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발리에서 워케이션을

인피니트 풀과 바다가 지척에 있는 포테이토 헤드 발리에서 놀고 먹으며 일한 나날의 기록.

프로필 by 고영진 2026.08.14

WORKATION IN BALI


발리 스미냑의 데사 포테이토 헤드 발리(Desa Potato Head Bali)에서 경험한 가장 이상적인 워케이션.


인천에서 발리 덴파사르 공항까지 약 7시간.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휴양지로 날아가는 내내 나는 일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을 사랑해서는 아니다. 월간지 마감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노동자의 소박한 버킷 리스트라고 해두자. 한번쯤은 사무실과 가장 동떨어진, 바다나 산을 낀 한적한 풍경을 눈앞에 두고 원고를 써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니 이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텔이었다. 워케이션이 목적이라면 호텔은 먹고, 자고, 일하고, 쉬는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곳이어야 하니까. 발리 스미냑의 ‘데사 포테이토 헤드 발리’라면 괜찮은 선택지라고 생각했다. 인도네시아어로 ‘마을’을 뜻하는 ‘Desa’가 붙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이곳은 객실과 레스토랑, 비치 클럽, 웰니스 시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리조트 안에서 효율적인 동선으로 놀고 먹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객실 지척에 당장이라도 뛰어들 수 있는 인피니티 풀과 바다가 나란히 자리해 있다. 워케이션의 환상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인도네시아의 저명한 건축가 안드라 마틴(Andra Matin)이 지었다는 이곳은 3개 층의 객실이 도넛처럼 중앙을 비운 채 둘러싸고 있다. 체크인을 도와준 직원에게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맞은편 건물 외벽을 감싸고 있는 대형 벽화 작품 <Evolving Landscapes>를 가리켰다. 최근 호텔이 리뉴얼을 했으며, 그 기념으로 한국계 아티스트 로스타(Rostarr)가 6개월 남짓 작업해 지난달에 마무리한, 따끈따끈한 신작이라는 것이다. 붓질의 궤적이 그대로 남은 캘리그라피는 생동감 넘치는 발리의 문화를 상징한다. 발리가 처음이라고 하자 더욱 신이 난 호텔 직원은 발리에서의 첫 호텔로 이곳을 선택한 것이 행운이라며 말을 이었다. “제 생각에 이 호텔에서 가장 근사한 건 위치예요. 스미냑 해변 바로 앞이잖아요. 매일 저녁 6시 즈음이면 당신의 객실에서도 멋진 일몰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설명이 끝난 뒤에는 불쑥 텀블러를 건넸다. “제로 웨이스트는 포테이토 헤드의 핵심 철학이에요. 식기, 컵, 어메니티 용기 등 업사이클 제품을 다수 활용하고 있어요.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이 텀블러를 사용하며 기쁜 마음으로 동참해보길 바라요.” 실제로 이곳은 발리에서도 쓰레기 매립량을 최소화하는 호텔로 유명하다. 음식물은 퇴비로 만들고, 유리와 금속, 플라스틱 등 폐자재는 재활용해 쓰레기 매립률을 0.48%까지 낮췄다고. 일반적인 4~5성급 호텔의 매립률이 52%인 것과 비교하면 약 99% 낮은 수치다.

워케이션을 위해 호텔을 찾는 투숙객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식음 공간이다. 객실과 식당, 카페 간의 거리는 가까워야 하지만 회사 구내식당을 오가는 듯한 단조로움은 없어야 하며, 언제든 방을 나서 아름다운 풍경을 눈앞에 두고 일할 수 있도록 라운지도 조성되어 있어야 한다. 포테이토 헤드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레스토랑이 있는데, 같은 공간도 시간대별로 조금씩 다른 콘셉트로 운영되어 이른 아침이나 점심과 저녁 사이 같은 애매한 시간에도 무언가를 먹거나 마실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머무는 기간 동안 최고의 디너를 경험하게 해준 레스토랑 돔(Dome)은 아침부터 낮까지는 카페이자 코워킹 스페이스로 운영되며 음식, 디자인, 아트, 웰니스 등 분야별로 큐레이션한 서적을 갖춘 라이브러리 역할도 한다. 스미냑 해변까지 내다보이는 비치프런트 바는 아침에는 조식 식당으로, 저녁에는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 이젠(Ijen)으로 변모한다. 호텔의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타나만(Tanaman)은 채소만으로 구성한 메뉴를 선보이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인데, 아침 7시부터는 조식을 제공한다. 쉴 때보다 일할 때 식탐이 많은 나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환경이다.

노트북을 들여다보다 이곳이 발리라는 사실을 잊을 때쯤엔 무엇이든 하러 방을 나섰다. 자무(Jamu, 생강·강황·레몬그라스 등을 활용해 만든 인도네시아 전통 음료로 집안마다 레시피가 다른데, 대체로 톡 쏘는 향신료의 맛이 강하다)나 칵테일, 또는 인센스를 만드는 클래스, 천연 염색 워크숍 등. 30~40분 남짓이면 끝나는 가벼운 액티비티가 요일과 시간대별로 고루 분포되어 있어 언제든 리프레시가 가능하다. 아침에는 눈을 뜨자마자 텀블러만 챙겨 웰니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해가 뜨는 시간에 맞추어 루프톱에서 명상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 날은 일찍 일어났음에도 종일 몸이 가벼웠다. 아침 7시, 몽롱한 정신으로 시작해 땀을 흠뻑 흘린 채 마무리한 요가 수업 직후에 마신 자무에서는 처음으로 단맛을 느꼈다.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지하 공간에서 오로지 싱잉볼의 진동과 음파로 몸을 깨우는 사운드 배스로 하루를 시작한 날도 있었다. 서울에서는 좀처럼 불가능한 아침이 있었기 때문일까? 돌이켜보면 발리에서는 일과 휴식의 경계가 어느 때보다 명확했고, 어느 쪽이든 몰입이 쉬웠다. 자연을 가까이하며 머무는 이의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도록 설계된 공간에는 일과 휴식 모두를 가능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관련기사

Credit

  • 사진/ 데사 포테이토 헤드 발리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이 기사엔 이런 키워드!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