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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가 피아제의 스위스 매뉴팩처에 간 이유

피아제의 워치・주얼리 메이킹이 이뤄지는 플랑 레 와트 매뉴팩처!

프로필 by 윤혜연 2026.05.24

HAUTE HORLOGERIE


2026 워치스 앤 원더스 기간, 피아제의 주얼리와 일부 워치 메이킹을 담당하는 플랑 레 와트 지역 매뉴팩처에 초대받았다. 메종의 올해 테마인 ‘아트 오브 컬러(Art of Colour)’를 역사 속에서 체감할 수 있었던 그날로.


피아제 플랑 레 와트 지역 매뉴팩처에서 로터를 조립하는 장인의 모습.

피아제 플랑 레 와트 지역 매뉴팩처에서 로터를 조립하는 장인의 모습.

1874년, 스위스 쥐라산맥 깊숙한 마을에서 시작한 워치메이커. 겨울이면 일이 끊기던 농부들이 무브먼트를 조립하던 부업에서 출발한 역사다. 피아제가 2026 워치스 앤 원더스를 취재하러 간 <바자>를 제네바 인근 플랑 레 와트(Plan-les-Ouates) 지역의 매뉴팩처로 초대했다.

피아제는 두 곳에서 매뉴팩처를 운영한다. 무브먼트를 설계하고 생산하는 라코토페(La Côte-aux-Fées)와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젬 세팅, 최종 조립을 맡는 플랑 레 와트 지역. 쉽게 말해, 전자가 심장이라면 후자는 외피이자 완성의 단계다. 이날 방문한 곳은 후자다. 약 490명의 장인이 골드를 다루고, 스톤을 올리고, 시계를 완성한다. 워치 매뉴팩처 안에 주얼리 워크숍을 함께 둔 구조였는데, 피아제 관계자는 “매뉴팩처 안에 완전한 주얼리 워크숍을 함께 갖춘 건 워치메이커로서 매우 드문 일”이라고 자랑했다.

피아제는 어쩌다 두 매뉴팩처를 운영하게 됐으며, 주얼러로 그 활동을 넓힐 수 있었을까. 매뉴팩처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전환점은 다이얼이었다. 피아제는 1943년 자체 상표 등록 이후, 원석을 통째로 사용한 다이얼 워치로 명성을 얻었다. 문제는 두께였다. 케이스를 얇게 유지하려면 무브먼트를 극단적으로 줄여야 했다. 선택은 하나, 울트라-씬. 이에 1945년 초박형 무브먼트 개발에 집중할 매뉴팩처가 라코토페에 세워졌다. 지금까지 피아제가 개발한 37개 무브먼트 중 25개가 울트라-씬. 이 집요함이 미학적 자유를 가져왔다. 얇은 구조 위로 다이아몬드와 루비, 에메랄드를 올릴 수 있었고, 시계는 자연스럽게 주얼리가 됐다. 이후 메종은 2001년 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제네바 인근 플랑 레 와트에 새롭게 오트 오를로제리(Haute Horlogerie, 최고급 시계 공예) 매뉴팩처를 짓게 됐다.

플랑 레 와트에 방문한 날, 하늘은 유난히 맑았다. 워치스 앤 원더스가 한창 열리고 있는 팔렉스포에서 20분 남짓 걸렸을까. 통창으로 빛을 끌어들이는 아틀리에가 모습을 드러냈다. 장인의 손끝에 집중이 필요한 공간일수록 빛은 중요하다. 이곳의 채광은 기능이면서 동시에 배려다. 보안상 촬영은 불가했지만 장면들은 또렷이 기억한다. 테크니컬 오피스에서 설계가 구체화되고, 툴 워크숍에서 장인들의 공구가 만들어지며, 케이스 미들・백・베젤이 결합하는 조립 공정까지. 약 10여 개의 단계가 한 건물 안에서 이뤄진다. 인상적이었던 건 브레이슬릿 워크숍. 피아제는 골드 브레이슬릿을 자체 제작하는 몇 안 되는 메종이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골드 스프링을 한 코씩 엮어 완성하는 장면을 직접 마주했다. 기계로는 대체할 수 없는 심미안과 집요함에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하이주얼리 워크숍에는 세계 각지에서 모인 스톤 샘플이 놓여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보석감정사는 단호했다. 컬러와 투명도, 컷과 산지까지 가장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보석만 사용한다는 원칙. 골드를 다루는 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가공 과정에서 발생한 금 잔여물은 전부 회수해 다시 녹인다. 1064℃ 이상의 온도에서 재용해된 골드는 다시 바(bar) 형태로 태어난다. 이 전 과정을 자체 설비로 수행하는 메종은 극소수다. 피아제는 순도 100%의 금만을 사용하며, 재생산한 골드는 모두 판매용으로 분리한다.

투어 내내 우리는 감탄할지언정 큰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오히려 목소리를 낮췄다. 장인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다. 공정이 세분화된 만큼 검증 또한 철저하고 집요하다. 단 하나의 결함도 허용되지 않는다. 완성 이후 문제가 발견되면, 그 시계는 폐기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언제나 완벽 그 이상을 추구하라(Always do better than necessary).” 1874년부터 이어진 피아제의 브랜드 철학은 구호가 아니라 습관에 가깝다. 햇살이 산자락에 고요하게 스며드는 매뉴팩처에서 그 원칙은 묵묵히 지켜지고 있었다.

Credit

  • 사진/ © Piaget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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