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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 고로상, 한국에 (또) 오다!

일본 인기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가 영화로 개봉한다고? 새로운 소식 안고 온 고로상

프로필 by 최강선우 2025.02.18
한 사람이 길을 걷는다. 배가 고프다. 주위를 둘러본다.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식당을 발견하고,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간다. 조용히 메뉴를 고르고 음식을 기다린다. 그리고 첫입. 미묘한 표정 변화. 예상치 못한 감탄이 스친다.
이 익숙한 장면이 12년째 반복되는 드라마가 있다. 일본의 인기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드라마의 유일한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마츠시게 유타카 분)는 혼자 식사하지만, 결코 외롭지 않다. 그는 음식과 온전히 마주하는 태도, 한 끼를 충분히 음미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그런 그가 다시 한국을 찾았다. 화면 속이 아니라, 현실에서.

잔뜩 신난 고로상?!

마츠시게 유타카(@mattige19)는 오는 3월 개봉을 앞둔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홍보 일정을 위해서 또 한 번 한국에 왔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방문에 이어, 또다시 한국을 찾은 그의 모습이 크게 어색하지 않다. 2018년 <고독한 미식가 시즌 7>의 한국 출장 편 이후, 그는 줄곧 한국을 “다시 오고 싶은 곳”이라 말해왔다. 하지만 전과 달리 열심히 영화를 홍보하는 모습을 보여 “고로상이 여기 왜 나와”라는 말을 하게 만들 정도다. 개그맨 김대희와 함께 유튜브 ‘꼰대희’의 ‘밥묵자’에서 한국 음식을 맛보며 유쾌한 시간을 보냈고, MBC ‘놀면 뭐하니?’에서는 유재석과 만나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 마츠시게 유타카 인스타그램 스토리 캡처

사진/ 마츠시게 유타카 인스타그램 스토리 캡처

공식적인 일정 외에 한국의 일상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간 모습이다. 서울 남대문을 방문하고, 눈 내리는 거리에서 신난 듯한 표정이 담긴 사진을 개인 SNS에 올리며 한국에서의 추억을 기록했다. 또한 약과 먹방과 치킨팝을 흥미롭게 먹는 모습은 ‘역시 미식가 고로상!’ 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고로상의 미식 탐험은 드라마 속 설정이 아니라 실제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음식은 태도가 되고

사진/ 도라마 코리아 제공

사진/ 도라마 코리아 제공

드라마 속 고로상은 조용하지만 확신에 차 있다. 그는 혼자 밥을 먹는 일을 대단한 용기나 도전으로 만들지 않는다. 마치 원래 그래야 하는 것처럼, 당연한 태도로 자리에 앉아 천천히 식사를 시작한다. “배가 고프니까 먹는다.”의 여여한 태도랄까. 여기엔 불필요한 수식도, 과장도 없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일견 바쁜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어떤 메시지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그저 빠르게 소비되고 지나가는 끼니 속에서, 그는 식사라는 경험이 주는 순간을 밀도 있게 즐긴다. 음식을 앞에 두고, 서두르지 않고, 온전히 집중한다. 바로 그 모습이 프로그램의 롱런 비결일 것이다.

그가 포착한 한국의 맛

사진/ 고독한 미식가, 채널 J 캡처

사진/ 고독한 미식가, 채널 J 캡처

한국을 찾을 때도 역시나 그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 고로상이 찾은 서울과 부산의 로컬 맛집들도 마찬가지다. 그저 그 자리에 있다, 단단하고 조용하게, 묵묵히 세월을 쌓아온 가게들이다. 그는 과거 서울에서 숯불 향이 가득한 종점숯불갈비의 돼지갈비를 즐기고, 진옥화 할매 닭한마리에서 뜨끈한 국물에 감탄했다. 전주에서는 청국장의 깊은 맛을 음미했고, 부산에서 국밥 한 그릇을 천천히 비워냈다.
사진/ 미디어캐슬 제공 사진/ 마츠시게 유타카 인스타그램 스토리 캡처
지난해 해운대의 구남로 광장 전통 시장을 방문해 물떡과 술빵을 알차게 먹는 모습도 화제가 되었다. 방문한 식당들은 단순히 유명한 맛집이 아니라, 음식과 공간이 가진 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들이다.

고로상 방문! 전국구 맛집 4

1 서울 충무로 영덕식당

사진/ 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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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유재석과 함께 먹방을 찍어 화제가 된 곳. 충무로 인쇄골목에서 3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초장집. 동해, 포항 등에서 청어와 가자미 등 제철 생선회를 수급해 얇게 썰어 초장과 마늘 등에 비벼먹는 특식 막회가 이 곳의 시그니처. 여름부터 게시하는 물회밥도 별미다.
사진/ 업체 제공 사진/ 에디터 제공 사진/ 에디터 제공
주소 서울 중구 창경궁로1길 6 1층
영업시간 월-금 12시~20:50 / 토 12시~16:50분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2 서울 진옥화 할매 닭한마리

사진/ 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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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에 문을 연 이곳은 서울에 닭한마리 메뉴를 최초로 선보인 곳으로 유명하다. 닭 가운데 감자가 꽂힌 독특한 비주얼이 강렬한 ‘닭한마리’ 메뉴 단 하나. 진한 국물이 일품이다. 닭 한 마리와 감자, 대파, 마늘이 푹 끓여진 담백한 국물. 모든 것이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이 가장 깊은 맛을 낸다. 영계만 사용하며 한 번 삶아 기름기를 빼내어 더욱 담백한 맛을 고수한다. 늘 웨이팅이 많아 오픈런을 추천한다.
사진/ 에디터 제공 사진/ 에디터 제공 사진/ 에디터 제공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40가길 18
영업시간 매일 10:30 ~ 01:00


3 전주 토방

사진/ 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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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평화동에 위치한 오랜 백반집. 전주에는 인심 좋고 맘 편히 밥 한끼 먹을 수 있는 곳이 많다.화려한 한옥 스타일의 전주 맛집들과는 조금 다르다. 간판도 크지 않고, 외관도 소박하다 불고기나 보쌈을 주문하면 함께 나오는 이곳의 청국장은 진하고 구수한 맛이 특징이다. 잡곡밥으로 변경도 가능하다. 작은 양푼에 밥과 반찬, 청국장 국물을 넣어 먹으면 고로상이 이곳을 선택한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수도.
사진/ 채널 J 캡처 사진/ 채널 J 캡처 사진/ 채널 J 캡처 사진/ 채널 J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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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5길 17
영업시간 매일 11:00 ~ 21:00

4 거제 진이네 식당

사진/ 업체 제공 사진/ 업체 제공
거제에서 찾은 진이네 식당은 ‘한 끼’를 넘어 한 지역의 풍경과 기운을 담아낸 공간이다. 이곳은 자연산 멍게 비빔밥과 해산물 요리로 유명하다.

주소 경상남도 거제시 일운면 옥림길 28
영업시간 매일 11:00 ~ 21:00

이제 함께하는 미식으로

이번엔 목적이 단순 미식 탐방이 아니라는 점에도 주목해 볼 만하다. 그가 직접 참여한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는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화는 드라마의 정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보다 확장된 이야기와 로케이션이 포함되었다. 고로상의 시선으로 펼쳐질 미식 여행은 프랑스 파리부터 일본 외딴섬, 한국 남풍도와 거제도, 다시 일본 도쿄까지 이어진다. 특히 한국 배우 유재명이 특별 출연해, 그의 한국 여정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예정이다. 공개된 티저 포스터에서도 보면 알 수 있듯이 “배가… 고프다”라는 시그니처 대사와 함께, 마구 헝크러진 머리와 멍한 표정은 궁극의 먹방을 예고한다.
물론 고로상은 혼자서도 충분히 한 끼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늘 그래 왔듯이.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넷플릭스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미친 맛집: 미식가 친구의 맛집>에서 성시경과 함께 한국과 일본의 미식을 탐험할 예정이라고. 혼밥의 아이콘이, 함께하는 미식 속에서는 어떤 태도를 보일까? 그의 탐험은 단순히 혼자 먹는 시간을 넘어, 음식을 통한 관계와 문화의 확장으로 나아가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고로상이 발견할 다음 한 끼를 흥미롭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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