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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2페이지 벽돌 책 ‘꿈의 방’에 담긴 데이비드 린치의 삶과 영화

절판되었던 데이비드 린치의 전기 ‘꿈의 방’이 다시 출간 됐다.

프로필 by 고영진 2026.07.06

낯선 초상


우리 시대의 마지막 초현실주의자.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의 전기 <꿈의 방>이 다시 출간됐다.


데이비드 린치는 생전 영화 속 상징은 물론, 자신의 삶을 두고 해석하려 드는 것을 꺼려했다지만, 나는 고작 영화 몇 편을 본 뒤 그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다. 자기만의 세계에 푹 빠지다 못해 고립되어 있고, 다소 음울한 면이 있으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 탓에 주변에는 자신을 깊이 이해해주는 소수의 사람만을 두는 예술가. <꿈의 방>은 평론가 크리스틴 매케나가 가족, 배우, 제작진 등 데이비드 린치의 주변인 100여 명을 인터뷰한 내용과 그에 대한 데이비드 린치의 말로 채워져 있다. 이 책은 나의 편견을 굳힐까, 보란 듯이 뒤집어 버릴까.

그의 이름과 나란히 하는 모든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시간 순으로 나열된다. 당연히 그 유명한 <듄>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우리는 그가 이탈리아 출신의 영화 제작자 디노 데 라우렌티스(Dino De Laurentiis)가 <듄> 때문에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에도 ‘준(June)’이라는 사람 때문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듄>에 대해서는 아는 게 하나도 없었고, 그럼에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신이 해야 할 작품이라는 것을 직감해 1년 반 동안 깊은 공포를 느끼며 고통 속에 영화를 만들어온 시간을 여러 각도의 시선에서 관찰하게 된다. 그 다음은 우리 모두가 아는 <블루 벨벳>의 이야기다. <블루 벨벳> 역시 디노와 함께 제작했다.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작품을 함께한 제작자와 바로 다음 영화를 또 함께 만든 것이다. 이건 내가 생각하던 데이비드 린치와 어울리는 행보가 아니다. “디노와 그의 가족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듄>을 만드는 악몽은 꿀 만했다”는 그의 말은 너무 다정하고 인간적이라 이상하다. 그보다는 원하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배우의 볼에 진지하게 구멍을 뚫을 궁리를 하는 모습이나, 딸이 태어나는 순간을 보기 위해 분만실에 들어간 이유가 그저 구경하고 싶었던 것이라는 말에서는 익숙함을 느낀다. 그는 내가 그린 초상에 쏙 들어맞았다, 살짝 비껴갔다, 영 다른 모습을 하고 있기를 반복했다.

책을 읽고 난 뒤, 그의 바람대로 나는 결코 이 감독의 영화도 삶도 완벽히 해석할 수 없겠다는 것을 직감했다. 얼룩다람쥐에게 총질하던 유년 시절의 일화부터 아주 생생하게 기억나는 키스, <블루 벨벳>에서 도로시 발렌스가 제프리 보몬트의 집 앞마당에 멍투성이 나체로 등장하는 장면이 어린 시절 거리에서 나체로 지나가는 여성을 목격했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는데도 그렇다. 나는 보기 좋게 설명하고 완벽히 이해되기보다 제대로 느끼고 경험하는 일의 가치를 높이 사는 예술가에 대해 고작 822페이지만큼 알았다. 이제는 남겨진 영화를 보고 또 보며 데이비드 린치의 세계를 한 페이지씩 더 알아갈 차례다.

Credit

  • 사진/ 을유문화사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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