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포시즌스 리조트 남하이에서 보낸 어느 여름날

호이안의 미식과 액티비티, 완벽한 쉼을 모두 누린 진짜 로컬 여행기.

프로필 by 고영진 2025.10.11

THE HOIAN WAY


관광객 없는 식당에서 배를 채우고 바이크로 구시가지를 달리다 포시즌스 리조트 남하이에서 마무리하는 하루. 진짜 호이안을 경험하는 방법.


연못위에 지어진 포시즌스 리조트 남하이의 스파 공간. 족욕 및 간단한 트리트먼트를 받을 수 있는 공간과 마사지 룸이 다리로 이어져 있다.

연못위에 지어진 포시즌스 리조트 남하이의 스파 공간. 족욕 및 간단한 트리트먼트를 받을 수 있는 공간과 마사지 룸이 다리로 이어져 있다.

늦은 저녁 비행기를 타고 다낭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땐 밤 10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곧장 버스를 타고 호이안에 있는 호텔로 향했다. 호이안은 다낭에 비해 인적이 드물고 고급 리조트가 모여 있어 베트남 안에서도 쉬는 여행을 원한다면 추천할 만한 도시다. 창밖으로 이곳이 한국인지 베트남인지 모를 캄캄한 풍경이 스치다 이내 시야에서 흐릿해진다. 눈을 떠보니 깜빡할 새 40분이 흘렀다. 뒤이어 펼쳐진 포시즌스 리조트 남하이의 풍경은 분명 좀 전의 것과 달랐다. 빼곡히 늘어선 야자수 길 끝자락 고즈넉한 목조 건물 로비에서 아오자이(베트남 전통 의상) 스타일의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반겼다. 몇 발짝만 걸어 나가면 곧바로 수영장이 펼쳐진다. 자정이 가까워오는 시간, 아무도 헤엄치지 않는 새카만 수영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쉬고 있는 것 같았다. 체크인이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 잔잔한 풀과 수평선이 맞닿아 있는 고요한 풍경을 넋 놓고 바라봤다.

포시즌스 리조트 남하이의 객실은 리조트 빌라와 1 베드룸부터 5 베드룸까지 옵션을 갖춘 풀 빌라로 나뉜다. 나는 최근 전면 리모델링을 마쳤다는 1 베드룸 타입의 리조트 빌라에 묵었다. 객실이 바다를 향해 있어 큰 창으로 일출을 볼 수 있고, 작은 프라이빗 정원도 갖췄다. 정원에는 비를 맞는 기분으로 샤워할 수 있는 레인 샤워 부스도 있다. 모든 객실이 베트남 전통 가옥의 뼈대를 보존하고 있는 데다, 내부 인테리어까지 지역 목재와 타일, 현지 공예품으로 장식되어 있어 튀는 요소 없이 편안하다. 지난밤 황홀한 첫인상을 심어준 수영장은 리조트의 중심부에 있다. 수영 훈련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레이스용 풀과 가족 단위 이용객을 위한 패밀리 풀, 올림픽 수영장 규격과 동일한 인피니티 풀까지, 세 개의 수영장이 계단식으로 이어져 있다.


베트남 전통 음식에 프랑스 스타일을 가미한 메뉴를 선보이는 레스토랑 라센(La Sen).

베트남 전통 음식에 프랑스 스타일을 가미한 메뉴를 선보이는 레스토랑 라센(La Sen).

PR 디렉터 일루 브아띠어(Ilu Bhatia)는 리조트 안에서 꼭 경험해야 할 것으로 스파를 꼽았다. “베트남 승려 틱낫한의 정신이 이곳 웰니스 프로그램의 시작이에요. 마음이 현재에 머무르도록 만들 때 비로소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고 보는 거죠. 스파의 시작과 끝에는 크리스털 싱잉볼을 활용해요. 이 소리 진동이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꼭 느껴보길 바라요.” 테라피 공간에는 그 흔한 앰비언트 음악도 없었다. 크리스털 볼에 부딪는 맑고 묵직한 사운드가 공간을 가득 채우자 명상을 하듯 경건해진다. 자연의 주파수에 가장 가깝다는 432Hz의 진동은 시작할 무렵엔 명치 즈음에서 탁 걸리는 듯하다가, 1시간 남짓 지나자 온몸에 고르게 울려 퍼진다. 기분 좋은 이완을 느꼈다.


베트남에서 가장 큰 셰리 컬렉션을 보유한 칵테일 바 솔&싸오(Sol&Sao). 낮에는 커피와 젤라토를 판매하는 카페로 운영한다.

베트남에서 가장 큰 셰리 컬렉션을 보유한 칵테일 바 솔&싸오(Sol&Sao). 낮에는 커피와 젤라토를 판매하는 카페로 운영한다.

축물에 들어서면 사방은 온통 잔디와 나무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좋을 공간에서 약 한 시간 동안 에어리얼 요가를 체험했다. 들리는 소리라곤 동작 사이 숨을 고를 때 끼어드는 풀벌레 울음 정도. 한 차례 스콜이 쏟아진 직후라 땅의 열기는 알맞게 식어 있었다. 해먹을 붙잡고 거꾸로 매달렸다, 빙글빙글 돌았다 하는 몇 가지 시퀀스를 마친 뒤 뱃속의 아기처럼 해먹 안에 쏙 안긴 채로 숨을 골랐다. 끈적한 바람에도 그저 상쾌하기만 하다. 요가를 마쳤을 땐 포시즌스 리조트 남하이의 리추얼 프로그램인 굿나잇 키스 투 디 어스(Goodnight Kiss to the Earth)를 시작할 때였다. 마음 안에 있는 무엇이든 종이에다 적어 초와 함께 연못에 띄워 보내는 의식이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배경 삼아 생각지도 못한 진심을 가득 쏟아냈다.

2만 보씩 걸어 다니지 않고서도 리조트 안에서 충분히 먹고 놀 수 있지만, 포시즌스 리조트 남하이가 제안하는 로컬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보면 밖으로 나서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를테면 현지 장인들의 공예품을 판매하는 갤러리 안난(An Nhan) 투어나 현지 셰프 롱(Long)이 운영하는 키친 스튜디오(Long Gia Kitchen)에서 직접 기른 유기농 콩으로 두부와 비건 치즈를 만드는 체험 같은 것. 직접 콩을 씻어 불린 뒤 맷돌로 갈아 두유를 만들고, 찜기에서 갓 꺼낸 두부를 맛보는 경험은 호텔 안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이다.(그때 맛본 갓 만든 두부는 호이안에서 먹었던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꼽는다.)


1 베드룸 리조트 빌라의 내부 전경. 침실이 해변을 향해 있어 눈을 뜨자마자 누운 자리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1 베드룸 리조트 빌라의 내부 전경. 침실이 해변을 향해 있어 눈을 뜨자마자 누운 자리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저녁 식사를 위해 베트남 현지 베테랑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베스파 스쿠터를 타고 4~5곳의 바와 식당을 두루 다녔던 그날은 일루가 소개하는 진짜 로컬 레스토랑만 골라 방문했다. 쉽게 말해 호핑 투어 형식이다. 논 뷰를 자랑하는 칵테일 바&레스토랑 ‘톡(Tok.)’에서 식전주를 마시는 동안 해가 저물었다. 알딸딸한 상태로 다시 10여 분을 내달려 현지식 닭고기 볶음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Com Ga Gieng Dinh)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외국인은 우리뿐이었다. 쌀가루로 만든 얇은 만두피에 속으로 새우나 돼지고기를 넣은 베트남 전통식 만두를 접할 수 있는 식당(White Rose Restaurant)에서는 만두를 직접 빚어볼 수도 있었다.

“이곳에서의 시간을 떠올릴 때 단순히 리조트만 기억하지 않았으면 해요. 사실 리조트 밖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으니까요. 안이든 밖이든, 명소만 찾는 관광 말고 로컬 문화를 두루 경험하는 여행을 했으면 좋겠어요. 어디로든 굳이 떠나려는 건 결국 그런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잖아요?” 일루의 말에서 포시즌스 리조트 남하이가 지향하는 진짜 쉼의 의미를 짐작했다.

Credit

  • 사진/ 포시즌스 리조트 남하이 호이안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