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우아한 캐주얼', 긍정의 미학 구찌의 2025 S/S 컬렉션

하우스의 역사적인 유산에 현대적인 미감을 더한 구찌의 2025 S/S 컬렉션. 여름 석양빛으로 물든 그 찰나의 순간과 마주하다.

프로필 by 서동범 2024.10.26

사바토 데 사르노(Sabato De Sarno)가 선보이는 구찌의 세 번째 여성 컬렉션이자 2025 S/S 쇼가 예술 및 디자인 박물관인 트리엔날레 밀라노(Triennale di Milano)에서 열렸다. 여름날의 일몰에서 모티프를 얻어 석양빛 컬러를 섬세하게 연출한 런웨이 공간은 하우스의 아카이브를 탐구해 변주한 다채로운 룩으로 물들었다. 1960년대 브랜드의 심벌이던 젯셋(Jet-set)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컬렉션은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한 재킷과 탱크톱, 화이트 스니커즈를 덮는 슬릿 디테일의 트라우저로 차분하게 시작했다. 이후 노을이 지듯 오렌지빛이 런웨이로 스며들며 구찌의 1960년대 룩을 오마주한 구조적인 재킷과 쇼츠, 가죽 코트와 슬릿 스커트, 레이스 디테일의 시어한 드레스 등 앙코라 레드와 블랙, 화이트, 그린 톤의 다양한 룩이 연이어 등장했다. 여기에 플로라 패턴의 스카프 두건과 볼드한 프레임의 선글라스가 어우러진 룩들은 마치 구찌의 오랜 고객이자 뮤즈, 세기의 패션 아이콘인 재클린 케네디(Jacqueline Kennedy)의 스타일을 연상케 했다. 이내 쇼장은 점점 붉어지며 브랜드의 상징인 홀스빗 프린트로 뒤덮인 미니스커트 세트업과 와이드 브림 햇, 시퀸 드레스로 휴양지의 무드를 더했고, 거의 모든 룩에 매치한 ‘뱀부 1947’과 ‘구찌 73’ 버킷 백 등 현대적인 디테일을 가미한 구찌의 아이코닉한 백과 슈즈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GG’ 모노그램이 더해진 바닥까지 닿는 그랜드 코트 룩을 마지막으로 피오르달리소(Fiordaliso)의 1980년대 히트 곡 ‘Non Voglio Mica La Luna’가 흘러나오자 피날레 모델들이 흥겹게 런웨이를 유영하며 쇼의 분위기를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뒤이어 밝은 표정으로 등장해 인사를 나누던 사바토 데 사르노. ‘우아한 캐주얼’ 룩이라 명명한 그의 미학적 비전과 런웨이를 가득 채운 쇼의 긍정적인 바이브는 마치 석양이 지듯 순식간에 흘러 지나가며 짧지만 긴 여운을 남겼다.
늦여름 어느 하루의 석양이 질 무렵, 해가 바닷속으로 잠기는 순간 그리고 나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 이번 컬렉션은 일상 속의 특별한 순간에 대한 헌사이자 잠시 멈춰 자신만의 시간을 찾는 이야기다. ‐ 사바토 데 사르노

Credit

  • 사진/ © Gucci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