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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이치 사카모토의 마지막 날들을 다룬 영화가 개봉했다

영원한 창작자, 클래식계의 거장 류이치 사카모토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

프로필 by 안서경 202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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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에는 마지막 나날까지 일상에서 창작을 이어간 한 예술가의 초상이 담겨 있다.


2023년 3월 28일,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마지막 오리지널 앨범 <12>를 듣고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를 다시 보며 공허함에 시달리다 그해 12월 도쿄행 비행기 티켓을 구입했다. NTT 인터커뮤니케이션 센터에서 열리는 류이치 사카모토 트리뷰트전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두 번째 방문은 2024년 12월 21일, 도쿄도현대미술관(MOT)에서 열린 회고전 《Seeing Sound, Hearing Time》전의 개막일이었다. 반나절 동안 미술관에 머물면서 수많은 관객들의 표정을 살펴보니 다들 슬픔이 아니라 기쁨이 넘쳤다. 이들의 마음은 나와 똑같았다. 단순한 추모가 아니다. 애도의 날을 통과한 후 얻은 안도에 가까웠다. 그의 예술 세계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확신하는 자리였다. 사카모토의 표현을 빌리자면, 누구나 그가 얼마나 멋진 인생을 살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는 바로 그런 다큐멘터리다. 상실의 무게에 눌리기보다는 그가 걸어온 시간이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야기.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2023)가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콘서트(정선된 20곡의 연주)였다면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는 예술가로서의 신념과 삶에 대한 단단한 태도를 오롯이 담아낸 기록이다. 제목 그대로 시간순의 다이어리 형식을 따라 일기, 영상, 인터뷰 등을 활용해 생각과 감정의 단편들로 엮어 말년의 삶을 구성한다. 꿋꿋이 외로운 사투를 벌이면서도 창작을 포기하지 않는 예술가의 의지와 집념이 깃들어 있다.

달과 피아노로 시작하는 오프닝은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모리 켄쇼 감독은 전방위 예술가를 읽는 두 개의 핵심 키워드를 전면에 배치한 셈이다. 사카모토의 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2023)에 나오는 첫 챕터에서 서술한 적 있듯, 영화 <마지막 사랑>(1990)에서 폴 볼스의 대사를 인용해 인생의 덧없음을 보름달로 환기시킨다. 보름달에 이어서 2019년 봄, 사카모토의 뉴욕 집 마당으로 나온 피아노에 초점을 맞춘다.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실험’으로 명명하고 동고동락한 피아노를 마당에 내버려둔 것이다. 빗속에서 울려 퍼지던 피아노가 점점 파손되면서 본래의 나무 상태에 가까워지는 것을 후반부에서 보게 된다. 사카모토의 분신 같은 피아노가 자연으로 회귀하는 과정은 그의 쇠약해진 심신과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영화 속 사카모토의 한결같은 삶, 그의 소우주에서는 소소한 일상조차 소리가 되고 사건이 된다. 이 음악가가 작은 물건에서 고유한 소리를 발견하듯 그의 소박한 행동이나 작은 메모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빛난다. 여느 작품의 플롯이나 에피소드 못지 않은 비중이다. 투병 중인 그에게 필요한 것은 소리다. 빗소리가 그를 위로해주는 친구가 되고, 그것이 결국 자연과 사물의 소리를 담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더욱이 ‘천천히 흐르는 구름의 움직임을 소리 없는 음악’이라고 정의하는 사카모토는 구름의 움직임 같은 음악을 만들려고 시도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전념했던 구름이란 화두가 대자연을 품은 예술가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공감할 수 있다. 그의 인생이 곧 음악이었다. 덧붙이자면,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는 동안 사카모토가 직접 찍은 미묘한 보름달을 볼 수 있다. 여기에 그가 작곡한 ‘Happy End’의 선율이 함께 흐른다. 이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상상하기 어렵다.

※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는 4월 1일 개봉 예정이다.

Credit

  • 글/ 전종혁(프리랜스 에디터)
  • 사진/ 영화사진진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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