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논픽션 신제품 향수, 더 머스크 컬렉션 이야기

인간의 모든 감성과 모습을 담아낸 논픽션의 머스크 컬렉션을 완성한 모리스 루셀

프로필 by 박애나 2024.09.27
첫 한국 협업으로 논픽션 선택한 마스터 퍼퓨머, 모리스 루셀
150여개의 향수를 탄생시킨, 머스크 마법사 모리스 루셀

150여개의 향수를 탄생시킨, 머스크 마법사 모리스 루셀

만약 조향사가 화가라면? 향수는 어떤 그림으로 만날 수 있을까? 특히 향기의 볼륨을 풍성하고 따듯하게 해주는 ‘머스크’ 성분이라면 어떤 컬러로 그림에 엑센트를 줄 수 있을까? 얼마 전 논픽션과 머스크 컬렉션을 선보이며 향수의 메카, 프랑스에서 날아온 마스터 퍼퓨머 모리스 루셀을 인터뷰하며 든 생각이다. 톱, 미들, 베이스로 나눠지는 향수의 ‘노트’는 음악에서 유래했을 정도로 조향사는 성분이라는 음을 조화롭고 향기롭게 사적으로 만들어내는 작곡가 또는 지휘자라고 흔히 여기고 있지만, ‘머스크는 흰색 캔버스와도 같다’는 그의 말에 따라 조향사도 페인터와 크게 맥락을 달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며 향과 성분에서 컬러와 추상적인 그림까지 확장되었다. 시간을 인내하며 완성한 논픽션의 머스크 컬렉션이 모리스 루셀의 손을 거쳐, ‘더베이지’와 ‘더그레이’로 탄생되기까지. 모리스 루셀은 어떤 상상력으로 머스크 컬렉션을 그렸을까?

머스크, 가장 오래 맡을 수 있는 향

NONFICTION 더 베이지, 더 그레이 오드 퍼퓸 100ml 21만8천원. 30ml 10만8천원.

NONFICTION 더 베이지, 더 그레이 오드 퍼퓸 100ml 21만8천원. 30ml 10만8천원.

따뜻하고 부드러운 특유의 향 덕분에 어느 향수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예상 가능한 향이기에 이를 메인으로 만드는 데에는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 휘발지점이 낮아 '자기 자신이 가장 천천히, 오랫동안 맡을 수 있는 향'이라 불리는 머스크는 살 냄새 또는 자연스러운 체취의 향을 지닌다. (그래서 톱 노트는 남을 위한 향수라는 썰이 있을 정도!) 이런 머스크에 대해 높은 이해도와 완성도로 ‘머스크 대가’라고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향수를 탄생시킨 모리스 루셀은 논픽션과 ‘페르소나’라는 키워드 아래, 머스크를 중심으로 대비되는 두 가지 색채 향수를 탄생시켰다. 화이트 머스크가 중심인 ‘더베이지’와 우디 머스크의 강렬한 ‘더그레이’다.
논픽션 머스크 컬렉션 론칭 행사장을 찾은, 인간 그레이 윤계상

논픽션 머스크 컬렉션 론칭 행사장을 찾은, 인간 그레이 윤계상

조향사와 이야기 중인 인간 베이지, 정유미

조향사와 이야기 중인 인간 베이지, 정유미


Q. 논픽션과의 첫 작업은 어땠나요? 흥미롭거나 새로운 점이 있었나요?
A. 논픽션을 통해 신제품 향수와 관련된 브리프를 받고, 많은 사람들과 논의하는 작업을 거쳤습니다. 파리의 멋진 호텔에서 이루어졌죠. 대략 반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다른 브랜드와 작업했을 때와 큰 차이는 없습니다. 과정은 동일했지만 저에게는 도전이었죠. 매우 설렜습니다.

Q. 이번 신제품을 통해 당신이 보여주고 싶은 새로운 것이 있었다면?
A. 새롭게 개발한 원료를 함유했습니다. 바로 더베이지의 에코머스크® EcoMusk®, 더그레이의 통키톤 머스크입니다. 에코머스크®는 아기의 피부처럼 부드럽고 좋은 향을 지니고 있는, 66.6%의 높은 재사용률과 생분해성의 친환경 합성 원료입니다. 통기톤 머스크는 천연 머스크의 깊은 농밀함을 가장 사실적으로 재현한 비건 향료입니다. 결론적으로 많은 양의 머스크와 높은 농도를 사용함으로써 향을 매끄럽게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머스크는 마치 작가의 백지나 화가의 캔버스와 같아서 그 위에 원하는 것을 담을 수 있는 기초이죠.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쉽게 인식될 수 있는 향을 만들어냈답니다. 즉, 향수의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죠.
Q. 머스크의 1인자인 당신이 생각하는 머스크의 매력은?
A. 머스크는 마치 물 한 잔에 시럽 한 방울을 넣는 것과 같습니다. 물이 그 시럽으로 인해 색이 변하는 것처럼 머스크도 투명한 물속에 다채로운 색을 더하는 역할을 합니다. 머스크는 향수에 중립적인 바탕이 되기도 하지만 깊이와 복잡성을 더해주기도 합니다.
Q. 이번 향수를 작업하면서 가장 많이 떠올린 음악, 영화, 단어 등이 있다면?
A.<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영감 받았습니다. 이 프로젝트에는 철학적이고 무언가를 반추하는 요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머스크에 비친 두 개의 페르소나’가 주제이기도 하니까요. 다양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NONFICTION 더베이지 & 더그레이 핸드크림 50ml, 2만8천원

NONFICTION 더베이지 & 더그레이 핸드크림 50ml, 2만8천원

논픽션 성수 매장에 방문한 윤계상

논픽션 성수 매장에 방문한 윤계상

Q. ‘사람들이 향이 좋다’라고 느끼는 포인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어떤 트리거에 의해서 향수를 선택한다고 생각하는지, 마스터 퍼퓨머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A. 캐비어는 꿈을 꾸게 하지만, 모든 사람이 캐비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향수도 마찬가지입니다. 향수가 사람의 개성과 어우러질 수 있습니다. 가끔 어떤 제품이 지속성이 떨어지거나 좋지 않다고 느낄 때는 향수 자체가 아니라 사람의 기분이나 피부의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 피부에서 발생하는 작용으로 인해 향수가 변질되는 것을 느낄 수 있죠. 이는 캐비어, 푸아그라, 샴페인 등과 비슷합니다.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맞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개인의 취향이나 상태 등에 따라 다릅니다.
Q. 마지막으로 어려운 질문을 하겠습니다. ‘더베이지’와 ‘더그레이’중 더 애착이 가는 제품이 있다면?
A. 음. 두 향수는 제 자식과 같은걸요. 두 자식 중 하나만을 선택해보라고 어머니들에게 물어보세요. (웃음)

모든 작업이 끊임없는 경험입니다. 연륜이 쌓이며 떠오른 영감을 더욱 현실감 있게 구현하고 유연한 창작물을 선보이게 해주는 건 '경험'뿐이죠.
Maurice Roucel

도파민을 넘어 ‘도파밍’속에서 살고 있을 만큼, 짜릿한 자극에 익숙해진 세대. 새로운 것을 탐색하거나 성취할 때 생기는 기쁨의 감각이 과다하게 뇌를 지배한다. SNS용 쇼츠, 팝업스토어, 한정판, 매번 바뀌는 디저트 등의 도파민 분출 콘텐츠 소비를 잠시 멈추고 템플 또는 북스테이, 스크린타임 챌린지 등으로 디톡스를 하는 건 특별한 게 아니다. 올해 가디언 매체도 ‘독서는 섹시하다’는 제목으로 Z세대가 독서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패션 트렌드 중 하나가 책이나 안경 등을 활용해 포인트를 주는 ‘북시크룩’이기도!) 롱폼 영상 트렌드도 마찬가지. 결국, 모두가 추구하는 것은 자극적인 비주얼이나 뉴스, 향 보다는 긴 사색을 통해 깨닫는 성취감과 나만의 소중한 경험이 아닐까. 자극적인 향으로 강렬한 후각적 도발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클래식한 성분인 머스크로 자신의 경험과 철학으로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을 만드는 모리스 루셀을 논픽션이 요즘 같은 시대에 선택한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흰색 캔버스를 살며시, 얌전히 물드는 머스크처럼 당신의 삶에 논픽션의 더베이지와 더그레이가 조용히, 은은하게 스며들길!


Credit

  • 사진/논픽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