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요즘 패션계에서 가장 핫한 모델, 룰루 테니!

룰루 테니와 통화로 나눈 이야기

프로필 by 서동범 2025.04.27

HELLO… LULU TENNEY


슬림한 몸매, 투명하게 빛나는 피부, 회색빛이 감도는 푸른 눈 그리고 장난기 가득한 미소까지. 샤넬, 생 로랑, 프라다 등의 런웨이를 누비고 스티븐 마이젤, 데이비드 심스와 같은 사진계 거장들이 지금 가장 원하는 모델, 바로 룰루 테니다. 10여 년 전 캘빈 클라인과 독점 계약을 맺으며 커리어를 시작한 24살의 이 미국 모델은 배우의 꿈을 키우며 최근 출연한 더 엑스엑스(The XX)의 ‘I Dare You’ 뮤직비디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기도. 요즘 패션계에서 가장 ‘핫’한 이름, 룰루 테니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하퍼스 바자 지금 전화 인터뷰를 나누고 있는 곳은 어디인가요?

룰루 테니 저의 파리 아파트요.

하퍼스 바자 요즘 파리에서 지낸다고 들었어요.

룰루 테니 몇 달 전 뉴욕의 아파트를 정리하고 파리로 이사했어요. 이제 진짜 파리지앵이 된 거죠.(웃음)

하퍼스 바자 파리로 옮기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룰루 테니 뉴욕에서 오래 지냈고, 새로운 환경이 필요했어요. 파리에는 친구들도 많고, 자주 왔던 도시라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져요.

Celine 2024 Spring.

Celine 2024 Spring.

샤넬 오트 쿠튀르를 입고 등장한 <바자> 이탈리아 4월호 커버.

샤넬 오트 쿠튀르를 입고 등장한 <바자> 이탈리아 4월호 커버.

하퍼스 바자 파리 생활은 어떤가요?

룰루 테니 가장 좋은 건 도시가 주는 자유로움이에요. 파리에 얽힌 좋지 않은 기억이나 선입견이 없어서인지 완전히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기분이에요. 현재는 마레 지구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하퍼스 바자 지금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묘사해줄 수 있나요?

룰루 테니 거실 테이블에 앉아 있고요, 커튼 사이로 햇살이 들어오고 있어요. 이 집에서 햇빛을 본 건 처음이에요. 벽에는 제 무릎 엑스레이 사진 하나가 걸려 있는데, 패션위크 때 살짝 다쳤거든요. 사진이 너무 웃겨서 걸어뒀어요.

하퍼스 바자 지금 가장 인기 있는 모델 중 한 명인데, 어떻게 데뷔했나요?

룰루 테니 13살 무렵 친구들과 뉴욕 소호에서 쇼핑 중이었어요. 브루클린 출신이라 그때는 맨해튼에 가는 게 큰 모험이었죠.(웃음) 그때 길거리에서 지금의 에이전트에게 모델 제의를 받았어요. 얼마 후 스티븐 마이젤에게 연락이 왔죠.

하퍼스 바자 그래서 방학도 중단하게 된 거군요.

룰루 테니 맞아요. 여름 캠프에 있었는데 그곳은 전화도 안 되는 곳이었어요. 부모님 편지를 받고서야 상황을 알게 되었죠. 캠프 끝나기 이틀 전이었는데, 에이전트가 부모님께 제가 이탈리아 <보그> 촬영을 하게 됐다고 전했어요. 당시 원래 계획은 친구들과 캠프파이어를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못 가서 너무 속상했죠. 그때는 겨우 14살이었으니까요.(웃음)

하퍼스 바자 스티븐 마이젤이 누군지는 알고 있었나요?

룰루 테니 이름은 들어봤지만 저보다는 부모님이 더 잘 아셨죠. 당시 패션계 사람이 아니어도 이 상황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감으로 아셨던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매거진 커버 모델이라는 건 알고 있었어요?

룰루 테니 전혀요.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았어요. 촬영 시 사진이 커버로 확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저는 촬영 스튜디오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어요. 몇 가지 룩을 입고 포즈를 취했는데, 듣고 싶은 음악을 고르라고 하더군요. 그때 ‘She’s Not There’를 선택했던 기억이 나요.

하퍼스 바자 산타나(Santana) 곡이요?

룰루 테니 아니요, 더 좀비스(The Zombies) 버전이요. 그 촬영 이후 그 노래만 들으면 스타가 된 기분이에요.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기억에 남아요.

하퍼스 바자 그 커버 촬영이 경력에 전환점이 되었죠?

룰루 테니 네, 이후 사람들이 ‘저 소녀는 누구지?’ 하고 궁금해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 사진을 보고 당시 캘빈 클라인의 라프 시몬스가 저를 눈여겨본 것 같아요. 그게 본격적으로 커리어가 시작된 계기죠. 다만 당시에는 학교도 다니고 있어서 이 일에 백 퍼센트 전념하기 어려웠어요.

라프 시몬스의 첫 번째 캘빈 클라인 컬렉션 오프닝을 장식한 룰루 테니.

라프 시몬스의 첫 번째 캘빈 클라인 컬렉션 오프닝을 장식한 룰루 테니.

더 엑스엑스(The XX) ‘I Dare You’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더 엑스엑스(The XX) ‘I Dare You’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하퍼스 바자 캘빈 클라인과 독점 계약을 하게 된 거군요.

룰루 테니 맞아요. 라프 시몬스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역임하는 내내 함께했어요.

하퍼스 바자 모델이 되기 전 스스로 예쁘다고 느꼈는지도 궁금해요.

룰루 테니 길거리에서 여러 번 스카우트되긴 했지만, 모델이라는 직업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어요. 어린 나이였고, 저도 많은 10대들처럼 제 몸에 대한 불만이 많았죠. 특히 키가 너무 컸거든요.(웃음) 연기하고 주목받는 건 좋아했어요. 부모님도 제가 배우가 될 거라 생각하셨죠. 당시 짧은 연극 시나리오를 쓰고 종종 그들 앞에서 연기를 했거든요. 언젠가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하퍼스 바자 모델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나요?

룰루 테니 당연하죠. 특히 스티븐 마이젤과 작업하기 전에는 일이 거의 없었고, ‘내가 왜 이 길을 계속 가고 있지?’란 생각을 자주 했어요. 라프 시몬스와의 작업 이후와 코로나 시기에도요. 이 일이 정말 내 미래와 맞는 걸까라는 확신이 없었죠.

하퍼스 바자 지금은 더 이상 이 일에 흔들리지 않나요?

룰루 테니 전혀요. 일이 정말 잘 풀리고, 어느새 꽤 오랫동안 일을 해오다 보니 촬영장에서 만나는 포토그래퍼, 스타일리스트, 모델들 대부분이 익숙한 사람들이에요. 처음에는 불안도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감정이 거의 없어요. 오히려 이 일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하퍼스 바자 톱 모델이 된 후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나요?

룰루 테니 좋은 질문이에요. 많이 달라졌어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나 자신을 바라보는 법을 배웠거든요. 완전히 새로운 시각이 생긴 거죠. 모델이 아니었으면 제 얼굴이나 머리카락, 몸을 이렇게까지 세심하게 들여다볼 일도 없었을 거예요. 머리를 이렇게 손질하거나, 얼굴 관리도 지금처럼 꼼꼼하게 하지 않았겠죠. 이 일은 한순간도 방심할 수가 없어요. 모든 게 관리되고 통제되어야 하죠. 물론 남들의 시선이 지금의 저를 어느 정도 만들어줬지만, 진짜 자신감은 결국 제 안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하퍼스 바자 롤모델이 있나요?

룰루 테니 리아너 판 롬파이(Rianne Van Rompaey)의 커리어가 정말 멋져요. 게다가 굉장히 쿨한 성격의 현실적인 사람이죠. 요즘은 연기 쪽에 더 집중하는 것 같은데, 그런 모습도 저랑 닮은 것 같아 공감이 많이 됩니다.

하퍼스 바자 모델 커리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룰루 테니 아주 드물지만 믿기지 않을 만큼 황홀한 순간들이 몇몇 있어요. 하나만 꼽자면, 존 갈리아노의 마르지엘라 오트 쿠튀르 쇼가 기억에 남아요. 당시 런웨이에 올랐을 때의 황홀함을 잊지 못해요.

하퍼스 바자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요?

룰루 테니 모델 데뷔 초의 수많은 캐스팅의 순간들요. 수십 명의 모델들이 똑같이 차려입고 몇 시간씩 기다리는 그 상황은 진짜 참기 힘들어요.

하퍼스 바자 패션계의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룰루 테니 존 갈리아노, 에디 슬리먼, 라프 시몬스와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에요. 대단한 아티스트들이며 함께 작업할 때마다 그들의 모습에 감탄하게 되죠.

메종 마르지엘라의 영화 같은 오트 쿠튀르 쇼의 룰루 테니.

메종 마르지엘라의 영화 같은 오트 쿠튀르 쇼의 룰루 테니.

Maison Margiela 2022 F/W Haute Couture.

Maison Margiela 2022 F/W Haute Couture.

하퍼스 바자 쉬는 날엔 주로 무엇을 해요?

룰루 테니 시간이 나면 산책을 하거나 공원을 거닐고, 마음 가는 대로 다니는 편이에요. 요가도 다시 시작했고, 친구들이랑 테라스에 앉아 와인 한잔 나누는 것도 즐기죠.

하퍼스 바자 와인을 좋아하나 봐요?

룰루 테니 엄청 좋아해요! 어제도 파리로 이사한 기념으로 친구들이랑 샴페인을 마셨어요. 겨울에는 레드 와인을 더 즐겨요.

하퍼스 바자 자동차 수집을 좋아한다는 소문도 있던데요?

룰루 테니 자동차요? 전혀요! 그건 어디서 보신 거예요?

하퍼스 바자 인터넷 기사에서 봤어요.

룰루 테니 사실이 아니에요. 인터넷 정보는 항상 걸러서 봐야 해요.

하퍼스 바자 그럼 보통 돈은 어디에 써요?

룰루 테니 일부는 저축하고, 나머지는 집세 그리고 친구들과의 저녁 식사나 술값 같은 데 써요. 이상하게 옷과 액세서리는 거의 안 사게 되더라고요.

하퍼스 바자 스스로의 모습 중 가장 좋아하는 점은?

룰루 테니 호기심과 삶을 즐기는 태도요. 많은 사람들이 이 면은 잘 모르는데, 사실 저는 웃고 춤추는 것도 매우 좋아해요.(웃음)

하퍼스 바자 반대로 가장 싫어하는 부분은요?

룰루 테니 우유부단한 성격. 그리고 완벽주의가 심해서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할 때가 있어요.

하퍼스 바자 마지막 질문이에요. 살아 있거나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 중 세 명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다면 누구를 고르겠어요?

룰루 테니 무조건 데이비드 보위죠. 근데 이건 너무 어려운 질문이에요. 머릿속에 수많은 이름이 떠오르는데 하나만 고르기 너무 힘들어요. 제 아버지도요. 보위를 정말 좋아하시거든요. 그리고 셰어! 정말 재밌는 저녁 식사 자리가 될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어머니가 질투하실 수도 있겠는데요?

룰루 테니 아, 맞아요! 어머니도 당연히 초대해야죠.(웃음)

Credit

  • 인터뷰/ Harper’s Bazaar France
  • 번역/ 이진명
  • 사진/ ⓒ Launchmetrics, Harper’s Bazaar Italia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