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STAINABILITY

이제 호캉스 갈 때 개인 칫솔을 챙겨야 한다?

지난 3월, ‘자원재활용법’이 개정되며 50개 이상의 객실을 보유한 숙박 시설은 일회용 어메니티의 무상 제공이 불가해졌다.

프로필 by 정혜미 2024.07.07
호텔의 무료 어메니티가 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칫솔, 치약, 샴푸, 린스, 면도기 5가지 일회용품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길 경우 3백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에 국내 호텔들은 다회용 디스펜서를 구비하고 이들을 유상 판매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숙박비를 할인해달라” “대체 서비스를 제공하라” “대용량 제품은 사용하기 찝찝하다” 등 대체로 부정적이다. 여기에 유상으로 판매하는 세안용품이 호텔마다 큰 가격 차이를 보이며 ‘호텔의 배만 불리는 수단’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환경을 위한다는 변화는 정말 실효성 없는 탁상 행정일까? <바자>는 환경 전문가들에게 어메니티 규제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그들의 답은 한 곳을 향했다. 대체 서비스나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는 등 호텔 업계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소비자가 취지를 올바로 이해하고 행동으로 동참할 때 비로소 완전한 힘을 갖는다는 것.

“법률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개인과 기업, 국가의 공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가 높은 국가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일회용품 사용량이 증가하고 폐기물 양도 동반 상승했다. 이에 정부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 대책’으로 2030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50% 줄이고 재활용률을 70%까지 높이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 일회용 어메니티의 규제다.
전 세계 호텔 산업은 매년 1억 5천만 톤의 플라스틱을 발생시킨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 1kg을 생산하는 데 약 6kg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며, 소각할 경우 2.9kg이 배출된다. 매립 시에는 토양과 해양의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일으킨다.
따라서 일회용 어메니티의 제한은 필요한 사안임이 분명하다. WWF(세계자연기금)가 전 세계 32개국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5% 이상이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금지하는 규범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일회용 어메니티의 사용을 줄이는 데 강력한 지지를 보여준다.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호텔 업계는 어메니티 체험을 대체할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지속가능한 투숙 문화가 정착되도록 힘써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법률의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재사용 가능한 제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소비자는 일회용품 사용이 해양과 육지 생태계에 미치는 심각한 피해를 이해하고, 지속가능한 소비 습관을 기른다. 유료 어메니티를 구입하는 것은 당초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불편하더라도 재사용 가능한 제품을 구비하고 불가피하게 일회용품을 사용해야 한다면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자. 이때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도 제조부터 폐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오는 11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마련하기 위한 마지막 회의(INC-5)가 부산에서 열린다. 이 협약이 제정되면 플라스틱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산업, 생산자, 소비자 등이 영향을 받게 된다. 플라스틱 문제는 개인이나 기업, 어느 나라 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공급망이 전 세계에 걸쳐져 있으며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은 바다와 땅, 공기 등을 통해 만방에 영향을 미칠테니까. 따라서 개인은 주권자이자 소비자로서 정부와 기업에 변화를 요구해야 하며, 기업은 기술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국가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미래는 모두가 노력할 때 이뤄진다.
‐ 전수원(WWF-Korea 지속가능성 프로그램팀)

“원론적으론 찬성! 단, 환경친화적 선택을 유도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국내 일회용 플라스틱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식품 포장재이며 호텔 어메니티의 경우 전체 플라스틱 제품의 1% 이하로 추정된다. 비중으로 본다면 포장재 등의 규제가 더 중요하겠지만, 소비자의 인식 재고 측면에선 작은 부문에서라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가 미비한 점은 검토할 사항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사전 계도, 소비자와 기업의 인식 증진, 포괄적 보상 체계가 미흡한 상태에선 당초 목적과 효과를 달성하기 어렵다. 커피전문점의 일회용품 사용 제한이 시기적, 사전적 준비가 부족하여 효과적으로 수행되지 못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따라서 현행 개정안을 수행하면서 숙박업과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이끄는 유인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용량 제품을 위생적으로 구비한 숙박업체에 대한 환경친화표지 인증, 소비자에게는 환경 기념품, 탄소마일리지, 환경 포인트 등 친환경 소비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한 전 과정적인 평가를 통해 실제 환경에 미치는 비용과 피해를 고려한 유연한 정책 설정이 필요하다. 무상 제공이 허용된 생분해성 수지 제품에 대한 연구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일회용 어메니티의 대안으로 허용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적절한 선택이지만, 생분해성 수지 제품의 환경 친화적인 특성은 다소간 논란이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로 많이 쓰이는 PLA(Polylactic Acid)는 옥수수, 감자 등 발효 식물 전분으로 만들어진다. 이는 기존 화학 기반 제품에 비해 분해가 빠르고 환경오염 피해가 적다고 알려졌지만 분해되기 위해서는 60℃ 고온이 6개월 이상 필요하다. 해양이나 토양에 버려진다면 사실상 분해가 어렵다는 얘기. 따라서 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며 더 빠르고 쉽게 분해되는 소재를 개발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일회용품의 사용이 다음 세대에게 전가되는 문제임을 인지하고 반드시 개선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호텔 어메니티가 주는 편리함, 추억, 소소한 자기 만족에 대해선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를 조금 내려놓을 때 얻게 되는 선한 영향력은 나 자신뿐만 아니라 후속 세대에게 몇 배의 가치로 보상된다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
‐ 임동순(한국환경정책학회, 동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호텔 업계도, 소비자도 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목표를 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전 세계적으로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은 더 이상 논의나 망설임 없이 당장 행동해야 하는 사항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무상 제공 금지’가 시행됐을 때 업계에서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고, 소비자는 무엇이 변화하는지 인지하는 등 전후 준비가 잘 마련되어야 하며 목적과 행동 지침이 한 방향으로 향해야 한다. 이번 규제만 해도 그렇다. 기존 의도는 비닐이나 고무,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는 편의용품 사용을 최소화하고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것이었으나 ‘무상 제공 금지’라는 구멍을 이용해 일부 숙박업체에서는 자판기를 도입해 여전히 일회용품을 제공한다. 또 일부 소비자는 편리성과 위생을 이유로 편의점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모습으로 인해 정책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품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일부 품목이 아닌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모든 일회용품을 규제하고, 단순한 무상 제공 금지를 넘어 사용 금지, 제로 웨이스트 용품을 배급하거나 개인 세면용품을 사용한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조항이 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로서 할 수 있는 몇 가지 실천사항을 제안한다.
첫째로 기꺼이 불편할 용기를 가지길! 우리는 ‘기후변화’ ‘기후위기’라는 단어를 점점 가까이 접하고 있지만 여전히 나의 문제가 아니라고 여긴다. 하지만 2022년 폭우로 강남이 물에 잠기거나 2023년 오송 지하도가 침수된 사건들만 봐도 기후위기는 코앞으로 다가왔다. 일회용품은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며, 2022년 OECD가 발간한 ‘글로벌 플라스틱 전망(Global Plastics Outlook: Policy Scenarios to 2060)’에 따르면 플라스틱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 약 20억 톤에서 2050년 약 54억 톤이 될 전망이다. 두 번째, ‘일회용품이 생분해성 수지 제품인 경우에는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조항을 경계해야 한다. 친환경 탈을 쓴 생분해성 제품은 일회용품과 다름없이 소비·사용·폐기되고 있다. 일회용의 대안은 절대 일회용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할 것. 마지막으로 기업과 정부에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이런 규제가 실효성은 있는지 의문이 들 때, 숙박업만 이익을 보는 것 같을 때 ‘왜 다회용이나 제로 웨이스트 제품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규제하지 않았지?’ ‘일회용품 무상 제공 금지가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는 데 얼마나 효과적이지?’와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그리고 소비자로서, 또 국민으로서 함께 목소리를 낼 때 더 큰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
‐ 유혜인(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팀)

Credit

  • 사진/ 정원영
  • 어시스턴트/ 안나현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