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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의 한˙중 지역 부의장, 최정윤 셰프가 말하는 한식의 현 주소

셰프 최정윤은 한식으로 세계 정복을 꿈꾼다.

프로필 by 김형욱 2024.04.01
전 세계로 뻗어가는 K-pop 열풍이 이제는 K-food가 이어가고 있다. 인스타그램, 틱톡, 그리고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한식 레시피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물론, 한식 레시피를 담은 책이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달성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 어느 때보다 한식의 황금기를 맞이한 지금, 한식의 세계화에 대한 열망으로 불타오르는 셰프 최정윤은 세계를 넘어 우주로 뻗어 나갈 한식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미식계의 아카데미 상으로 불리는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의 첫 한국 개최를 앞두고 있던 어느 날, 행사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와 함께 맛있는 한식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식 중 어떤 걸 가장 좋아하시나요?’라고 물은 첫 질문에 어떤 고민도 없이 ‘반찬이요!’라는 답을 남긴 그로부터 한식의 현재를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최정윤 셰프

최정윤 셰프


하퍼스 바자 외국에는 ‘반찬'이라는 개념이 생소할 텐데요. 보통은 'side dish'라고 표현하곤 하죠?
최정윤 제가 책을 쓰면서 굉장히 오래 고민을 했던 부분이 반찬을 영어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에요. 보통은 'side dish'라고 표현하는데, 그게 너무 싫었어요. 밥과 함께 먹는 요리들이 모두 반찬이잖아요. 국도, 찌개도, 나물도. 한국인들에게는 반찬이 일상식인 거죠. 제가 쓴 책에는 일상적인 음식들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한국 사람들의 삶이 묻어나 있는 것. 음식이란 한 나라의 민족이 가진 모습들이 담겨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기후, 토양, 심지어는 경제 상황이나 역사까지도요. 음식은 민족의 언어인 셈이죠. 반찬이 외국인들에게 일상식으로 자리 잡는 그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파이돈의 첫 번째 한식 요리 책 <The Korean Cookbook>

파이돈의 첫 번째 한식 요리 책 <The Korean Cookbook>

하퍼스 바자 현재 세계에서 한식의 위치는 어디쯤일까요?
최정윤 미국을 예로 들면, 힙스터들 사이에서 한식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먹는 방식에 대해 설명해 주고 아는 척하는 사람이 힙스터거든요. ‘생갈비 부터 먹어야해. 소금에 찍어먹어야해. 다 먹고 나서는 냉면을 먹어야해.’ 하는 식으로요. (웃음) 일식은 60~70년대부터 익숙하게 받아들여졌기에 그들에게는 일상식인 반면 한식은 특별한 날, 특별한 곳에서 먹는 그런 음식인 셈이죠. 그래도 그 위상이 많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에요. 뉴욕 미슐랭 가이드에도 한국 식당들이 역대로 많이 소개되고 있고, 뉴욕 타임즈의 한 기사에서도 이전에는 미식 업계에서 프랑스 셰프들이 이끌어 가던 역할을 한국 셰프들이 하고 있다고 소개할 정도니까요. 구글 트렌드 검색량을 봐도 코리안 푸드에 대한 내용이 더 많아지고 있고요.
하퍼스 바자 다른 음식들보다 떡볶이나 치킨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높은 것 같아요. 하지만 이를 한식으로 봐야 할지에 대한 논쟁도 있죠. 한식 고유성을 유지해야 할지 혹은 트렌드에 맞춰가는 것이 맞는 방향인지, 셰프님의 의견이 궁금하네요.
최정윤 어떤 것이 옳은 방향이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지금 한식이 핫한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으로 다양한 문화가 섞인 것이 공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지금 한국의 모습이기도 하고요. 근본이 없어 보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올드하지도 않고. (웃음)
하퍼스 바자 한식의 유행이 단순한 신드롬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정윤 사실 가만히만 있어도 한 5년은 이 유행이 지속될거라 봐요. 하지만 길게 이어지려면 노력해야죠. 외국인들이 이제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잖아요. 그들의 기대치에 부응해야죠. 정말 맛있어야 하는거죠. 문제는 한식의 인기와는 달리, 한식을 할 사람들이 줄고 있다는겁니다. 또 세계 시장을 무대로 비즈니스 해야하는데 네트워크도 부족하고요. 그래서 난로회를 만들었어요. 상품을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인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죠. 또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 한식 본질을 연구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하퍼스 바자 난로회가 업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음에도 아직 대중들에게는 생소해요.
최정윤 ‘어떻게 하면 한식이 50년, 100년 오래 갈 수 있는 산업적인 가치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가지고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난로회를 시작되었어요. 한식이 되게 잘 될 수 있는 타이밍인데, 이럴 때 우리가 모여서 한번 이야기해 보아야 한다는 마음이었죠. 지금 2년이 되었는데 40번 넘는 모임을 가졌고 300여 명 넘는 사람들이 모였죠. 이 모임을 통해 결론 내린 것은 딱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첫 번째는 한식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는 것. 두 번째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것. 그래서 난로회는 지난해 11월, 비영리 사단법인을 설립했고 정식으로 한식 연구와 교육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하퍼스 바자 더 많은 대중과의 접점을 만들 계획은 없으신가요?
최정윤 그동안은 내실을 단단히 다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대중적으로 공론화시키려면 사회적인 책임이 수반되거든요. 돌아오는 4월에는 지금까지의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를 가지려 해요. 이름하여 <난로회 2024> ! 한식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살펴보는 인사이트,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러 셰프들을 초청해 한식을 배워보는 헤리티지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있죠. 한식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미식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한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다양한 것들과 연계되어있는지 쉽게 알 수 있을겁니다. 이 행사가 난로회를 구성한 이래로 가장 기대되네요. (웃음)

하퍼스 바자 현재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이라는 큰 행사도 준비하고 계시잖아요. 한식의 세계화를 꿈꾸는 셰프로서 어떤 의미를 갖나요?
최정윤 이번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한˙중지역 부의장으로 참여했는데요. 우선, 이런 큰 행사의 개최 도시로 선정된다는 것은 전 세계 미식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국가라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한식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음을 인정 받은 거죠. 최고의 미식가와 셰프들이 한 자리에 오며 함께 음식을 맛보고 소통할 수 있다는 자리인걸요. ‘한국 정말 핫하구나, 다들 오고 싶어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요리에 인생을 바친 한국인 셰프로서 매우 설레는 일이죠.
하퍼스 바자 한식의 골든타임을 맞이한 지금, 세계화를 위해 대중들과 업계 종사자들이 가져야 할 태도는 어떻게 될까요?
최정윤 음식이 단순히 먹고 에너지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아름다운 기억의 매개체일 수 있거든요.
미식이라는 것이 단순히 높은 가격이 기준이 아니라 태도가 되었으면 해요. 돈이 아주 많이 들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삶에서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의 하나거든요.
좋아하는 사람과 음식을 함께하며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해요. 인간으로서 살아갈 때 큰 자양분이 되는 것 같거든요. 그러려면 내가 왜 좋은 것을 먹어야 하는지, 좋은 재료와 올바른 레시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업계에서는 한식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했으면 하고요. 새로운 것은 결국 본질을 이해했을 때 나올 수 있거든요. 또 외국인 관광객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만큼 시장을 넓게 바라보는 시각을 가졌으면 합니다.
하퍼스 바자 그렇다면 한식으로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는요?
최정윤 좀 상징적인 것이긴 한데. 한식으로 우주식을 만들고싶어요. 전쟁, 질병 등 굉장히 극한의 상황이 닥칠 수 있잖아요. 제일 힘든 상황에서 도울 수 있는 것이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맛있고 멋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저의 재능을 기여할 수 있는 그런 행복한 일을 해보고 싶어요.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Credit

  • 사진 / nanro.kr
  • 장소/ 체크책 @check_chaek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