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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 스니커리나' 자세히 뜯어보기

루이 비통의 상징적인 요소를 집약한 ‘LV 스니커리나’. 그 디테일을 하나하나 들여다보았다.

프로필 by 윤혜영 202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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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비통의 상징적인 요소를 집약한 ‘LV 스니커리나’. 그 디테일을 하나하나 들여다보았다.


푸크시아 핑크 컬러의 스니커즈는 Louis Vuitton.


벨크로 스트랩이 특징인 메리제인 스니커즈는 Louis Vuitton.


신발끈에 끼웠다 뺐다 할 수 있는 플라워 참 ‘비비엔’을 장식한 세 개의 스니커즈는 모두 Louis Vuitton.


‘비비엔’으로 포인트를 준 데님 소재의 스니커즈는 Louis Vuitton.


※ 화보에 촬영된 제품은 모두 가격 미정.


LV 스니커리나를 만드는 재료들. 라스트 메이커 오피스에서 만드는 라스트. 어퍼와 아웃솔을 반대로 맞물리게 봉제 중이다. 신발끈도 한 땀 한 땀 섬세하게. 핸드메이드 재단 기술을 선보이는 장인의 모습. 밑창에까지 하우스의 시그너처를 담았다. 반대로 뒤집힌 스니커리나를 또 다시 뒤집어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점검된 스니커리나가 포장되고 있다.

CRAFT IN MOTION


지난 3월, 2026 F/W 파리 패션위크가 막을 내린 다음 날. 루이 비통 슈즈 공방이 위치한 피에소 다르티코로 가기 위해 베니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이 뒤따른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하우스가 왜 굳이 슈즈 공방을 이탈리아에 두었을까?

‘슈즈 장인 마을’로 불리는 피에소 다르티코의 역사는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브렌타(Brenta)강의 맑은 물을 따라 베네치아 귀족들의 여름 별장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베네치아의 리알토와 산마르코 광장에서 활동하던 태너(tanner, 피혁공)와 카레게리(calegheri, 구두 장인)들은 자연스럽게 귀족 고객을 따라 이곳으로 옮겨왔다. 베네치아에서 약 30km 떨어진 이 작은 도시는 곧 고급 제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으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최고의 장인이 있는 곳에서 만든다”는 원칙을 고수해온 루이 비통 역시 이 흐름을 따랐다. 1998년, 슈즈 카테고리를 론칭하며 피에소 다르티코에 디자인 개발과 생산 거점을 구축했고, 2009년에는 본격적인 슈즈 공방을 완성했다. 이는 단순한 생산 기지를 넘어선 선택이다. 루이 비통이 축적해온 프랑스식 미학과 이탈리아 장인 기술의 결합, 즉 ‘두 문화의 정점에서 탄생하는 결과물’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평화로운 마을 한편에 고요히 자리한 1만4천m² 규모의 루이 비통 공방은 외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회색 톤의 건물은 하나의 슈즈 박스를 연상시키는데, 실제로 건축가 장 마르크 산드로리니는 이 단순한 오브제에서 영감을 얻었다. 건물 입구에는 공방의 정체성을 상징하듯 장 자크 오리의 커다란 슈즈 조각 <비너스 아레스카르팽(Venus à l’Escarpin)>이 방문객을 맞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건물 안쪽의 녹색 회랑(cloister)에 또 다른 슈즈 조각품인 조아나 바스콘셀로스(Joanna Vasconcelos)와 나탈리 데코스터(Nathalie Decoster)의 <프리실라(Priscilla)>가 공간에 묘한 예술적 긴장감을 더한다. 이곳은 단순한 제작 공간이 아니다. 기능과 미학이 공존하는, 루이 비통이 추구하는 세계관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이 공방은 3년에 걸친 연구와 설계를 거쳐 완공되었다. 그야말로 ‘장인의, 장인에 의한, 장인을 위한’ 공간.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고 오롯이 작업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으며, 여기에 지열을 활용한 온도 조절, 공기 질 관리 시스템, 빗물 재활용 설비에 이르기까지, 장인정신이 자연을 향한 태도와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본격적인 작업장 내부로 들어섰다. 이번 투어를 통해 ‘LV 스니커리나’가 탄생하기까지의 여정을 밀도 있게 볼 수 있었다. 2025년 새롭게 등장한 이 슈즈는 스니커즈와 발레 플랫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디자인으로 단숨에 주목받았다. 스니커리나는 총 여섯 단계의 공정을 거쳐 완성된다. 첫 번째는 신발 제작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라스트 메이커 오피스(Last Maker Office). 디자이너의 스케치는 이곳에서 입체적인 나무 형태, 즉 ‘라스트’로 구현된다. 모든 곡선과 비율은 포르미에(Formier)라 불리는 장인들의 손끝에서 완성된다. “라스트 메이커가 되기 위해서는 정말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단 1mm의 차이가 착화감을 좌우하죠. 우리의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의 발에 자연스럽게 맞는 형태를 구현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가볍고 유연한 움직임을 위한 인젝션 아웃솔(액체 상태의 소재를 틀에 주입해 만드는 방식),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뒤꿈치 부분이 보강된 미드솔, 최적의 보행 편안함을 제공하는 탈착 가능한 풋베드 인솔을 통해 착화감과 기능성을 완성시킨다. 이는 단순한 구조 설계를 넘어 걷는 경험을 완성하는 단계다. 세 번째는 핸드메이드 재단 과정. 장인들은 가죽과 캔버스를 전통적인 도구와 기술을 사용해 정밀하게 재단해 조각 낸다. 각 소재의 결을 읽고, 미세한 차이를 손으로 조율하는 이 과정은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네 번째는 전통적인 제화 기법인 사케토(Sacchetto) 공법이다. 안감과 겉감을 하나로 봉제한 뒤 어퍼와 아웃솔을 반대로 맞물리게 연결한다. 그다음 이를 뒤집는 공정을 통해 구조를 정교하게 다듬는다. 이 과정을 거치며 발을 장갑처럼 감싸는 유연한 착화감과 완성도 높은 형태를 갖추게 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스티치, 가장자리, 하드웨어, 표면 마감에 이르기까지 모든 디테일을 면밀히 점검한다.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점검을 마친 뒤 비로소 한 켤레의 스니커리나가 완성된다.

공방 투어를 마치고 나서 도착한 곳은 약 260m² 규모의 갤러리. 이곳에는 인도와 중국의 역사적인 슈즈를 비롯해 앤디 워홀, 랄프 깁슨의 작품, 그리고 야요이 쿠사마, 리처드 프린스 등 하우스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아티스트들의 작업이 전시되어 있다. 이는 이곳이 단순한 생산 공간을 넘어 브랜드의 역사와 미학, 그리고 창작의 맥락을 아우르는 문화적 아카이브임을 보여주며 루이 비통이 메종으로 불리는 이유를 조용히 증명한다. 2022년, 루이 비통은 출판사 애슐린과 함께 <루이 비통 작업 공방(Louis Vuitton Manufactures)>을 출간했다. 이 책은 여행의 예술과 혁신을 향한 브랜드의 근간, 즉 장인정신을 조명한다. “놀라운 건물과 그 안에서 일하는 놀라운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에서 비로소 이 공간의 의미를 또렷히 느낄 수 있었다.


Credit

  • 사진/ 김윤주, © Louis Vuitton
  • 어시스턴트/ 김가람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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