주얼리 업계에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따스한 빛깔을 머금은 이 보석들은 메종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고, 수많은 셀럽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옐로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펜던트는 De Beers.
블랙닝 처리한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이어링은 Nikos Koulis.
샤르트뢰즈, 초콜릿, 피치. 최근 몇 달 사이 내로라 하는 셀럽들이 착용한 주얼리에 샴페인 로제와 황금빛 모래, 짙게 볶은 원두 사이를 오가는 오묘한 색조의 스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옅고 은은한 빛부터 짙고 강렬한 색조까지, 이 보석의 정체는 바로 브라운 다이아몬드다. 니코스 코울리스(Nikos Koulis), 페르난도 조르주(Fernando Jorge), 그리고 거장 쿠튀리에 위베르 드 지방시의 조카 제임스 드 지방시(James de Givenchy)가 설립한 태핀(Taffin) 등 독자적인 미학을 구축해온 주얼러들은 일찍이 브라운 다이아몬드의 매력에 주목했다.
파리의 주요 하이주얼리 메종 역시 브라운 다이아몬드를 유니크 피스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까르띠에는 지난해 5월 생트로페에서 공개한 하이주얼리 컬렉션 ‘르 쾨르 데 피에르(Le Chœur des Pierres)’의 한 반지에 코냑 컬러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주얼리 메종 메시카는 ‘떼르 당스탱(Terres d’Instinct)’ 컬렉션 네크리스에 이와 비슷한 색조의 브라운 다이아몬드를 사용했고, 이 네크리스는 칸영화제에서 줄리앤 무어가 착용하며 주목받았다. 메종의 설립자이자 아티스틱 디렉터 발레리 메시카(Val´erie Messika)는 브라운 다이아몬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저를 단번에 사로잡은 것은 그 깊이감과 강렬한 이미지였어요. 대지와의 연결, 거칠고도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었죠.” 다이아몬드 기업 드비어스(De Beers) 그룹에서 내추럴 다이아몬드 부문 마케팅을 총괄하는 린 세르파티(Lynn Serfaty)는 또 다른 사례를 언급한다. “미식축구 선수 트래비스 켈시가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선물한 약혼반지에는 자연스러운 온기와 크림빛 광채를 띠는 올드 마인 컷 다이아몬드가 세팅되어 있어요. 이 약혼반지를 계기로 주얼리 업계에 새로운 흐름이 시작됐죠. 줄리앤 무어나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셀럽들이 전통적인 화이트 다이아몬드 대신 브라운 톤의 스톤을 선택하는 순간, 그 미학은 하나의 취향으로 인정받으며 단숨에 문화적 정당성을 얻게 됩니다.”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링은 Cartier.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이어링은 Nikos Koulis.
오랫동안 시장에서 외면받았던 브라운 다이아몬드가 이제 전례 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시적인 유행일까? 아니,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브라운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오늘날의 열풍을 이해하려면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유색 다이아몬드의 가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이야기는 뜻밖에도 왕실이나 어느 상속녀의 보석함이 아닌 미국 몬태나주에서 시작된다. 1950년대, 워런 핸콕(Warren Hancock)은 조용히 살아가던 목장주였다. 어느 날 유색 다이아몬드에 관심이 많은 아널드 배런(Arnold Baron)이 운영하는 보석점의 진열장에서 아주 작은 붉은 원석 하나가 핸콕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당시 레드 다이아몬드는 존재조차 거의 알려지지 않아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받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핸콕은 브라질에서 채굴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진홍빛 스톤에 1만3500달러(한화 약 1900만원)를 지불했다. 그 거래의 진가는 훗날에야 드러나게 된다. 1987년 핸콕의 상속자들이 이 레드 다이아몬드를 크리스티 경매에 내놓자, 다이아몬드 업계의 두 거물인 테디 호로비츠(Teddy Horovitz)와 무사예프(Moussaieff) 가문이 맞붙은 것. 치열한 경쟁 끝에 호로비츠가 88만 달러(한화 약 12억원)를 지불하고 이 레드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었다. 0.95캐럿에 불과한 레드 다이아몬드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역사적인 낙찰 기록을 세운 것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컬러 다이아몬드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방돔 광장 주얼리 업계에 정통한 파리의 한 다이아몬드 딜러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런 스톤이 거래상에게 들어오면 주로 안목 높은 마하라자나 부유한 미국인 정도가 찾았죠. 하지만 그들을 사로잡은 것은 색 자체가 아니라 보석에 얽힌 역사였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호랑이의 눈(L’Œil du tigre)’입니다. 1910년경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위스키 컬러의 다이아몬드로, 까르띠에 런던이 나와나가르(Nawanagar) 마하라자를 위해 제작한 터번 장식인 에그레트에 세팅했죠. ‘모로코의 술탄(Sultan du Maroc)’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스틸 그레이 컬러의 이 다이아몬드는 러시아의 대귀족 펠릭스 유수포프(Felix Yusupov)가 피에르 까르띠에(Pierre Cartier)에게 넘겼고, 이후 뉴욕에서 판매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컬러 다이아몬드의 가격은 무색 다이아몬드에 비해 턱없이 낮았습니다. 훨씬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무색 다이아몬드였죠.” 그렇다면 무엇이 판도를 바꿨을까? “호주입니다!” 전문가는 망설이지 않고 답한다. “1970년대 말 킴벌리 지역에서 발견된 아가일(Argyle) 광산이 1985년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이곳에서는 눈부신 핑크 다이아몬드가 채굴됐죠. 생산량은 많지 않았지만 핑크 다이아몬드의 존재를 시장에 각인시키기에는 충분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감지했고, 아가일 핑크 다이아몬드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죠. 당시 팬시 다이아몬드라 불리던 선명한 색조의 다이아몬드는 더 이상 단순한 진귀품이 아니었습니다. 예술품이나 빈티지 와인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거죠. 이러한 변화는 빠르게 블루와 그린 다이아몬드로 확산됐고, 뒤이어 상대적으로 희소성이 덜한 옐로 다이아몬드, 최근에는 오렌지 다이아몬드까지 이어졌습니다.” 그 이후의 흐름은 익히 알려진 대로다. 로렌스 그라프(Laurence Graff)를 비롯한 세계적인 주얼러들은 경매와 거대 광산 기업을 통해 컬러 다이아몬드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 서서히 시작된 움직임은 2005년을 기점으로 뚜렷하게 가속화됐다. 역사적 내력을 지닌 희귀 팬시 다이아몬드는 물론, 아프리카에서 채굴된 농도 짙고 선명한 컬러 다이아몬드의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광맥이 완전히 고갈되면서 2020년 아가일 광산이 영구 폐쇄되자 열풍은 광풍으로 치달았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가 있다. 아르슬라니안(Arslanian) 가문이 1990년대 중앙아프리카에서 발견한 원석을 커팅해 완성한 5.5캐럿의 블루-그린 다이아몬드는 지난 5월 제네바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무려 1730만 달러(한화 약 247억원)에 낙찰됐다. 원색 계열의 다이아몬드를 향한 기이할 만큼 뜨거운 열기는 보다 복합적인 2차 색조에 속하는 브라운 다이아몬드의 새로운 유행을 불러왔다. 적어도 런던의 하이주얼리 메종 무사예프(Moussaieff)를 이끄는 일가는 이 현상을 영미권 특유의 실용적인 관점에서 설명한다. 업계의 거물로 손꼽히는 알리사 무사예프와 그녀의 딸 타마라 무사예프가 운영하는 이 메종은 최상급 명석을 다루는 것으로 유명할 뿐 아니라, 1960년대 슐로모 무사예프 시절부터 이어온 철저한 신중함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수십 년간 세계 최상류 사교계 핵심 인사들이 고객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메종은 한 번도 이를 떠들썩하게 내세운 적이 없다. 우연히 전해지는 일화만이 메종의 명성을 짐작하게 할 뿐이다. 어느 날 한밤중, 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서 걸려온 뜻밖의 전화를 받고 슐로모가 자리에서 급히 일어났다는 이야기도 그중 하나다. 그는 말끔히 면도하고 근사하게 차려입은 뒤, 그녀를 만나러 갈 생각에 잔뜩 들떠 있었다. “설마 그녀가 당신 얼굴을 보려고 부른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아내의 짐작은 정확했다. 보랏빛 눈동자의 엘리자베스는 그에게 팔찌 하나를 부탁했을 뿐이었다. “브라운을 중심으로 한 2차 색조가 최근 존재감을 키운 반면 블루, 그린, 핑크, 레드 같은 원색 계열의 다이아몬드는 이제 최상위 부유층의 전유물이 됐습니다. 다시 말해 브라운 다이아몬드는 슈퍼리치보다는 젊은 부유층을 위한 보석이죠. 이들은 정형화된 디자인을 피하고,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대담하게 드러내는 아방가르드 스타일을 선호합니다.” 타마라는 이렇게 분석하며 브라운 다이아몬드 선택에 관한 조언도 덧붙인다. “브라운 다이아몬드를 선택할 때는 무엇보다 시각적인 존재감이 중요합니다. 내포물의 유무와 투명도는 그다음 문제죠. 컬러와 채도가 스톤 전체에 고르게 분포해야 하며, 특히 밝은 색조일수록 뛰어난 광채를 지닌 스톤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사예프에서는 코냑, 시나몬, 샤르트뢰즈, 초콜릿 컬러를, 그중에서도 캐럿이 큰 팬시 셰이프의 스톤을 특히 선호합니다.”
옐로 골드와 우드 소재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네크리스는 Taffin.
옐로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링은 De Beers.
점점 높아지는, 혹은 전략적으로 만들어진 브라운 다이아몬드의 인기를 반영하듯 따스한 빛을 가득 머금은 이 스톤은 이제 ‘사막의 다이아몬드’라 불린다. 드비어스가 제안한 이 이름은 브라운 다이아몬드의 주요 산지인 보츠와나 칼라하리 사막의 광활한 모래벌판과 그림 같은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동시에 코냑과 시나몬, 초콜릿처럼 먹고 마시는 즐거움을 연상시키는 다채로운 색조까지 아우른다. 이러한 명명은 미국에서 화이트 다이아몬드의 오랜 아성을 흔들고 있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획일성에 맞서는 한편, 과거 외면받던 브라운 다이아몬드를 투자용 보석의 영역으로 슬며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Credit
- 글/ Hervé Dewintre
- 번역/ 김영은
- 사진/ 각 브랜드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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