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6일, 런던에 기반을 둔 패션 브랜드 코스가 2024년 봄여름 시즌 컬렉션의 배경으로 로마를 선택했다. 코스의 메인 컬렉션과 아틀리에 컬렉션을 선보인 이번 런웨이 쇼를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병원으로 알려진 꼬르시에 시스티네에서 진행한 것. 여성과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교황의 명으로 15세기에 지어진 꼬르시에 시스티네는 최근 복원 작업이 이루어져 코스 컬렉션 쇼를 통해 대중에게 새롭게 공개됐다. 벽화의 대표적 기법인 프레스코화와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현대식 벽 구조물로 이루어진 공간은 로마의 역사적 기품이 느껴졌다.
로마를 배경으로 시작된 33가지 아이코닉한 코스 룩은 가벼운 소재를 활용한 입체감이 주목됐다. 드레이핑 등의 정교한 테일러링 기술이 적용되었고, 얇은 소재를 레이어드한 구조적이면서도 가벼운 라인이 시선을 빼앗았다. 쇼의 시작을 알린 오프숄더 톱과 와이드 레그 트라우저는 역동성과 볼륨감을 드러내며 컬렉션을 대표했다. 또 매끄러운 실크로 만든 클래식 드레스는 느슨하면서도 구조화되지 않은 실루엣을 강조했다.
아틀리에 컬렉션 역시 입체감이 돋보이는 플리티드 숄더 패드와 플루이드한 맥시 기장, 피시 테일 스커트 등의 디테일이 주를 이뤘다. 길게 늘어뜨린 하이브리드 슬리브와 라펠을 안으로 접는 등 새로운 방식의 테일러링을 접목했다. 소재를 재구성하고 실험적 기법을 적용해 더욱 부드러운 텍스처를 구현한 가죽 재킷과 발레리나 슈즈, 로퍼 제품도 엿볼 수 있었다. 쇼의 엔딩은 이탈리아 톱 모델 마리아칼라 보스코노가 봄 햇살이 내려앉은 강을 연상케 하는 플리츠 홀터넥 드레스를 찰랑이며 우아하게 마무리했다.
코스는 매 시즌 소재의 생산 과정부터 디자인까지 지속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 재활용 또는 재사용 섬유를 이용해 오래도록 입을 수 있는 타임리스한 실루엣을 선보인다. 이번 컬렉션 또한 전반에 종이 원사, 재활용 소재, 울 인증 기준에 부합한 울사 등을 사용했다. 컬렉션의 배경이 된 꼬르시에 시스티네 병원은 800년 동안 로마의 중심부에서 사람들을 널리 보살펴온 산토 스피리토 인 사시아 병원의 일부이다. 코스의 이번 선택은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오래도록 함께하겠다는 바람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로마 런웨이에서 선보인 2024 S/S 컬렉션은 코스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몰에서 순차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