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마르니 새 지휘자, 메릴 로게의 패션 철학

스타일과 철학이 만난 접점, 메릴 로게가 이끄는 마르니의 새로운 시작을 조명합니다.

프로필 by 박재진 2025.07.17

10분 안에 보는 기사 요약

✓마르니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메릴 로게가 발탁

✓다양한 패션 대회에서 수상 경력을 지닌 지그재그 경로의 디자이너

✓그녀의 리더십 하에 마르니가 새로운 창작적 방향

지난 7월 15일, 프란체스코 리소(Francesco Risso)의 뒤를 이을 마르니(Marni)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공개되었다. 바로 약 2주 전 안담 어워즈(Andam Awards)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메릴 로게(Meryll Rogge)가 그 주인공이다. 어쩌면 생소할 수 있는 그녀의 임명이 우리를 얼마나 설레게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왜 그녀여야만 했는지를 조목조목 따져보았다.


첫 번째, 그녀의 수상한 이력

법대 생활을 통해 배운 것은 일에 대한 기본자세에요. 어떤 일을 하든,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인내심과 집중력이 필수라는 거죠. 제가 좋아하는 창작 활동은 전체 업무의 5%에 불과해요. 나머지 95%는 제작, 배송, 촬영 준비 등입니다. 물론 이러한 일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는 제가 법대에서 인내심을 배웠기 때문일 것 입니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어린 시절부터 주변의 지지를 받으며 일관되게 디자이너의 꿈을 키워온 경우와, 꿈을 찾지 못하거나 주변의 반대에 부딪혀 다른 길을 선택한 후 다시 돌아온 경우이다. 메릴은 후자에 해당한다. 어린 시절에는 월트 디즈니의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를 꿈꾸었으나, 부모님의 반대로 인해 법학 학사 학위를 취득해야 했다. (당시에는 디자인이 아닌 미술사를 공부하고 싶었다.) 이후 앤트워프 왕립학교(The Royal Academy of Fine Arts Antwerp)에 도전했으나, 첫 해에는 바로 입학하지 못하고 1년간의 파운데이션 과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디자인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두 번째, 꿈의 직업

Marc Jacobs 2013 FW Dries Van Noten 2018 SS

이 직업은 제가 정말로 꿈꿔왔던 것입니다. 그는 저를 벨기에로 데려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언젠가 그를 위해 디자인하는 것이 제 꿈이었습니다.

4년간의 학사 생활을 마친 후, 마크 제이콥스에서 인턴십을 거쳐 정규직으로 일하게 되며, 벨기에를 떠나 뉴욕에서 7년을 보낸다. 이후 다시 벨기에로 돌아와 드리스 반 노튼의 여성복 책임자로 5년간 재직한다. 그녀는 그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마크 제이콥스와의 작업은 의류, 컬렉션, 원단을 배우고 도전적인 스타일을 경험하는 시간이었고, 반면 드리스와의 작업은 더 많은 타협과 고객의 착용감을 고려하는 과정으로, 시각이 넓어지고 관점이 변화하는 시기였다.


세 번째, 메릴 로게로의 발자취


v 2020년 그녀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론칭한 이후, 그녀는 여러 콩쿠르에 이름을 올렸다. 약 6년의 시간동안 벌써 남들은 따라오기 힘든 업적을 쌓은 것이다.

v 2021 벨기에 패션어워즈(Belgian Fashion Awards) / 올해의 신진 디자이너

v 2022 LVMH 프라이즈(LVMH Prize) / 세미 파이널리스트

v 2024 안담 어워즈(Andam Fashion Awards) / 파이널리스트

v 2025 울마크 프라이즈(Woolmark Prize) / 파이널리스트

v 2025 벨기에 패션어워즈(Belgian Fashion Awards) / 올해의 디자이너

v 2025 안담 어워즈(Andam Fashion Awards) / 그랑프리


네 번째, 여성복을 디자인하는 여성 디자이너


저희 팀은 여성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매일 저희 옷을 입죠.


메릴은 마르니의 설립자 콘수엘로 카스틸리오니(Consuelo Castiglioni) 이후 두 번째 여성 디렉터로, 캘빈 클라인의 베로니카 레오니(Veronica Leoni), 보테가 베네타의 루이스 트로터(Louise Trotter), 지방시의 사라 버튼(Sarah Burton)과 함께 새로운 여성 디렉터로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여성복을 이끄는 여성 디렉터는 드물다. 남성과 여성의 패션에 대한 시각이 다르다면, 이는 더욱 다채로운 패션의 세계를 우리에게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 패션계에서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잦은 인사 이동으로 인해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마르니의 모회사 OTB는 메종 마르지엘라의 글렌 마르텐스(Glenn Martens)를 필두로, 질 샌더의 시몬 벨로티(Simone Bellotti)와 마르니의 메릴 로게(Meril Roge)까지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들의 행보에 대한 성공 여부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메릴 로게가 선보일 마르니의 새로운 챕터에 대한 기대감은 감출 수 없다.



Credit

  • 사진/브랜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