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몽블랑이 마이스터스튁 100주년 기념하는 방법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필기구이자 발명품, 마이스터스튁 1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몽블랑이 준비한 낭만적인 라라랜드의 밤.

프로필 by 박애나 2024.05.26
 LA의 파라모어 에스테이트에서 열린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100주년 이벤트.

LA의 파라모어 에스테이트에서 열린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100주년 이벤트.

만찬 중인 애드리언 브로디. 몽블랑 앰배서더 이진욱. 몽블랑 앰배서더 이진욱. 이벤트에 참석한 루퍼트 프렌드, 모드 아패토, 와리스 알루와리아, 제이슨 슈왈츠먼. 톱모델 스텔라 액스웰.
100th anniversary in LA
미국 R&B 싱어송라이터, 존 레전드의 ‘All of Me’가 아직은 차가운 LA의 밤을 온기로 가득 채운 저녁. 명실상부 몽블랑의 대표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1924년생 만년필, 마이스터스튁이 100주년을 맞아 셀러브레이션 파티를 LA에서 열었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앰배서더인 이진욱부터 루퍼트 프렌드, 엠마 로버츠, 칼럼 터너, 지네딘 지단 등 내로라 하는 스타들이 참석했다. 마이스터스튁 100주년 파티가 열린 곳은 무성영화 스타였던 안토니오 모레노가 거주한 LA의 파라모어 에스테이트. 베벌리 힐스에서 약 30~40분 정도 떨어진 이곳에서 몽블랑의 유니버스가 펼쳐졌다. 수영장 가운데 설치된 거대한 마이스터스튁 조형물부터 세월을 함께해온 만년필의 다채로운 변화를 볼 수 있는 전시까지, 다양한 볼거리로 채워진 몽블랑의 라라랜드. 서서히 노을이 지자 만찬 장소에 사람들이 착석했고 배우 루퍼트 프렌드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로도 뜻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손글씨가 적힌 편지나 글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 해줍니다.” 루퍼트는 핸드 라이팅을 찬양하며 건배사의 운을 띄웠다. “곧 몽블랑과 협업한 웨스 앤더슨의 캠페인 영상이 공개될 예정인데요. 몽블랑과 웨스 앤더슨, 그리고 그의 작품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이유를 생각해봤습니다. 여기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디테일에 강합니다. 마지막으론 우리 모두는 그들이 다음에 무엇을 할지 알고 싶어합니다. 그럼 알아봅시다. 즐겁게 감상해보세요.” 그의 말이 끝나자 몽블랑과 웨스 앤더슨이 합작한 필름이 스크린에 펼쳐졌다.

웨스 앤더슨이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캠페인 비주얼.

웨스 앤더슨이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캠페인 비주얼.

웨스 앤더슨의 ‘아트풀’ 캠페인 비주얼
존 레전드의 특급 라이브가 펼쳐지는 가운데 황홀한 저녁 식사와 함께 새로운 비주얼이 공개됐다. 바로 ‘아트버스터’로 불리는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 웨스 앤더슨의 캠페인 영상이 첫선을 보인 것. 지난해 베를린에서 비밀리에 진행됐다는 이 영상은 영화 제작자의 눈을 통해 본 몽블랑의 세계로 게스트들을 안내했다. 웨스 앤더슨은 어떠한 상상력으로 만년필에 영혼을 불어넣었을까? 배우 루퍼트 프렌드, 제이슨 슈왈츠먼, 웨스 앤더슨이 몽블랑산 꼭대기에 위치한 가상의 본사에 등장한다. 배우들이 몽블랑의 집필실 데스크에 앉아 필기구로 글을 쓰면서 일기, 편지, 소설 등 손글씨의 즐거움과 가치를 전한다. 등장인물들은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다양한 캠페인을 쾌활하게 언급하고 다음과 같이 마무리한다. ‘Let’s Write’.
컬러풀한 미감과 비정형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준 메인 캠페인 영상 외에도 미국 배우 모드 아패토, 인도계 미국인 배우 겸 디자이너 와리스 알루와리아, 한국 배우이자 몽블랑 마크 메이커인 이진욱 등이 등장한 영상 시리즈와 단편 영상물도 만나볼 수 있다. 필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웨스 앤더슨이 직접 디자인한 감각적인 컬러의 만년필은 2025년에 한정판으로 출시된다고.
“100년 동안 마이스터스튁은 작가, 창작가 그리고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의 손을 통해 수많은 이야기를 종이에 담았습니다. 마침내 이 글쓰기 아이콘을 주인공으로 만들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죠. 전혀 예상치 못한 놀라운 방식으로 진행하고 싶었기 때문에 위대한 스토리텔러인 웨스 앤더슨을 초대했습니다. 독보적인 이야기 전개와 확실한 시각적 정체성을 통해 몽블랑 세계를 독특하게 해석해달라고 요청했죠. 전 세계가 새로운 시각으로 몽블랑을 재발견하길 기대해봅니다.” 몽블랑 마케팅 및 머천다이징 최고 책임자인 빈센트 몬탈리스코(Vincent Montalescot)가 협업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글을 쓸 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상상력이다. 글쓰기와 밀접한 마이스터스튁이 필요한 순간,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는 웨스 앤더슨이 제격이있던 것이다.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중에서 가장 아이코닉한 모델로 손꼽히는 149.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중에서 가장 아이코닉한 모델로 손꼽히는 149.

1924년 탄생한 몽블랑 마이스터스튁의 초기 디자인.

1924년 탄생한 몽블랑 마이스터스튁의 초기 디자인.

마이스터스튁의 탄생 비화
오늘날까지 브랜드를 대표하는 아이템이자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마이스터스튁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이는 192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부 고객이 매일 사용하는 용도가 아닌 ‘일요일용(Sunday-use)’, 즉 특별한 날에 사용하는 필기구를 요청하면서 시작된 것. 때마침 몽블랑 장인들 역시 퍼스널 프로젝트로 자신들을 위한 유일무이한 필기구를 제작하고 있었다. 이런 우연으로 탄생한 이 필기구는 뛰어난 장인정신을 지니고 있었기에 독일어로 걸작(masterpiece)이라는 의미의 마이스터스튁(meisterst¨uck)이라 부르게 됐다. 운명적인 타이밍으로 탄생한, 몽블랑의 산증인에 가까운 마이스터스튁. 초장기의 모습은 어땠을까?

마이스터스튁의 ‘진한’역사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에 있는 알프스산맥의 최고봉, 몽블랑산의 높이인 4810m를 의미하는 ‘4810’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는 초창기 마이스터스튁은 두 개의 골드 링과 캡톱의 흰색 몽블랑 엠블럼, 수공으로 제작된 닙(펜촉)이 특징이다. 골드 링은 단순한 장식적인 요소가 아니라, 캡을 강화하고 갈라질 위험을 줄여주는 역할이다. 몽블랑의 모든 만년필은 노련한 장인들이 1백50여 개의 엄격한 단계를 통해 ‘작품’에 가까운 제품을 완성한다는 건 익히 아는 사실. 1930년부터는 닙(펜촉)에도 4810이란 숫자를 섬세하게 각인하며 장인정신을 강조했다. 전쟁이 끝난 1940년대 후반. 몽블랑 장인들은 새로운 유선형 외관을 도입했다. 이는 시가 모형으로 알려진 상징적인 디자인이다. 1952년엔 최고의 만년필이라고 불리는 149가 탄생했다. 1960년대에는 제품들이 대량으로 일괄 생산되었지만 몽블랑은 타협하지 않고 더욱 창의적이고 새로운 디자인을 완성했다. 완전히 새롭게, 더 효율적인 생산철학을 도입하여 마이스터스튁 라니에 60을 탄생시켰고, 1970년대 초에는 클래식하고 매끄러운 디자인의 제품군을 늘렸다. 이후로도 노력을 멈추지 않은 몽블랑 장인들은 배럴이 투명한 스켈레톤 스타일도 개발하였고, 149는 국가적인 중요 문서에 늘 등장하기에 이른다. 유명 스타들의 애장템으로 언급되기도 하고, 나아가 협업을 위한 캔버스와 레더 컬렉션의 영감으로 이어졌다.
몽블랑에게 만년필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브랜드를 지탱하고 세월을 함께 견딘 아이코닉한 상품이 아니라 디지털 텍스트로는 절대 느끼지 못하는 창작자의 진심을 발견하게 하는 낭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마법 같은 LA의 경치와 온몸의 감각이 반응한 존 레전드의 감미로운 음악 연주 그리고 할리우드의 유서 깊은 장소가 더더욱 낭만적이게 느껴졌는지도. 웨스 앤더슨의 상상력이 가득한 필름까지 더해져서 말이다.

디지털 시대의 정점에서도 마이스터스튁은 계속해서 문화와 창의력, 연결성의 상징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마이스터스튁은 필기의 힘과 동의어라고 할 수 있죠. - 알레산드라 일리아(Alessandra Elia, 몽블랑 필기 문화 디렉터)

Credit

  • 사진/ Virgile Guinard,Jon Kopaloff/Getty Images for Montblanc
  • 문의/ 1877-5408
  • 디자인/ 이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