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의 향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샤넬 N°5 향기가 피어나는 그라스 재스민 밭으로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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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FIELDS OF CHANEL
샤넬 ‘N°5’의 탄생 스토리는 한번쯤 들어봤을 터. 천재 조향사 에르네스트 보(Ernest Beaux)가 가브리엘 샤넬에게 건넨 샘플 중 ‘다섯 번째’ 병이 향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N°5’였다. 이때 에르네스트 보는 핵심 노트로 그라스에서 재배된 재스민을 선택했다.
따스한 햇살과 청량한 바람이 교차하던 9월, 에디터는 향의 발상지이자 샤넬 향수의 첫 장이 쓰인 프랑스 남부의 그라스(Grasse)를 찾았다. 도착하자마자 바람결을 타고 흘러온 진한 재스민 향이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끝이 보이지 않는 대지가 펼쳐졌다. 무려 30헥타르(축구장 4개 크기)에 이르는 드넓은 농장. 이른 아침 햇살 아래 농부들은 꽃 사이에 몸을 묻은 채 재스민을 손수 수확하고 있었다. ‘별들의 꽃’이라 불리는 재스민은 밤에 개화해 풍성한 향기를 내뿜기에 새벽녘부터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연약하고 금세 시들어 오직 손으로만 수확하며, 갓 딴 꽃은 젖은 천으로 덮어 신선함을 유지한다. 빨간 매니큐어를 칠한 손끝으로 여린 꽃을 따고, 머리에 재스민을 꽂은 채 웃는 그들의 모습에서 따뜻한 생기가 피어올랐다. 샤넬 향수의 한 페이지가 쓰이고 있었다.
그라스는 원래 가죽 무역이 활발한 도시였다. 그러다가 17세기, 가죽에 밴 마구간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을 뿌리기 시작하면서 도시의 운명이 바뀌었다. 비옥한 토양과 온화한 기후, 바람을 막아주는 지형 덕분에 향수의 원료가 되는 꽃들이 풍성히 자라났다. 재스민, 로즈, 라벤더 향이 도시 전역에 퍼지며 향 추출업자, 무역상, 최상급 원료를 찾는 조향사들이 이 지역으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그렇게 그라스는 향수의 요람으로 거듭났다.
샤넬 농장이 그중에서도 특별한 건, 그라스 지역의 최대 꽃 생산지(그라스 재스민의 90% 이상이 이곳에서 재배된다)이자 무려 여섯 세대에 걸쳐 뮬(Mul) 가문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 이 협력 관계는 1987년, 당시 샤넬의 조향사였던 쟈끄 뽈쥬(Jacques Polge)의 주도로 시작됐다. 이를 통해 샤넬은 꽃의 질과 양을 직접 관리하며 향의 일관성과 예술성을 지켜올 수 있었다. ‘N°5’가 한 세기 넘는 시간 동안 변함없는 향을 간직하며 사랑받는 비결이다.
이곳에서는 재스민 외에도 메이 로즈, 아이리스, 튜베로즈, 제라늄 등 샤넬 향수에 쓰이는 다섯 가지 주요 작물이 재배된다. 뮬 가문은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부터 화학 비료를 쓰지 않는 자연 친화적 농법을 이어오고 있다. 2010년에는 유기농 작물 농장 인증을 받았다. “토양이 고갈되는 위험 없이 최고 수준의 꽃을 재배하기 위한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습니다. 작물 재배 사이에는 농장을 휴경하고, 토양을 깊이 이해하기 위한 분석도 수행하죠. 가장 향기로운 꽃을 생산하고 미래에도 동일한 품질을 보장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입니다.” 뮬 가문의 5세대로 농장을 이끄는 파브리스 비앙키(Fabrice Bianchi)는 말한다. 물 소비량을 줄이고 생태계 보존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환경 보호에도 꾸준히 힘쓰고 있다.
1988년, 샤넬은 농장 바로 옆에 향 추출 공장을 설립하며 두 번째 장을 열었다. 꽃의 가장 신선한 향을 온전히 담아내기 위함이다. 이곳은 향수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앱솔루트를 추출하고, 수확 시기마다 향을 테스트하며 개선하는 실험실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농장에서 공장까지, 꽃이 향으로 태어나는 전 과정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오후 1시 수확을 마친 재스민은 무게를 재고 곧장 공장으로 옮겨졌다. 에디터도 그 꽃의 여정을 따라 그곳으로 향했다. 오늘 아침에 수확한 하얀 재스민 더미가 이미 도착해 있었다. 향의 성분을 흡수하는 용매제에 재스민을 담그면, 용매가 증발하며 향기 왁스인 ‘콘크리트’가 남는다. 이 왁스에서 향기 성분을 분리해 얻은 것이 향수의 포뮬러에 사용되는 ‘앱솔루트’다. 1kg 콘크리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약 350kg의 재스민이 필요하며, 그중 단 550g만이 재스민 앱솔루트로 태어난다.
재스민이 시들기도 전에, 모든 과정은 하나의 호흡으로 이어져 향기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Credit
- 사진/ ⓒ Chanel Beauty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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