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화장품 추천을 맡겨봤다
검색 대신 대화로 제품을 추천받고, 비교하고, 구매까지 연결하는 쇼핑형 AI. 챗GPT 속 아모레몰부터 카카오툴즈, 네이버플러스 스토어까지 직접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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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골라준 화장품
검색 대신 대화로 쇼핑하는 시대. 제품 추천부터 비교, 구매 연결까지 돕는 쇼핑형 AI를 직접 써봤다.
쇼핑의 방식은 계속 바뀌어왔다. 한때는 제품 하나를 고르기 위해 블로그와 커뮤니티, 유튜브를 오가며 리뷰를 찾아다녔다면, 이제는 쿠팡, 화해, 올리브영 같은 커머스 앱 안에서 검색하고 리뷰를 확인한 뒤 결제를 한다. SNS도 중요한 쇼핑 채널이 됐다. 무심코 넘기던 피드에서 눈길을 끄는 제품을 발견하는 순간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실은 내가 누른 클릭과 검색의 결과물이다.
AI가 등장한 뒤 검색은 대화가 되었다. 피부 타입, 예산, 사용감 등 여러 조건을 하나의 문장으로 보내면 AI가 그에 맞는 답을 내놓는다. 이처럼 AI가 쇼핑의 도구가 되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변화가 목격되고 있다. 브랜드와 유통 플랫폼이 AI 대화창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 실제 소비자가 남긴 리뷰 데이터와 나의 쇼핑 이력을 분석해 보다 세심하게 제품을 추천해준다. 이러한 흐름은 해외에서 먼저 포착됐다. 구글은 울타 뷰티와 협업해 제미나이에서 제품 추천과 비교 기능을 제공하고, 구매까지 연결하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이제 정보를 찾고, 제품을 비교하고, 구매 페이지로 이동하는 과정 곳곳에 AI가 개입하기 시작했다.
한국 챗GPT 안에서는 아모레몰이 협업을 시작했으며 카카오 기반 AI 서비스에는 올리브영, 무신사, 현대백화점이 입점했다. 이들은 리뷰, 랭킹, 재고와 같은 홈페이지 데이터를 반영해 소비자의 선택을 더 구체적으로 돕는다. 사용자의 요청을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아 비교하며 검색에서 결제까지 이어주는 AI 에이전트를 결합한 네이버스토어 쇼핑 플랫폼도 쇼핑 검색과 추천 방식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쇼핑의 입구가 검색창에서 대화창으로 옮겨가고 있는 지금, AI에서의 쇼핑은 이전의 쇼핑 방식과 어떻게 다른지 직접 확인해봤다.
대화창 안으로 들어온 쇼핑 AI
가장 자주 사용하는 챗GPT에서 쇼핑 AI를 써봤다. 앱 내 탐색 기능에서 아모레몰을 불러와 평소 하듯 AI와 대화를 시작했다. 피부 고민과 원하는 사용감을 말하니, 아모레몰에 등록된 제품 중 조건에 맞는 후보를 추천해준다. 챗GPT와의 대화와 달리 제품 설명과 비교 포인트, 공식몰 구매 링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 자사몰 내 AI 서비스인 아모레챗을 사용했을 때와 챗GPT에서 앱을 추가해 사용했을 때 추천받는 방식이 뭐가 다르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AX 기획팀 지성현은 아모레챗과 기능적 차이는 크게 없지만, 평소 쓰던 대화창 안에서 별도의 앱을 열지 않고도 제품을 만날 수 있게 만든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오류가 많은 일반 챗GPT와 달리, 가격이나 재고처럼 수시로 바뀌는 상품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연동되어 현재 판매 정보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점도 달랐다.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살 생각이라면 꽤 실용적인 편. “공식 상품 정보와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에 브랜드 내에서는 비교적 정확하고 세밀한 추천이 가능해요.” 지성현의 말이다.
카카오툴즈를 통한 쇼핑 경험은 아모레몰 앱과 기본 구조가 비슷하다. 다만 챗GPT for Kakao의 카카오툴즈는 사용 방식이 조금 달랐다. 상단의 챗GPT 탭으로 들어가 카카오툴즈에서 올리브영, 무신사, 카카오맵, 선물하기 등 원하는 앱을 친구 추가하듯 미리 추가하니, 이후 챗GPT 대화창에서 따로 앱을 적용하지 않아도 내가 추가한 쇼핑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었다. 친구의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30대 여자에게 인기 있는 뷰티 제품 리스트를 반영해 올리브영 제품으로 추천해줘”라고 했더니, 카카오톡 선물하기와 올리브영 앱의 데이터를 동시에 반영해 인기 제품을 정리하고 최종적으로 어떤 제품이 적합한지 제안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챗GPT 창을 열면 카카오톡 채팅 화면을 동시에 볼 수 없어, 메신저 안에서 바로 쓰는 서비스라는 기대와 달리 사용 흐름이 다소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기존 계정을 연동해도 새 대화를 시작할 때마다 원하는 조건이나 프롬프트를 다시 입력해야 하는 점도 번거로웠던 부분. 그럼에도 앱별 기능을 활용해 쇼핑 검색을 하고 싶을 때는 꽤 유용한 검색창이 된다.
앞의 두 서비스가 AI 대화창 안에 유통 플랫폼을 추가한 방식이라면, 지난 2월 공개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쇼핑 플랫폼 자체에 AI 에이전트를 적용했다. 검색창 옆 AI 에이전트 아이콘을 누르고 대화를 시작하면, 에이전트가 상품군을 제안하고 가격과 리뷰, 혜택을 함께 비교해준다. 단순히 검색어에 맞는 상품 목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검색 의도와 상품 정보를 함께 분석해 후보를 좁혀준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강점은 데이터다. 네이버는 검색, 결제, 리뷰, 멤버십까지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이어지는 방대한 쇼핑 데이터를 갖고 있다. 어떤 키워드로 검색했는지뿐 아니라 어떤 상품을 클릭했는지, 찜했는지, 장바구니에 담았는지, 실제로 구매했는지 같은 행동이 추천에 반영된다. 여기에 가격대, 배송 조건, 할인 혜택, 리뷰 반응, 판매자 신뢰도 같은 상품 데이터가 더해진다. AI가 사용자의 질문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플랫폼 안에 남긴 쇼핑의 흐름까지 함께 읽는 구조다. 기존 네이버 쇼핑이 검색어와 상품의 적합도, 인기도를 중심으로 상품을 보여줬다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서는 여기에 사용자의 선호도와 최근 행동 데이터가 더해진다. 예를 들어 같은 ‘수분크림’을 검색해도 평소 저자극 제품을 자주 클릭한 사람, 할인 상품을 주로 본 사람, 리뷰가 많은 제품을 오래 살펴본 사람에게 추천되는 후보가 달라질 수 있다. 내가 직접 말하지 않아도 내가 남긴 기록이 추천 후보를 만드는 셈이다. 직접 써보니 이 차이는 꽤 분명하게 느껴졌다. 앱을 열자 평소 관심을 가졌거나 구매를 고민하던 제품이 추천 탭 상단에 올라와 있었다. 내가 직접 말하지 않은 취향까지 검색과 클릭, 찜, 리뷰 확인 같은 행동으로 읽어낸다는 느낌이었다. 제품을 둘러보고, 리뷰를 확인하고, 가격과 혜택을 비교하는 동선이 플랫폼 안에 이미 갖춰져 있어 실제 구매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세 서비스 중 가장 매끄러웠다. 또 단순히 많이 팔린 제품이나 리뷰가 많은 제품을 보여주는 것에서 나아가, 배송 안정성까지 추천 기준에 포함한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어떤 제품이 좋은지뿐 아니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제품인지까지 AI가 걸러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네이버 쇼핑에서는 같은 제품이라도 판매처와 배송 조건, 혜택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중요하다. AI가 제품 자체뿐 아니라 구매 조건까지 함께 비교해 준다는 점에서 일반 검색보다 쇼핑에 더 가까운 답을 내놓는다. 다만 데이터가 많다고 해서 대화의 흐름까지 매끄러운 것은 아니었다. 의도와 다른 제품이 나와서 “그거 말고 더 산뜻한 제형으로 다시 찾아줘”라고 요청했더니, 방향을 유연하게 바꾸기보다 처음 조건 안에서 비슷한 답을 반복하는 경우도 있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AI 에이전트는 대화를 잘하는 AI라기보다, 네이버가 가진 쇼핑 데이터와 사용자 행동을 바탕으로 실제 구매 가능한 후보를 빠르게 좁히는 AI에 가까웠다.
AI가 쇼핑의 도구가 되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변화가 목격되고 있다. 브랜드와 유통 플랫폼이 AI 대화창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 실제 소비자가 남긴 리뷰 데이터와 나의 쇼핑 이력을 분석해 보다 세심하게 제품을 추천해준다.
편리함이 커질수록 우려도 따라온다. AI가 구매 이력과 검색어, 찜한 상품, 대화에서 남긴 조건을 학습할수록 추천은 정교해지지만, 익숙한 선택지가 반복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새로운 브랜드나 낯선 제형, 평소 고르지 않던 컬러를 발견할 기회가 줄어드는 것, 흔히 말하는 필터 버블이 쇼핑에서도 생길 수 있는 이유다.
쇼핑형 AI를 쓸 때는 첫 번째 추천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질문을 한 번 더 바꾸는 편이 좋다. “수분크림 추천해줘”에서 끝내기보다 “내 조건에 맞는 제품 외에 다른 제형이나 컬러도 함께 보여줘” “후기가 많은 제품 말고 신제품도 포함해줘” “판매량보다 성분과 사용감 기준으로 비교해줘”라고 묻는 식으로. AI가 골라준 제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왜 이 제품인지 묻고 다른 기준의 답도 함께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것이 쇼핑형 AI를 더 현실적으로 쓰는 방법이 될 수 있다.
Credit
- 도움말/ 지성현(아모레퍼시픽)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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