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온 우주의 기운을 모은 향수

그래서 우주에서 무슨 향이 나는데요?

프로필 by 정혜미 2024.11.10
점성술의 열렬한 신봉자였던 코코 샤넬은 늘 하늘을 보며 영감을 얻었고(샤넬 하우스의 상징 중 하나인 사자는 그녀의 별자리를 투영한 것이다), 1932년 별과 천체를 모티프로 한 하이주얼리 컬렉션 ‘비쥬 드 디아망(Bijoux de Diamants)’을 선보인다. 그리고 이 컬렉션의 하이라이트 ‘꼬메뜨(Comete) 네크리스’를 이제 향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꼬메뜨 오 드 빠르펭’은 샤넬의 조향사 올리비에 폴쥬(Olivier Polge)가 레 젝스클루시프 라인에 추가한 최신 작품. 폴쥬는 별들 사이를 떠다니는 신비로운 우주진과 밤하늘을 찬란하게 수놓은 혜성을 표현하기 위해 파우더리한 아이리스, 부드럽고 포근한 머스크, 아몬드 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헬리오트로프를 조합했다. 그 결과, 목을 휘감으며 유려하게 펼쳐지는 목걸이처럼 피부를 부드럽게 감싸는 향이 탄생했다.
샤넬만이 우주에 매료된 건 아니다. 지속가능한 향수 브랜드 사나 자르뎅을 설립한 에이미 크리스티안센(Amy Christiansen)은 <바자> UK와의 인터뷰에서 “천문학의 상징은 현실 도피를 향한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합니다”라고 전한다. 은하계를 여행한다는 것이 매혹적으로 들리지만, 이 마법을 향수 병엔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 메모파리 공동창립자 클라라 몰로이(Clara Molloy)는 “우리는 별들이 어떤 향을 가졌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향을 상상하곤 합니다. ‘카시오페이아 로즈’는 고혹적인 장미 향과 신화 속 여왕의 이름을 딴 카시오페이아 별자리를 연결지었죠”라고 말한다. 우주비행사들은 우주 냄새를 불에 구운 스테이크와 뜨거운 금속에 비유하지만, 조향사들은 보다 시적인 접근 방식으로 이를 표현한다. 그들은 시트러스부터 화이트 플라워까지, 여러 가지 향기 노트를 사용해 다양한 천체를 묘사한다.
메종 크리벨리의 ‘튜베로즈 아스트랄 엑스트레’는 창립자 티보 크리벨리(Thibaud Crivelli)가 어린 시절 은하수를 바라보던 기억을 그려냈다. 세계적인 조향사 쿠엔틴 비쉬(Quentin Bisch)는 달콤한 튜베로즈 베이스에 레더와 복숭아 껍질을 더해 신비롭고 매혹적인 향을 탄생시켰다. 반면 레 조 프리모르디알 ‘앙브르 수퍼매시브 엑스트레 드 퍼퓸’은 다크한 바닐라, 스파이시한 카다멈, 사프란을 풍성하게 조합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우주의 무한함을 표현했다.
보다 아늑하고 포근한 우주를 꿈꾼다면 메종 마르지엘라 ‘언더 더 스타즈’를 입어볼 것. 따뜻한 오우드 향이 사막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감상하는 듯한 고요한 시간을 선물한다.
낮 시간과 잘 어울리는 향수도 있다. 불가리와 펜할리곤스는 태양계의 중심부에 있는 별, 즉 태양으로 눈을 돌렸다. 불가리 ‘알레그라 칠 & 솔레’는 시트러스 플로럴 향수로 조향사 자크 카발리에(Jacques Cavallier)가 ‘기쁨의 향료’라고 말하는 만다린 오일과 과즙이 풍부한 석류가 어우러져 낙관적이면서도 활기찬 분위기를 낸다. 펜할리곤스 ‘솔라리스’는 크리미한 꽃향기와 톡 쏘는 블랙커런트가 어우러져 눈부신 태양 빛을 표현한다. 사나 자르뎅 ‘에어 오브 아쿠아리어스’ 역시 밝은 기운을 더하는 향수. 로즈메리와 라벤더를 기반으로 활력을 불어넣는 시트러스를 가미해 강력한 우주 에너지를 그린다.
그 밖에, 마크-앙뜨완 바루아 ‘틸리아’는 레몬과 꿀 향이 나는 린든 나무 꽃을 통해 마크-앙뜨완의 유년시절을 추억한다. “이 향수는 어릴 때 살던 시골 풍경을 연상케 합니다.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방학을 떠오르게 하죠.”


HEAVEN SCENT


별의 광채를 연상시키는 6가지 스파클링 향수 컬렉션.
Maison Crivelli
튜베로즈 아스트랄 엑스트레 50ml 29만8천원대.

Penhaligon’s
솔라리스 오 드 퍼퓸 100ml 28만6천원.

Chanel
꼬메뜨 오 드 빠르펭 75ml 35만원.

Maison Margiela
언더 더 스타즈 오 데 토일렛 100ml 21만5천원.

Bulgari
알레그라 칠 & 솔레 오 드 퍼퓸 100ml 35만5천원.

Marc-Antoine Barrois
틸리아 오 드 퍼퓸 30ml 15만5천원.

Credit

  • 글/ Persolaise
  • 콜라주/ Lily Pichon Flannery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