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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미국 여성 소설가가 말하는 ‘소설 쓰는 일’에 대하여

그것은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프로필 by 손안나 2026.04.06

THE STORYTELLERS


위대한 소설은 시대의 본질을 포착한다. 마거릿 애트우드, 줌파 라히리, 제스민 워드, 조이스 캐럴 오츠, 오테사 모시페그가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시대를 선명하게 정의하는 데 자신들의 글을 보태왔다.


“용인될 수 있다면 그것이 예술이다(Art is what you can get away with)”라고, 마거릿 애트우드는 자신이 마샬 맥루한의 말을 인용했음을 밝히며 말했다. 애트우드를 만난 것은 1월 초였다. 미니애폴리스에서 일어난 국가 폭력 사태로 미국이 폭발하기 며칠 전이었다. 대화를 주고받는 내내 애트우드는 따뜻한 태도였고, 여러 주제를 두서없이 오갔으며, 약간의 장난기를 즐기는 모습이 역력했다. “무엇이 용인되는가는 어떤 시대에 사는지, 어떤 곳에 사는지, 그리고 무엇에 관해 쓰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죠”라고 그녀는 말한다. “좋은 결말을 만들기 위한 단 하나의 정답은 없어요. 결말과 시작은 작가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지만, 가장 쓰기 힘든 건 중간 부분이죠.”

지금 우리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도 매우 암담한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나는 이야기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허무감에 사로잡혀 있다. 이야기란 우리가 현실을 재구성하여 받아들이는 방식이자, 우리 자신과 우리 주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도구다. 무엇보다 이야기는 우리가 겪어온 일들의 의미를 이해하게 해준다. 하지만 오늘날의 이야기들은 그렇지 않다. 틱톡, 팟캐스트, 분탕을 일으키는 게시글들, 장황하게 불만을 터트리는 유튜브 영상들, 미국 연방 정부의 보도자료에서 쏟아져 나오는 여러 이야기가 우리 모두의 현실 의식을 형성하며 왜곡하고 있다.

그러나 소설은 다르다. 소설은 타인의 의식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초대장이다. 내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익숙한 감정이 느껴지기도 하고, 혹은 너무나 낯설어 새로운 종의 인간을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예측 불가능한 세계다. 훌륭한 소설들은 저급한 욕구에 영합하지 않는다. 또 그 어떤 마케팅 트렌드에도 순응하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18세에서 35세 사이일 필요도, 미국인일 필요도, 이성애자이거나 백인이거나 중산층이거나 예의 바른 성격일 필요도 없다. 대신 소설은 읽는 사람들에게 그들 자신이 원하는지조차 몰랐던 것을 선사한다.

위대한 소설의 주인공은 오테사 모시페그의 작품에서처럼 결코 호감이 가지 않는 젊은 여성이기도 하고, 제스민 워드가 미시시피 델타를 깊이 탐구한 작품에서처럼 무자비한 폭풍우 앞에서 그 상황을 납득하기 위해 애쓰는 어린아이이기도 하다. 줌파 라히리가 쓴 <이름 뒤에 숨은 사랑>의 주인공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려 하는 벵골 출신 이민자의 아들이다. 조이스 캐럴 오츠의 최근작 <Fox>의 중심에는 교사가 왜 자신을 해치려 하는지 알고 싶은 한 여자아이가 있다. 애트우드의 <그레이스>에서 주인공은 1800년대 캐나다의 한 저택에서 일하는 하녀로, 주위의 모두가 그녀를 깊은 내면 세계가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상황에서도 내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아가려는 인물이다. 모든 시나리오는 각각의 탁월한 상상력에서 나왔다.

이 작가들은 모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분명하게 정의할 수 없는 예술 작품을 창조함으로써 스토리텔링 방식의 경계를 확장해왔다. 많은 이들에게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는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시대를 완벽하게 빗댄 우화다. 모시페그의 소설들은 독자로 하여금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해온 자신의 가치관과 감정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워드는 미국 남부 흑인 문학의 부흥기를 열었다. 라히리는 허구와 논픽션, 혹은 허구와 일종의 ‘진실’을 선으로 구분 짓는 것이 ‘이분법’에 불과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러한 이분법에 점점 더 거부감을 느끼고 이로부터 벗어나거나 이에 반박하고자 한다. 너무나 많은 글과 문학이, 바로 둘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호함은 마치 저항처럼 여겨질 수 있으며, 그 자체로 영웅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 작가들과 대화하고 싶었던 이유였다. 우리는 그들이 어떻게, 왜 창작을 하는지에 관해 묻고 싶었다. 또 AI의 지배와 독서의 종말에 관한 말들로 뒤덮인 시대를 살아가며 실존적 위협을 느끼지는 않는지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 중 누구도 그리 걱정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토니 모리슨의 작품을 읽을 수 있는데, 뭐하러 AI가 쓴 걸 읽겠어요?” 오츠는 물었다. 워드는 작가로서의 생각을 말했다. “창작하는 과정 전체를 제가 직접 겪어야만 해요.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이 있고, 그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더 깨달아가는 것들이 있거든요. 이 작업이 저를 계속해서 살아가게 하기 때문에, 저는 이 작업을 반드시 해야 해요.”

언론인 찰리 로즈가 2003년 토니 모리슨을 인터뷰했을 때 모리슨이 한 말은 나에게 소설을 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설명해 주었다. “당신이 쓴 인물들 대부분은 승리자인가요? 패배자인가요?”라는 로즈의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늘 승리자죠. 설사 덜컥 죽어버렸다고 해도 마찬가지예요. 그들은 아주, 아주 중요한 것, 그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었더라면 결코 알 수 없었을 아주 결정적인 것들을 배웠거든요. 소설 속 인물들은 갑작스럽게 깨달음을 얻는 경험을 하죠. 저는 그들이 마침내 깨달음을 얻는 순간, 그리고 그 깨달음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되는 순간이 바로 해피 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물들은 차가 없을 수도, 사랑하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고, 무언가 다른 걸 갖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마음과 영혼으로 가득한 삶을 살며, 그래서 승리합니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어리석지 않아요.” 내가 소설을 읽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마음의 삶에서 승리하고, 일상 속에서 깨달음을 얻으며, 또 다른 이야기를 쌓아가기 위해 말이다.


재킷은 Fforme. 귀고리는 Pandora.

헤어&메이크업/ Alexandre Deslauriers(Oribe, Chanel) 세트 스타일리스트/ Kendra Martyn

헤어&메이크업/ Alexandre Deslauriers(Oribe, Chanel) 세트 스타일리스트/ Kendra Martyn

시간이 흘러 구식이 되는 결말들이 있죠. 우리는 더 이상 신데렐라가 잘생긴 왕자와 결혼해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고 온전히 믿지 않아요. 항상 그렇듯, 몇 가지 복잡한 문제가 생길 거라는 걸 아니까요. - 마거릿 애트우드


드레스, 부츠는 Gucci.

헤어&메이크업/ Mara Giannini

헤어&메이크업/ Mara Giannini

소설은 몇 가지 메모, 구절 하나, 결말이 나지 않은 짧은 이야기, 아이디어 하나, 문단 하나, 줄곧 머리를 떠나지 않는 어떤 생각으로부터 발전할 수 있어요. 대부분의 소설은 제 머릿속을 사로잡은 것에서 출발해요. 저는 결국 그것들이 이끄는 대로 가보기로 결심하죠. ‘좋아, 저 뒤엔 뭐가 있지? 이 유령은 뭐지? 톡톡 치는 듯한 이 소리는 뭐지?’ 조금 무섭기는 해도, 저는 그게 뭔지 확인해 봐야만 해요. - 줌파 라히리


드레스는 Proenza Schouler. 귀고리는 Cano. 왼손에 낀 반지는 Messika Moderniste. 오른손에 낀 반지는 Piaget Possession. 힐은 Manolo Blahnik.

헤어&메이크업/ Mariya Piltyeva

헤어&메이크업/ Mariya Piltyeva

가끔 써놓은 걸 다 버릴 때가 있어요. 두 시간 동안 앉아서 아주 형편없는 문장 하나만 쓰는 날도 있고요. 나 자신에 관해, 그리고 내가 글을 쓰는 과정에 관해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내가 쓴 글이 보기 싫게 느껴지고, 중심을 잡지 못한 것 같고, 특별히 영감이 떠오르지 않고, 창작을 하기 위한 정신과 마음의 상태에 이르지 못하는 때에도 그냥 계속해서 써야만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계속 쓰다 보면, 버리는 것보다 남는 게 더 많아지는 지점에 도달하리라는 걸 알고 있거든요. - 제스민 워드


귀고리와 의상은 작가 본인 소장품으로 Issey Miyake.

헤어&메이크업/ Mariya Piltyeva

헤어&메이크업/ Mariya Piltyeva

퇴고하면 글이 더 나아집니다. 수정할 때마다 글이 더 나아진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 과정이 기대됩니다. 오늘 밤 작업할 때 어제의 작업분을 더 좋게 고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저는 마치 정원에 나가는 것처럼 즐거운 기분이 듭니다. 정원에 전부 잡초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 조이스 캐럴 오츠


(위) 재킷과 셔츠는 Miu Miu. 후프 귀고리는 Messika Moderniste. (아래) 재킷, 셔츠, 팬츠는 모두 Miu Miu. 귀고리는 Pandora. 펌프스는 Le Monde Béryl.

헤어&메이크업/ Mariya Piltyeva

헤어&메이크업/ Mariya Piltyeva

사실 모든 것은 외로움 속에서 꽃피고 만발합니다. 저는 삶에서 무언가가 제 앞에 나타나주길 바랐어요. 그리고 그게 바로 글쓰기였어요. 글쓰기는 외부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나 자신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너무나 신성하고 순수하게 느껴져요. 그래서 글쓰기에는 매우 영적인 부분이 있어요. - 오테사 모시페그



Credit

  • 글/ Kaitlyn Greenidge
  • 번역/ 박수진
  • 사진/ Pegah Farahmand
  • 스타일리스트/ Alexandra Delifer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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