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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의 카리스마 넘치는 그루브

춤추고 노래하며. 청하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준비를 마쳤다.

프로필 by 김형욱 2024.08.29
드레스는 Michael Michael Kors. 카디건은 Juukiff.

하퍼스 바자 의외예요. 메이크업 전에 인터뷰를 하자고 하셔서. 보통은 화보 촬영 뒤에 인터뷰를 하거든요.
청하 정말요? 저는 항상 인터뷰를 먼저 해요. 촬영 전에 이렇게 친해지면 좋잖아요. 딱딱한 분위기도 덜하고요. 민낯은 조금 죄송하지만. (웃음)
하퍼스 바자 이런 자연스러움이 좋아요. 덕분에 분위기도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아요.
청하 제가 화장을 하면 인상이 많이 바뀌어요. 메이크업 후에 무표정으로 있으면 세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거든요. 그래서인지 이런 민낯을 친숙하게 받아주시더라고요. 서먹함을 깨기에도 한결 나아요.
하퍼스 바자 이렇게 웃다가도 이따가 카메라 앞에 서면 눈빛이 변하겠죠? 혹시 아직도 카메라 앞에서 긴장을 하나요?
청하 긴장하죠. 많이 해요. 생각도 많아지고.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저 스스로에게 예민해지기도 해요.

레더 드레스는 Isabel Marant. 슈즈는 Isabel Marant Étoile.

하퍼스 바자 뮤직비디오, 화보, 음악 방송, 광고 등 다양한 이유로 카메라 앞에 서잖아요. 어떤 점들이 달라요?
청하 뮤직비디오는 촬영 전에 감독님과 미팅을 많이 해요. 그래서 어느 정도 내용을 알고 있어서 재미도 있고 가끔 새로운 시도도 해요. 화보 촬영은 정말 좋아해요. 화보에서만 할 수 있는 과감한 연출이 있잖아요. 음악 방송 때는 순발력이 필요해요. 각각의 방송사마다 빨간 불이 다르게 들어오거든요. 심지어 리허설 때와 생방송 때 달라지는 경우도 많고요. 광고는 몇 번 찍어보니까 방법을 알 것 같아요. 광고주님이 마음에 들어하는 포즈가 있어요. 예를 들어 이런 컵을 든다면 카메라를 향해 로고가 잘 보이게 들고 포즈를 취하는 거죠. 이런 걸 잘해야 그만큼 촬영 시간이 줄어서 일찍 끝나요.(웃음)
하퍼스 바자 베테랑의 면모가 느껴져요. 얼마 전에 공개된 엄정화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서 곧 나올 디지털 싱글 음원에 대해 “갑작스럽게 나오게 된 음원”이라고 소개했어요.
청하 말 그대로 갑자기 진행된 프로젝트예요. 다만 이 노래로 다양하게 풀어보고 싶은 프로젝트들이 더 생겨서 아직 시기를 고민 중이에요. 마케팅하는 언니에게 “팬들은 어떤 걸 원할까?” 물어봐서 분석한 걸 받았어요. 첫 번째는 “새로운 소속사 모어비전과 함께한 청하의 새로운 모습이 궁금하다”, 두 번째는 “청하다운 퍼포먼스가 보고 싶다” 그리고 “일단 무엇이든 내줘라” 반응도 있었고요.(웃음)
하퍼스 바자 마지막이 정답 같은데요? 팬으로서는 뭐든 빨리 나오길 바랄 테니까요. 대체 어떤 노래인가요?
청하 제목은 ‘알고리즘(Algorithm)’. 예전 곡 ‘롤러코스터’에 부스터가 달린 느낌이에요.(웃음) 빠른 템포에 더 상쾌하고 중독성도 있어요. 근데 재미있는 건 많은 분들이 ‘롤러코스터’와 ‘벌써 12시’를 여름 곡이라고 알고 있잖아요. 사실 1월에 발표한 노래거든요. 저를 여름 가수로 인식하는 분들이 많지만 저 스스로는 겨울 가수라고 생각해요. 겨울 곡들이 훨씬 잘됐어요. 그래서 혹시 모르죠. 그만큼 열어두고 고민하고 있어요.

톱, 스커트는 Akris. 슈즈는 Christian Louboutin.

하퍼스 바자 얼핏 듣기로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던데, 맞아요?
청하 네.(웃음) 근데 저는 몰랐어요. 저도 설명을 듣고 알았어요. 사실 저는 좀 더 명확하고 직설적인 가사를 원했는데, 은유적인 표현이 많이 녹아 있더라고요.
하퍼스 바자 “혹시 청하 님도 사랑할 때 직설적인가요?”라고 질문하려고 했는데 안 물어볼래요. 뭐랄까. 아이돌에게 연애라는 단어는 꺼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느껴져서요.
청하 사실 연애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대답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자유의 영역. 예전에 크리스토퍼 님과 협업할 때 “한국 아이돌들은 다 솔로야? 사랑, 연애에 대해 무서워하는 것 같아”라는 말을 했는데 공감이 갔어요. 근데 저는 다른 의미로 연애를 멀리하는 것 같아요. 청하를 생각했을 때 음악, 무대가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누굴 만난 사람으로 기억되는 게 내키지 않아요.
하퍼스 바자 누가 이런 말을 했어요. 아이돌의 연애는 초밥 요리사가 화장실을 다녀온 것과 비슷하다고. 요리사가 화장실 다녀온 걸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아이돌이 연애를 하더라도 굳이 밝힐 필요는 없죠. 직업 특성상 이해해요.
청하 와, 정확해요. 혹시 라디오에서 써먹어도 될까요?(웃음)
하퍼스 바자 벌써 데뷔 9년 차가 됐네요. 어떤 곡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기도 하고 어떤 곡은 생각보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도 있었죠. 어때요? 이제는 좀 초연해졌나요?
청하 신기하게도 잘될 것 같은 곡은 잘되고 안 될 것 같은 곡은 안 됐어요. 발매 전에 마음의 준비를 충분히 해서 그런지 크게 상처받은 적은 없었어요.
하퍼스 바자 음, 감이 좋다고 해야 할까요?
청하 한번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신 없는 곡은 그 속내가 무대 위에서 드러나는 걸까?’ 그래서 저는 음원을 낼 때 어떤 곡이든 당위성, 설득력이 있어야 해요. 노래가 별로면 안무가 좋거나. 믹스가 마음에 안 들면 뮤직비디오가 잘 나오거나. 혹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작업을 했거나. 이렇게 마음에 드는 한 가지가 꼭 있어야 그 곡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어요.

드레스는 Michael Michael Kors. 카디건은 Juukiff. 슈즈는 Jimmy Choo.

하퍼스 바자 깐깐한 것 같은데, 유연한 부분이 있네요.
청하 아니죠. 오히려 유연하지 못한 것 같은데! 어쨌든 매사에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으려고 해요. 모든 게 내 마음에 들 수는 없으니까. 인생을 심각하게 살 필요도 없고.(웃음)
하퍼스 바자 아티스트는 대부분 그렇대요. 누구나 예민한 면이 있다고.
청하 그럴 거예요. 인터뷰하는 기자님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어느 정도의 강박감, 예민함, 고집이 있어야 좋은 결과물이 나와요. 저는 이런 고집이 희소성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하퍼스 바자 대화할수록 점점 설득되는 것 같아요. 가수로 사는 건 재미있어요?
청하 날카로운 질문이네요. 반반이에요. 항상 제 목소리만 들으니까 다른 음악을 해도 잘 모르겠고 춤도 항상 비슷한 것 같고. 그래서 재미없을 때도 있어요. 그 안에서 색다른 재미를 찾고 있어요. 계속 손이 가는 게 음악이고 눈길이 가는 게 춤이고 무대예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일을 사랑하는 건 맞아요. 만약 제가 재미가 없다고 느끼면 성장해야 할 때라고 봐요. 성장할 때 성취감과 재미가 생기니까요.
하퍼스 바자 많이 성숙한 것 같아요. 내년에 다시 인터뷰하고 싶어요. 그사이 얼마나 많이 변할까 궁금하기도 하고.
청하 곧 나이 앞자리가 3이 되겠죠. 저는 기대돼요. 제가 좀 더 유연해질 수 있지 않을까, 더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궁금하고요. 마냥 어릴 순 없잖아요. 나이를 먹어가면서 철이 들고 내려놔야 한다는 명분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 주변의 언니 오빠들은 다 좋대요. 저희 어머니도 30대보다 40대가 더 좋았고 심지어 지금이 제일 좋다고 했어요.

러플 장식 드레스는 Rvn.

하퍼스 바자 나이 먹고 달라진 것들이 있어요?
청하 저를 더 이해하게 됐어요. 제가 그동안 빡빡하게 살았나 봐요.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가 커요. 좀 더 유연하게 다가갈걸. 지난 1년간 라디오 방송을 하면서 저를 더 많이 내려놓게 된 것 같아요. 살면서 제 이야기를 이렇게 많이 한 적이 있나 싶기도 하고. 심지어 라디오에서 제가 샤워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까지 이야기한 적도 있어요.(웃음)
하퍼스 바자 라디오 방송의 묘미는 뭐예요? TV, 유튜브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잖아요.
청하 요즘은 빠른 걸 선호하는 시대잖아요. 근데 저는 영화도 영화관에서 보고 드라마도 꼭 정주행해요. 감독이 그 장면을 만든 이유가 있어요. 그 감정선이 중요해요. 그래서 라디오가 좋아요. 목소리에서 전달되는 진솔함이 다르고, 보이지 않으니 장면을 상상할 수도 있고요. 많은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공감도 하고 위로도 받고 소소한 행복이 생겨요. 다양한 사연을 접하면서 세상에 대한 시야도 넓어지고요. 저는 라디오가 여러 쇼츠(사연)들이 합쳐진 2시간짜리 영화라고 생각해요.

드레스는 Acne Studios.

하퍼스 바자 오늘 대화해보니까 의외인 면이 많은 것 같아요. 이런 말 많이 듣죠?
청하 많이 들어요. 제가 생각보다 정이 많아요. 인상은 안 그런데 따뜻해요. 그리고 의리가 있어요. 저는 정말 상황이 극으로 치닫지 않는 이상 인연이 끊긴 사람이 없어요. 한번 친해지면 1년에 한두 번이라도 꼭 만나서 식사하고 지내요.
하퍼스 바자 여름이 끝나가요. 남은 2024년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청하 바쁘게 흘러갈 것 같아요. 워터밤 싱가포르 행사도 있고 8월부터 11월까지는 일정이 잡힌 게 많아요. 연말에는 다 끝내고 여행을 가고 싶어요. 잘 지내고 잘 버티고 빨리 12월이 왔으면 좋겠어요. 계절이 예쁘잖아요.

Credit

  • 인터뷰/ 박한빛누리
  • 사진/ 김민주
  • 헤어/ 김은진
  • 메이크업/ 정은우
  • 스타일리스트/ 박수경
  • 어시스턴트/ 신윤서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