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킴 카다시안과 리아나의 은밀한 제안을 거절한 디자이너는?

폰티를 론칭한 젊은 예술가, 해리 폰티프랙트

프로필 by 서동범 2025.07.09

ONE OF A KIND


센트럴 세인트 마틴 졸업 후 킴 카다시안과 리아나의 은밀한 제안을 거절하고, 로에베를 거쳐 자신의 브랜드 폰티(Ponte)를 론칭한 해리 폰티프랙트(Harry Pontefract). 스포트라이트를 거부하고 런던 해크니의 오래된 스튜디오에서 조용히 작업하는 이 젊은 예술가는 자신을 성찰하며 더욱 자유로워지기 위해 노력 중이다.

2025 F/W 컬렉션. 2025 F/W 컬렉션. 도버 스트리트 마켓 뉴욕의 인스톨레이션 설치 작업. 2025 S/S 컬렉션.

하퍼스 바자 최근 패션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콘셉트와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브랜드 중 하나다. 폰티는 어떤 브랜드인가?

해리 폰티프랙트(이하 폰티) 옷의 근본적인 의미와 더불어 수집과 전시를 위해 쓸모없지만 시간을 간직한 소재로 아름다움을 재창조한다. 나는 기묘하며 흥미로운 것들을 모으는 수집광으로, 그것에서 탄생한 피스를 하나의 오브제로 바라보고 조형미와 더불어 착용이 가능한 옷을 제작한다.

하퍼스 바자 폰티만의 제작 방식과 컬렉션이 완성되어지는 과정이 궁금하다. 어디에서 어떻게 영감을 얻고 현실화하는지?

폰티 시즌이 시작되면 어느 정도의 방향성이 정해진다. 예를 들면 우연히 발견한 오브제나 뛰어난 테일러링의 빈티지 수트로부터 “이번에는 독특한 턱시도 재킷으로 시작해보자”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오브제와 실루엣을 중심으로 컬렉션을 진행하다 시즌 막바지, 컬렉션 촬영 현장에서 호기심이 가는 소재로 바로 룩을 완성하기도 한다. 브랜드를 시작하며 창조적인 부분에는 많은 제약을 두지 않았기에 항상 즐기는 마음으로 자유롭게 일한다.

하퍼스 바자 업사이클링 소재로 실험적이며 조형적인 컬렉션을 선보인다. 옷의 기능성과의 균형은 어떻게 조율하나?

폰티 새 시즌을 위한 거대한 퍼 드레스, 플라스틱 포도 드레스 등은 착용이 어려워 보이지만 내부 구조는 매우 섬세하게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어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실루엣을 위해 튤(tulle) 위에 양모를 손으로 하나하나 꿰맨 후 펠팅(pelting) 작업을 거치며, 내부적으로는 코르셋 구조로 정밀하게 작업한다. 또한 셔츠를 비롯해 다양한 피스들은 런던의 테일러, 장인들과 함께 작업해 의복의 근본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하퍼스 바자 디자인에 있어 타협하지 않는 점은 무엇인가?

폰티 모든 것과 타협하지 않는다.(웃음) 어떤 아이템이든 우리의 신뢰가 담기지 않으면 제작하지 않고, 판매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는 특별한 상품 계획 및 정책이 따로 없다. 물론 비즈니스 담당자와 방향성에 관한 논의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판매에 관한 타협이 아닌, 브랜드의 독자성과 상품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하퍼스 바자 브랜드를 지속하려면 상업적인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

폰티 우리도 예술과 상업성 사이에서 항상 고민한다. 무엇보다도 폰티 컬렉션이 누군가의 옷장에 걸리고, 입는 걸 볼 때의 희열감은 엄청나다. 다행스럽게 독특한 취향을 가진 런던의 65세 중년 여성부터 서울에서 온 18살의 청년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의 옷을 구매한다. 결국 이미지만으로는 무의미하다. 너무 한 부분에 치우치지 않고 독자성과 상품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하퍼스 바자 인스타그램(SNS) 계정 외 브랜드 웹사이트 및 다른 디지털 플랫폼을 쉽게 찾을 수 없다는 점도 흥미롭다.(물론 그렇기에 인터뷰를 위해 당신과 연결되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렸다) 다른 브랜드들은 온라인을 통해 큰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이 부분에 대한 브랜드의 소신과 생각은?

폰티 한 아티스트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가능한 오래, 눈에 띄지 않게 있는 것이 중요하다.” 한번 노출이라는 쳇바퀴에 올라타면, 계속 주목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으로 많은 것과 타협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성이 아니다. 그래서 다른 브랜드들과는 차별화된 방법으로 양질의 시간을 들이고 있다.


하퍼스 바자 사진가 마크 킨(Mark Kean)과 스타일리스트 제인 하우(Jane How)가 참여한 시리즈를 비롯해, 폰티의 비주얼은 단순하지만 강렬하고 아름답다.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과 함께 작업하는 이들과의 인연도 궁금하다.

폰티 <셀프 서비스> 매거진의 에디터인 제인이 한 지인을 통해 연락을 해왔다. 그리고 작업실을 방문해 설치미술처럼 놓인 피스들을 보고는 바로 반응했다. 그녀는 1990년대 헬무트 랭, 마틴 마르지엘라와도 작업했는데, 우리의 작업 방식에 큰 흥미를 느낀 것 같았다. 그렇게 인연이 시작되었고, 매 시즌 촬영 현장에서 여러 가지 요소를 조합해 함께 룩을 구성하기도 한다. 마크 역시 생 로랑 캠페인을 촬영하며 큰 메종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폰티의 자유로운 작업 방식을 즐기며 함께하고 있다.

하퍼스 바자 브랜드 론칭 전, 조너선 앤더슨과의 인연도 궁금하다.

폰티 조너선은 패션 업계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고한다. 그는 큐레이터에 가깝고 비즈니스 감각도 뛰어나다. 나와는 성향이 정반대라 더욱 잘 맞았다. 협업에 있어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마크도 그렇고, 서로 간의 다름에서 오는 긴장감과 창의적인 충돌 속에서 더욱 특별한 게 나온다.

하퍼스 바자 센트럴 세인트 마틴 MA 컬렉션으로 큰 주목을 받은 이후 유명 셀럽들의 다양한 제안을 받았다.

폰티 많은 제안이 있었다. 하지만 너무 개인적인 작업 요청이라 부담스러웠다. 당시 담당 교수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 네 옷을 입을 사람들이 셀럽으로 인해 결정되진 않을 것이다. 너의 작업은 특별하다.” 나 역시 셀럽이 입는 순간 그 룩은 한 인물의 이미지로 굳어지고, 오히려 옷의 해석이 너무 제한된다고 생각한다.

하퍼스 바자 첫 컬렉션의 주제처럼 유년 시절의 기억 또한 폰티 작업에 큰 모티프다. 당신은 어떤 소년이었나. 성장 과정도 궁금하다.

폰티 음, 천재적인 아이였다.(웃음) 농담이고, 어릴 땐 정말 에너지 넘쳤다. 사실 패션에는 전혀 관심 없는 아이었다. 런던 출신도 아니고 패션 잡지를 본 적도 없었다. 잡지보단 주변 사람들의 스타일이 그 사람의 캐릭터와 어떤 관련이 있을지를 더 궁금해했다. 예를 들어 누군가 멋진 리넨 수트를 입고 나타나면 “뭔가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옷, 소재뿐만이 아니라 자세, 태도 같은 것들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그런 인물들에 대한 관심이 지금의 캐릭터 중심의 작업으로 발전된 듯하다.

하퍼스 바자 도버 스트리트 마켓(Dover Street Market)과 함께한 프로젝트처럼, 매장의 설치 작업도 인상적이다.

폰티 오래전 파리의 트레이딩 뮤지엄(Trading Museum)에서 몇 개의 작은 컬렉션을 선보인 게 계기가 됐다. 그때 도버 스트리트 마켓의 설립자인 에이드리언 조페(Adrian Joffe)에게 처음으로 작업을 보여주었다. 브랜드 론칭 후 그가 쇼룸으로 다시 찾아왔고, 바로 전 세계 매장에 폰티를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디스플레이 역시 벽에 걸거나 조각처럼 바닥에 놓기도 하며, 매장마다 설치 작업을 함께 선보였다. 파리, 뉴욕, 도쿄 등 많은 곳에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퍼스 바자 서울에서도 컬렉션을 보고 싶다.

폰티 서울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최근에 지인과 이야기 나누었는데 케이팝을 비롯해 한국의 문화가 그렇게 대단한지 몰랐다. 실제로 가봐야 느껴진다고 하더라. 몇몇 만나본 한국 사람들의 개방성과 순수함이 정말 인상 깊었다. 수용적이고 호기심이 많아 우리의 작업과도 잘 맞을 것 같다. 어쩌면 올여름 또는 가을 정도에 개인적으로 방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퍼스 바자 브랜드 론칭한 지도 벌써 3년이 되어간다. 폰티의 넥스트 스텝은?

폰티 앞으로 게릴라전으로도 컬렉션을 소개하고 싶다. 이런 방식을 통해서도 판매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훌륭한 바이어들과의 좋은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유지하고 싶다. 해외 전시도 준비 중인데, 살짝 귀띔하면 두 도시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이 될 듯하다. 굉장히 기대된다.

하퍼스 바자 마지막으로 (일 외에)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

폰티 장 콕토 영화를 다시 보고 있다. 유튜브를 보다 보면 알고리즘에 의해 과거의 영상에 빠져드는 경우가 있다. 나는 고전적인 사람이다. 요즘 새로운 서점도 발견해 흥미로운 책 몇 권도 구입했다. 딱히 일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건 아니지만, 벨라스케스나 홀바인 같은 클래식 회화에도 눈이 간다. 디지털 시대인 지금과는 너무 다른 시간이지만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 때론 완전히 다른 세계를 보고 싶다. 가끔 무언가 막힐 때는 산책을 한다. 산책은 일종의 명상 같다. 하루에 몇 시간씩 산책을 하는데, 걷게 되면 자연스럽게 머릿속이 정돈된다. 하지만 팀원들은 잠깐 나갔다 온다는 사람이 두세 시간 후에 돌아오면 아주 미치려고 한다.(웃음)

하퍼스 바자 이번 가을 파리에서 쇼룸을 열면 보러 갈 수 있을 것 같다.

폰티 파리 패션위크 기간에 쇼룸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마 10월 1일에서 3일 사이가 될 것 같다. 폰티의 작업은 실제로 보면 훨씬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꼭 방문하면 좋겠다.

Credit

  • 인터뷰 & 번역/ 이승연
  • 사진/ Mark Kean(룩북), ⓒ Ponte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