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샤넬은 1913년 프랑스 도빌에 문 연 모자와 스포츠웨어를 취급하는 상점을 시작으로 샤넬 하우스를 본격적으로 확장시켰다. 주로 남성의 속옷에 쓰여 보잘것없는 소재로 여겨지던 저지를 이용해 의상을 디자인했고, 스웨터, 세일러 블라우스 같은 편안한 아이템도 선보였다. 당시 스웨터는 남성들이 스포츠웨어로 착용했고 세일러 블라우스는 어부들이 착용하던 작업복에 불과했으니. 연인이었던 영국의 사업가 카펠에게 영향을 받은 그녀의 실험적인 도전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1916년 비아리츠에 오픈한 양장점에서 처음으로 발표한 의상 컬렉션에서도 스포츠웨어를 중심으로 활동하기 편안한 소재를 활용해 단순하고 기능적인 디자인을 추구했다. 그 후에도 여성의 사회적 참여에 따른 라이프스타일의 모던한 변화를 이끌어내며, 장식성을 배제한 활동적인 의상을 발표해 패션 혁명가로 불리었다. 이처럼 샤넬 하우스에는 그 기조부터 스포츠가 존재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샤넬이 새롭게 발표한 ‘오뜨 조알러리 스포츠’ 컬렉션에서 이를 더 확고히 확인할 수 있다. “스포츠 하이주얼리 컬렉션을 제작하며 나는 샤넬의 스포티한 스타일 즉 하우스에서 필수적으로 중시하는 부분인 라인의 우아함과 자유로운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았다.” 샤넬 주얼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디렉터 패트리스 레게로의 말이다. 가브리엘 샤넬은 사람의 체형을 고려한 활동이 자유로운 룩을 중요시했기 때문에 샤넬의 룩에는 늘 스포티한 감성이 내재되어 있으며, 오트 쿠튀르 하우스 내에도 스포츠 아틀리에를 마련할 정도였다.
2024년 여름, 패트리스 레게로가 디자인한 ‘오뜨 조알러리 스포츠’ 컬렉션을 소개하기 위한 아시아 프레스 프레젠테이션이 지난 7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렸다. 샤넬 최초의 스포티한 스타일을 기념하고 여성의 룩에 활동성을 부여하는 활기 찬 에너지를 기리기 위해 탄생한 이번 컬렉션을 위한 베뉴 역시 스포티브했다. 정제되면서도 우아한 공간에 뛰어난 미학과 장인의 노하우로 엄선된 보석들이 어우러져 빛을 발하고 있었다. 스포츠웨어처럼 몸의 구조에 맞고 착용 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주얼리를 구현하기 위해 정제된 유선형 라인으로 디자인된 것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 쉐브론 모티프는 리듬과 스피드를 연상시켰고, 점차 가늘어지는 부피와 형태 그리고 미니멀하고 매끄러운 윤곽이 돋보였다. 또 레드, 블루, 그린 등 대담한 컬러 라인에서는 역동적인 에너지가 전해졌다. 무엇보다 가브리엘 샤넬의 대표적인 아이콘을 스포티한 방식으로 재해석한 모티프와 그래픽적 디자인이 압도적이었다. 숫자는 크로노미터 타이포그래피로 형상화했고, 사자는 문장으로 표현했으며, 별은 승리의 상징으로 등장했다. 또한 최초로 샤넬 로고를 오픈 워크 각인 형태로 하이주얼리 컬렉션에 도입했다. 변형 가능한 모듈 콘셉트로 착용감이 가볍고 움직임이 자유로운 것도 인상적이었다.
주얼리로의 기능적인 접근을 통해 샤넬 특유의 기술 노하우로 고유의 독특한 미학을 만들어냈다. 체결 시스템으로 그래픽적인 평면 표면 디자인을 구현하고 주얼리의 중앙에 스포츠 장비에서 차용한 퀵 릴리즈 피팅 방식을 적용한 잠금 장치를 사용한 것이 그 예. 실제로 숫자의 형태로 새롭게 디자인한 로프 연결용 고리, 백에서 가져온 회전식 잠금장치 그리고 버클과 루프 세트 등도 마찬가지. 샤넬 퀼팅 모티프는 고기능성 오픈 워크 패브릭 스타일로 재해석해 스포츠 모티프 장식의 유연한 메시 디자인으로 거듭났다. 또한 ‘스포츠 코드’라는 이름의 튜브 체인을 특별히 개발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컬렉션의 특징은 귀금속과 하이테크 소재의 결합에 있다. 견고한 초경량 알루미늄에 새로운 컬러를 입히고 저밀도와 뛰어난 견고함 모두를 갖춘 탄소섬유로 초경량 스포츠 커프를 제작했으며, 원석의 컬러톤에 더욱 완벽하게 매치되는 톤의 래커칠을 통해 컬러 팔레트를 확장했다.
샤넬 ‘오뜨 조알러리 스포츠’ 전시장 전경.
스포츠 하이주얼리 컬렉션을 제작하며 나는 샤넬의 스포티한 스타일 즉 하우스에서 필수적으로 중시하는 부분인 라인의 우아함과 자유로운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았다. - 패트리스 레게로
오뜨 조알러리 스포츠 컬렉션은 원석이 지닌 선명하고 강렬한 광채를 고스란히 살려 샤넬 역사상 원석들이 이루어내는 가장 아름다운 앙상블로 구현되었다. 수년의 연구를 통해 완성된 카슈미르 사파이어 피스는 그 자체로 걸작이라 할 수 있다. 투톤과 스리톤의 대비가 유색 보석의 아름다움을 끌어올리고 그 형태로 컬렉션의 인체공학적 아름다움을 절묘하게 강조했다. 오뜨 조알러리 스포츠 컬렉션은 스포츠의 아름다움과 열정 그리고 도전과 승리를 기념한다. 타의 추총을 불허하는 대담함, 구속받지 않는 창작의 자유, 기술적 완성도가 모두 완벽하게 어우러진 컬렉션이라 할 수 있다. 샤넬 역사에 깊이 뿌리내린 스포티한 매력을 기념하며 신체의 자유로움과 움직임의 우아함을 극대화한 작품들을 만나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