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2025 SS 오트 쿠튀르의 특징은?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완벽함에 집착하고, 오래된 것을 새롭게 변형하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선보였다.

프로필 by 김형욱 2025.02.07

Schiaparelli 오트 쿠튀르 2025 SS

다니엘 로즈베리가 이끄는 스키아파렐리의 2025 SS 쿠튀르 컬렉션은 너무 높이 날아올라 태양에 그을려 바다에 추락한,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인 이카루스로 부터 시작한다. 다니엘 로즈베리는 이 이야기를 은유삼아 쿠튀르 제작 과정에서 추구하는 완벽에 대한 강박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쇼 노트에는 "오뜨 쿠튀르는 더 높은 지점을 향해 나아갑니다. 복잡한 현실 속 탈출구와 같은 존재인 셈이죠. 하지만 완벽함에는 댓가가 따르는 법. 쿠튀리에는 얼마나 더 높은 지점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까요? 태양과 신이 허락하는데 까지죠." 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 처럼, 이번 컬렉션은 쿠튀리에가 도달할 수 있는 정점을 보여주었다. 조각적인 기법을 활용해 정교한 형태와 실루엣을 구현했으며, 몸매를 강조하는 코르셋, 골반을 과장되게 보여주는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완벽함의 아이콘과 같은 켄달 제너는 이 놀라운 드레스를 신화 속 인물, 이카루스처럼 완벽하게 소화했다. 마치 쇼 장의 밝은 조명에 그을린 이카루스처럼 말이다. 비즈로 장식된 코르셋 재킷은 모델의 어깨를 감싸는 듯 했다. 러플 디테일은 더더욱 커졌다. 로즈베리는 부드럽게, 여기저기 튀어나오는 듯한 입체적인 실루엣을 만들어냈다. 그가 말하는 '유동성의 미학(Liquid deco)'를 시각적으로 구현해 낸 것이다.

Dior 오트 쿠튀르 2025 SS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에게는 형태와 공간이 가장 중요했다. 치우리는 고전 동화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얻었고, 마치 토끼 굴에 빠진 소녀처럼 우리를 다른 차원의 세계로 인도하고자 했다.
치우리는 18-19세기의 역사적인 패션을 깊이 탐구했는데, 그 중에서도 스커트 안에 착용하던 크레놀린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런웨이 위 모델들은 펑키한 모히칸 스타일의 헤어를 하고, 정교하게 비즈 장식이 수놓아진 가운과 코트를 입고 있었으며, 프린지 디테일의 스커트는 여성스러움을 더했다. 마치 요정같았다. 과거의 제한적인 개념을 가진 여성들의 의복을 해체, 현대적인 감성을 더해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가볍지만, 그 내면에는 자신감 넘치는 힘이 불타오르는듯 말이다.

CHANEL / Armani Privé 2025 SS

샤넬과 아르마니는 '가벼움'에 집중했다. 과장된 실루엣이 돋보이는 컬렉션들 사이, 훨씬 절제되고 간결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데 일생을 바친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현재 90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완벽에 대한 집착을 이어갔다. 심플한 블랙 수트, 완벽한 테일러링 재킷을 선보이며 과거의 자신을 뛰어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Valentino 오트 쿠튀르 2025 SS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창조하려는 노력을 토대로 기발한 아이디어와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기법들의 융합이 곧 오뜨 쿠튀르의 정신이다. 때로는 웃길 때도 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발렌티노의 아카이브를 깊게 파고 들었다. 그의 머리 속에 존재하는 호기심 넘치는 요소들을 이와 결합하여 첫 쿠튀르 데뷔작을 선보였다. 100페이지가 넘는 쇼 노트, 또 걷기 어려울 정도의 크레놀린 드레스 또한 누군가에는 과한 요소였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일까. 그저 그가 마음껏 하고 싶은 것들을 선보이게 두는 것이 정답일 것.

쿠튀르의 목표는 대중들이 쉽게 착용하고 소화해내는 것이 아니다. 오래된 것은 새롭게, 때때로는 미쳤다고 생각될 만큼 위험을 감수하고도 과장하는, 제약없는 상상력을 펼치는 것이 중요한 점이다. 이번 2025SS 쿠튀르 컬렉션들은 마치 도전에 맞서는 것 같았다. 마치 더 높은 곳을 향해 가던 이카루스처럼 말이다. 신경 쓰지 않고 과감하게 나아간다면, 창의적으로든, 패션적으로든, 우리에게 한계란 느껴지지 않을 것에 분명하다.

*위 기사는 바자 US 기사를 신디케이션하여 작성하였습니다.
https://www.harpersbazaar.com/fashion/fashion-week/a63635477/couture-spring-2025-paris/

Credit

  • 글 / Brooke Bobb
  • 사진 / launchmetrics/spot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