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 마르지엘라가 상해로 간 까닭은?
메종 마르지엘라가 중국에서 첫 쇼를 선보였다. 4월 2주간 중국 세 도시에서 선보인 <메종 마르지엘라/폴더> 전시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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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KED, UNPACKED, REIMAGINED
메종 마르지엘라가 처음으로 중국을 찾았다. 커다란 컨테이너 사이에서 펼쳐진 2026 F/W 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지금 메종 마르지엘라는 과거를 반복하는 대신 그것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프린트된 유리 오간자를 여러 겹 겹치고 에어브러시 작업을 더해 마치 살아 있는 도자기 인형 같은 드레스를 완성했다.
4월 1일, 나는 상하이의 한 컨테이너 속에 있었다. 메종 마르지엘라의 새로운 수장 글렌 마틴스는 2026 F/W 컬렉션의 무대로 이 도시를 택했다. 아티즈널(Artisanal, 극소량 제작되는 쿠튀르 피스)과 레디투웨어 라인이 뒤섞인 이번 쇼는 메종의 창립 초기, 마틴 마르지엘라가 두 라인을 함께 선보였던 방식을 환기한다. 세컨드 스킨, 비앙케토, 비전통적 소재의 활용, 이질적 텍스처의 결합, 그리고 마스크를 통한 익명성까지, 메종의 핵심 코드가 유기적으로 얽혔다. 동시에 이번 쇼는 마르지엘라가 선보이는 중국에서의 첫 쇼이자 핵심적인 코드를 해석하는 3개 도시 순회 전시 ‘메종 마르지엘라/폴더(Maison Margiela/Folders)’ 프로젝트의 서막이기도 하다.
런웨이는 중국에서 기원한 도자기에서 출발했다. 첫 번째 룩을 살펴보자. 유리 오간자를 여러 겹 겹치고, 음영을 강조하는 에어브러시 작업을 더한 드레스는 마치 살아있는 도자기 인형처럼 보인다. 여기에 얼굴을 프린트한 마스크가 더해지며 첫 등장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도자기 드레스 군단을 정점으로 끌어올린 건, 바로 약 500개의 세라믹 조각을 오간자 위에 고정한 드레스다. 무게만 90kg에 달하는 이 드레스는 움직일 때마다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극적인 장면을 완성한다. 도자기의 단단한 질감 뒤로 피부처럼 보이는 누드톤 이브닝 룩이 이어졌다. 저지 카디건과 트렌치코트, 재킷 위에 스킨 톤 저지를 팽팽하게 덧입혀 내부의 테일러링 구조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후 전개되는 룩에는 메종의 핵심 코드인 비앙케토(Bianchetto)가 에드워디안 실루엣의 드레스, 테일 코트, 니트 트윈 세트 등에 적용되었다. 페인트 질감의 유연한 테크니컬 소재 위에 비앙케토 페인팅을 더한, 한 단계 진화한 기법이다. 특히 룩 20번의 드레스는 구조와 표면의 경계를 허물었다. 플라스틱 시트로 만든 에드워디안풍 드레스에 과장된 주얼리를 더하고, 라텍스를 혼합한 페인트를 입힌 뒤 이를 벗겨내면 형태가 완성된다. 표면 자체가 곧 구조가 된 이 드레스는 모델의 움직임까지 제한하며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룩 23번은 약 15만 개의 골드 스타 스티커를 34명의 장인이 수작업으로 부착한 것. 마스크도 마찬가지. 무려 2천975시간을 공들였다. 실크 태피터로 완성된 드레스(룩 29)를 보면 하나의 질문이 떠오른다. ‘시작과 끝이 분명하지 않은, 무한한 드레이핑이 가능한가?’ 이를 위해 약 350~400개의 지점에 보이지 않는 손바느질을 더해 연속성을 유지했다. 아틀리에에서 직조한 스테인리스스틸 드레스(룩 32)는 보호 장갑을 낀 장인들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조각하듯 형태를 만들고, 구기고, 두드려 가면서. 업사이클링은 언제나 메종 마르지엘라 아티즈널 피스의 핵심 주제다. 파리 벼룩시장에서 발견한 19세기 태피스트리(룩 24), 12개의 빈티지 레더 재킷을 해체하고 조각 낸 에드워디안 실루엣(룩 46), 손상된 빈티지 룩을 보디스와 스커트에 부착한 뒤 떼어내 흔적만 남기는 립오프 기법(룩 55)까지. 시간의 흔적은 새로운 조형 언어로 전환된다. 특히 룩 74번 드레스는 앞서 언급한 룩 24번을 만드는 데 사용된, 19세기 소파 뒷면에서 발견한 태피스트리를 복원해 제작되었다. 여러 부분이 심하게 닳아 있었기 때문에 손상된 부분 전체를 메탈릭 시퀸으로 손자수해 수선했다. 피날레 룩 역시 벼룩시장에서 시작되었다. 시장 바닥에 버려져 있던 19세기 회화 작품이 그 재료다. 복원가들은 일주일 동안 손상된 상태를 안정화해 더 이상 안료 탈락이 없도록 했다. 길이 5m에 달하는 캔버스를 단 한 번도 자르지 않은 채 가운으로 만들었고, 그 위에 회화를 드레이핑했다. 원한다면 드레스에서 분리해서 다시 벽에 걸 수 있도록.
총 76벌의 룩은 모두 마스크와 함께 등장한다. 얼굴을 가리는 이 장치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개별성을 지우고 옷 그 자체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메종의 오래된 태도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익명성 속에서 오히려 더 또렷해지는 것은 형태와 소재, 그리고 제작 과정이 만들어내는 순수한 조형성이다.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드러나는 치밀하고 집요한 실험은 메종이 축적해온 유산을 현재형으로 확장한다. 해체와 재구성, 업사이클링, 그리고 표면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까지. 글렌 마틴스는 그 방법론을 자신만의 언어로 정교하게 밀어붙였다. 과거를 반복하기보다는 해부하고 재조립해, 새로운 밀도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상하이 얀당 로드 한복판에 들어선 컨테이너 박스. 이곳에서 메종 마르지엘라 팀이 직접 큐레이팅한 58개의 아티즈널 룩을 만나볼 수 있었다.
프랑스 출신의 아티스트이자 사진가 판도라 그레슬의 타비 컬렉션을 모아 놓은 전시장 풍경. 그녀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14개의 타비를 수집했다.
선전에서 열린 ‘비앙케토: 아틀리에 익스피리언스’에서는 참여자 각자의 옷장 속 아이템을 비앙케토 기법으로 재해석하는 몰입형 경험을 선사했다.
MAISON MARGIELA/FOLDERS
마르지엘라의 중국 쇼가 끝난 다음 날인 4월 2일. 하우스의 핵심 코드를 해석한 3개 도시 순회 전시 ‘메종 마르지엘라/폴더(Maison Margiela/Folders)’ 프로젝트의 서막이 올랐다. 상하이의 ‘아티즈널(Artisanal)’, 청두의 ‘타비(Tabi)’, 그리고 선전의 ‘비앙케토(Bianchetto)’까지 약 2주에 걸쳐 세 도시를 순회하며 메종의 정체성을 다층적으로 펼쳐냈다.
Artisanal
상하이 얀당 로드 한복판. 전날의 쇼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컨테이너 박스가 등장했다. 그 속에는 메종의 오트 쿠튀르 라인이자 창의적 언어의 근간인 ‘아티즈널’ 룩이 전시되어 있었다. 메종 팀이 직접 큐레이션한 58개의 아티즈널 룩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 1989 F/W 시즌의 도자기 플레이트 웨이스트 코트부터 전날 공개된 에드워디안풍 밀랍 처리 드레스에 이르기까지. 마틴 마르지엘라와 장 폴 고티에, 글렌 마틴스로 이어지는 메종의 서사를 관통하는 이번 큐레이션은 브랜드의 유산과 실험 정신을 동시에 드러낸다. 현재까지도 아티즈널은 메종의 창의적 실험실로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Tabi
‘마르지엘라=타비’라는 공식이 성립할 만큼, 타비는 메종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지난 4월 9일, 청두 제3번가 미술관에서 이를 조명하는 ‘타비: 컬렉터스 전시(Tabi: Collectors Exhibition)’가 열렸다. 이번 전시는 타비를 단순한 신발이 아닌, 개인적 표현의 매개체로 확장해온 글로벌 커뮤니티에 주목한다. 총 9팀의 컬렉터가 참여해 각자의 아카이브를 공개하며, 타비를 둘러싼 관계성과 서사를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대형 사진과 함께 구성된 워드로브 형식의 디스플레이는 타비가 실제로 어떻게 착용되고, 보존되며, 또 각자의 방식으로 커스터마이즈 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참여자 역시 다층적이다. 한국 아티스트 자이언티를 비롯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르타 데 메그니(Marta de Megni), 뮤지션이자 퍼포머 멘테(Menthae), 박사 과정 학생 왕 즈위(Zhiyu Wang), 아티스트 시어스터 게이츠(Theaster Gates), NBA 농구 선수 제라미 그랜트(Jerami Grant), 아티스트이자 사진가 판도라 그레슬(Pandora Graessl), 메종의 경영인 엘레오노르 기뇨(Eléonore Guignot), 뉴욕에 사는 모어(Mor) 가족 등 각기 다른 배경의 인물들이 타비를 매개로 하나의 서사를 이룬다. 특히 모어 가족은 무려 75켤레의 타비를 소장하고 있다고.
Bianchetto
프로젝트의 마지막 챕터는 선전에서 열린 ‘비앙케토: 아틀리에 익스피리언스(Bianchetto: Atelier Experience)’다. 비앙케토는 표면 위에 흰색 페인트를 덧입히고, 붓질의 흔적을 그대로 남겨 그 자체를 하나의 ‘빈 캔버스’로 전환하는 메종 마르지엘라의 대표 기법이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참여자가 직접 개입하는 몰입형 경험으로 구성됐다. 아틀리에 팀의 가이드를 따라 각자의 옷장 속 아이템을 비앙게토 기법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익숙한 의상은 새로운 표면과 의미를 입는다. 흰색으로 덮어가는 과정을 통해 어떤 옷이든 메종의 언어로 재탄생하고, 마지막에는 시그너처인 네 개의 화이트 스티치로 완성된다. 모든 참가자에게는 파리 아틀리에와 오피스 팀이 착용하는 화이트 랩 코트, ‘블루즈 블랑슈(Blouse Blache)’가 제공되어 메종의 창작 과정 속으로 한 발 더 깊이 들어가는 경험을 완성했다.
Credit
- 사진/ ©Masion Margiela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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