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까르띠에의 이미지와 스타일, 헤리티지 디렉터

까르띠에의 살아 있는 역사로 불리는 이미지·스타일&헤리티지 디렉터인 피에르 레네로(Pierre Rainero)에게 트리니티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해 물었다.

프로필 by 윤혜영 2024.03.25

#THE LEGEND BEGINS


까르띠에의 컬렉션은 남다른 밀도와 리듬을 갖추고 있다. 까르띠에의 큰 맥락 속에서 트리니티가 지니는 의미는 독보적이다. 존귀함에 대한 까르띠에의 정의가 이 세 가닥의 모던한 링 속에 담겨 있기 때문. 까르띠에의 살아 있는 역사로 불리는 이미지·스타일&헤리티지 디렉터인 피에르 레네로(Pierre Rainero)에게 트리니티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해 물었다.
1984년 까르띠에 입사 이후 줄곧 하우스를 지키고 있습니다. 까르띠에에서의 당신의 여정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까르띠에에서의 시작은 커뮤니케이션 부서였습니다. 이전에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종사했던 만큼 까르띠에의 국제 광고를 담당하며 합류했죠. 그후로 까르띠에 이탈리아에서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로 현장 경험을 쌓았습니다. 다시 파리로 돌아왔을 때, 당시 까르띠에의 대표와 함께 연구 및 전략 부문의 책임을 맡으며 크리에이션 부문에서 1991년부터 7년간 일했습니다. 그가 까르띠에를 떠나 리치몬트 전체 그룹 회장이 되면서 저에게 아티스틱 디렉터라는 임무를 맡겼습니다. 전 그 직함을 스타일 디렉터로 변경했죠. 그 당시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일도 겸했는데, 그때 헤리티지 부서도 만들었습니다. 저는 크리에이티브 부문에 속해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커뮤니케이션도 담당합니다.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스튜디오와 함께하기 때문에 스타일 디렉터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1920년대 초 루이 까르띠에가 처음 만든 크리에이티브 위원회의 상임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 업무가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것이 바로 메종의 정체성입니다. 저의 주된 역할은 ‘스타일’에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과정 전반에 참여하며 모든 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에 있어 현재와 미래의 까르띠에 스타일을 결정짓는 역할을 하죠. 이 스타일은 창립자인 루이 까르띠에에 의해 시작되었고 전설적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쟌느 투상으로 이어지며 까르띠에의 정통성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즉 까르띠에 스타일은 브랜드 유산과도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죠. 저와 저희 팀은 까르띠에의 스타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포괄적 비전을 가지고 이를 정기적으로 제작자, 디자이너와 논의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면 까르띠에의 이미지나 스타일을 몇 가지 단어로 표현할 수 있나요? 이미지와 스타일, 그 둘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까르띠에의 이미지는 당연히 까르띠에 스타일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지는 인식과 연관이 있습니다. 우리는 까르띠에가 지닌 오랜 역사와 폭넓은 창조 방식으로 인해 까르띠에의 모든 차원에 대해 다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까르띠에의 이미지는 매우 부분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1969년 만들어진 LOVE 브레이슬릿이나 저스트 앵 끌루 링, 트리니티 링 등의 주요 크리에이션에 대해서만 알고 있고 어떤 이들은 하이주얼리, 또 다른 이들은 상징적인 워치메이킹 제품에만 중점을 두기도 합니다. 모두 당대를 선도하는 것이었고 여전히 그 개념이 독창적이고 특별하기 때문입니다. 메종 내에 매우 다양한 창의적 표현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까르띠에 이미지가 밀도 있고 풍부하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크리에이션의 리듬 역시 매우 밀도 있고 풍성한 만큼 잘 유지될 것입니다.까르띠에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표현에 대한 공통된 스타일이라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스타일은 창조에 대한 비전과 철학의 결실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까르띠에의 스타일 그리고 크리에이션 뒤에 놓인 기본 원칙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우선 ‘독창성(unique)’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릅니다. 이것만큼 훌륭한 단어도 없죠. 그리고 이것이 모든 다양한 크리에이션에 있어 공용어라는 점에서 ‘완전함(complete)’이라는 단어도 떠오릅니다. 다양한 크리에이션에 있어 공통된 원칙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까르띠에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늘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계속 변화하는 크리에이션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아름다움을 탐구하죠. 창의적 마인드를 향한 깊은 호기심, 그리고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아름다움을 제안하고자 하는 의지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까르띠에 스타일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으면서 동시에 새로운 놀라움을 제안합니다. 이것이 까르띠에 안에 내재되어 있습니다. 초창기부터 이어져온 비전의 본질입니다.
까르띠에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표현에 대한 공통된 스타일이라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스타일은 창조에 대한 비전과 철학의 결실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까르띠에의 스타일 그리고 크리에이션 뒤에 놓인 기본 원칙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우선 ‘독창성(unique)’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릅니다. 이것만큼 훌륭한 단어도 없죠. 그리고 이것이 모든 다양한 크리에이션에 있어 공용어라는 점에서 ‘완전함(complete)’이라는 단어도 떠오릅니다. 다양한 크리에이션에 있어 공통된 원칙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까르띠에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늘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계속 변화하는 크리에이션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아름다움을 탐구하죠. 창의적 마인드를 향한 깊은 호기심, 그리고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아름다움을 제안하고자 하는 의지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까르띠에 스타일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으면서 동시에 새로운 놀라움을 제안합니다. 이것이 까르띠에 안에 내재되어 있습니다. 초창기부터 이어져온 비전의 본질입니다.
스타일이란 단어에 담긴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트리니티 링은 어떻게 고안된 것인가요? 배경에 대한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디자이너가 어느 특정한 날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냈다고 상상하기는 어렵기 때문이죠. 저는 뭔가 물리적 특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링이 손가락 위에서 움직이는 아이디어 그리고 탁자에 놓으면 세 개의 링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 아이디어처럼 말이죠. 만들어진 방식에는 뭔가 신비로운 것이 존재합니다. 저는 트리니티 링의 탄생은 디자이너와 주얼러 간의 실용주의적 접근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아이디어를 떠올린 디자이너과 함께 주얼러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실제로 볼 수 있는 모형을 만들어낸 것이죠. 왜냐하면 이것이 디자인이자 디자인 뒤에 숨겨진 아이디어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보이는 것뿐 아니라 느끼는 것, 그리고 움직이는 것입니다. 이러한 물리적 특징들을 지니고 있지만 디자이너 혼자서 트리니티라는 아이템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트리니티는 이러한 스타일이 전혀 선호되지 않은 배경에서 만들어졌으니까요. 당시 사회에는 주얼리에 있어서 착용 방식, 착용해야 하는 주얼리 종류 등 모든 것이 규정화되어 있었습니다. 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른 것을 착용하고, 특히 여성들의 경우 하루 중 일정 시간에만 착용이 가능했으며, 나이 그리고 삶의 특정한 순간에 따라 주얼리를 착용할 수 있는 규칙들이 정해져 있었죠. 기혼인지, 기혼에 자녀가 있는지, 혹은 미망인 등이 예가 될 수 있겠네요.
한편 까르띠에는 새로운 형태의 아름다움을 먼저 탐구하고자 하는 의지, 철학을 가지고 있었을 뿐 아니라 사람들과 고객들의 삶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화할지에 대한 호기심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철학 덕분에 다음과 같은 메종의 크리에이션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트리니티는 저에게 다음 두 가지 측면을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첫 번째는 새로운 형태의 아름다움입니다. 형태의 본질을 활용하고, 상징적인 투영을 담아낸 주얼리의 마법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개념에 따르면 트리니티가 가장 이에 가장 잘 맞는 주얼리인 것 같습니다. 제가 언급한 것처럼 상징적 투영에 대해, 그리고 이것이 고객들의 삶 속에서 효과적으로 어떻게 현대적으로 어울릴지 이해하는 데 말이죠. 기존의 고객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에게 말입니다. 접근 가능성에서 보면 트리니티는 중요한 날에만 착용하는 티아라나 거대한 네크리스를 찾는 고객 외에도 더 많은 사람들이 착용할 수 있는 골드 링입니다. 따라서 이 아이템이 탄생하는 데는 명확한 배경이 있기보다는 까르띠에가 주얼리 세계에 대한 특별하고 현대적 시각을 가진 덕에 당시의 트리니티를 창조할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트리니티 링이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이렇게 긴 세월 동안 트리니티 컬렉션이 사랑받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원래 지니고 있던 특징으로부터 트리니티는 이제까지 성공적이었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것이 유지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순하고 본질적인 디자인을 지니고 있으며, 남성과 여성 모두 착용할 수 있다는 보편성 덕분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젊은 사람부터 나이 든 사람에 이르기까지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착용할 수 있죠. 특정한 나이나 젊음의 요소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트리니티를 착용하는 데는 아무런 제약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성별, 나이, 하루 중 어떤 순간에든 상관없이 착용할 수 있습니다. 즉, 트리니티는 모두에게 열려 있고 쉽게 착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의 열쇠를 지니고 있는 거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트리니티만의 신비로움 그리고 마법 같은 측면이 디자인 그 자체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주얼리 영역에서 그 특별한 디자인 덕분에 삶에서 중요한 모든 것을 상징적으로 포착하는 능력을 보여주며, 다른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인생에서의 중요한 순간 등 트리니티의 특별한 디자인으로 인해 그 순간이 영원히 계속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트리니티가 하나의 문화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다양한 문화 속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리니티 링은 특히 유명 셀러브리티들에게 사랑받았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이 있나요? 언급할 수 있는 몇몇 인물도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게 가장 중요한 한 명은 바로 장 콕토입니다. 그는 남성이지만 주얼리의 아이콘이 되었는데, 남성이 링의 상징이 되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또한 그는 재능이 많은 예술가, 특히 훌륭한 시인이었습니다. 저는 시와의 연결고리가 이 링의 핵심이며, 그가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는 사실이 이 링의 신비로운 면을 더욱 강조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다른 이에 대한 애정이나 중요한 사건, 가치나 원칙 등 착용자의 삶에서 중요한 모든 것의 상징이 될 수 있는 능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링들이 서로 연결된다는 아이디어뿐 아니라 세 가지 컬러의 골드를 활용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여러 투영에 열려 있습니다. 장 콕토는 저에게 트리니티와 연결된 가장 중요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아마 모든 이가 트리니티 오브제에 대해 생각할 때 마음속에 떠올리는 인물일 것입니다.
까르띠에의 다양한 주얼리 컬렉션 중에서 트리니티는 무엇을 대표하나요? 다시 말하지만 아마도 가장 신비롭고 마법적인 피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LOVE 브레이슬릿이나 저스트 앵 끌루 브레이슬릿, 그리고 색다른 스타일로 선보인 클래쉬 드 까르띠에의 골드 주얼리 중 트리니티는 매우 강렬한 디자인을 드러냅니다. 이와 같이 까르띠에를 상징하는 중요한 디자인 중에서도 저는 트리니티가 여전히 가장 강력한 능력과 상징적 의미를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트리니티는 하나의 링에 세 가지 골드를 환상적으로 결합합니다. 원래의 화이트 골드, 핑크 골드, 옐로 골드 세팅 외에 다른 재료와 사이즈로 다양한 조합을 선보였습니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트리니티 베리에이션은 무엇인가요? 트리니티가 디자인 측면에서 루이 까르띠에의 비전에 부합한다는 점을 가장 먼저 강조하고 싶습니다. 루이 까르띠에는 강력한 디자인이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전하는 동시에 변함없이 그대로일 수 있는 능력이라고 여겼습니다. 이미 1920년대 중반과 1930년대에 트리니티는 다양한 장식, 금 소재를 다루는 방식 등을 통해 변화를 꾀했습니다. 인그레이빙한 새로운 디자인, 다른 컬러, 심지어 링 하나에 팬더 패턴을 사용한 버전도 있죠. 매우 많은 디자인이 존재합니다. 저는 스톤을 세팅한 버전도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 각각의 링에 다른 컬러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버전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스톤의 파셋이 반짝임과 광채를 발산하며 시선을 사로잡아, 이 역시 색다른 해석을 제공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리니티의 정신과도 부합하고요. 제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당연히 100주년을 기념하여 나온 트리니티입니다. 저는 이번 신제품 중 트리니티 쿠션 셰이프를 너무나도 사랑합니다. 새로운 발상의 디자인이지만 오리지널과 같은 맥락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까르띠에는 탱크, 산토스, 팬더 등 사각 형태와 특별한 관계가 있죠. 기존의 둥근 형태에 살짝 스퀘어 느낌을 더한 것인 만큼 쿠션 형태 역시 우리의 어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까르띠에가 기존 컬렉션의 새로운 버전을 출시할 때 가장 강조하는 측면은 무엇인가요? 두 가지 목표를 결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본래 오리지널 아이디어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트리니티의 경우, 새로운 옵션에서 물리적 측면을 고수하려고 하는 것이죠. 굴러가는(Rolling) 측면, 마법적인 측면, 신비로운 측면을 반영해 손가락 위에서 부드럽게 굴러가며, 각각의 링을 평평한 표면에 올려놓았을 때도 모두 함께 완벽하게 어우러지도록 합니다. 물론 세 가지 골드라는 아이디어 역시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즉 기본적인 요소, 링의 정체성, 심도 깊은 본질이 존재해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다른 무언가를 제안할 때는 그 자체로 흥미로워야 하며 미적으로나 각기 다른 링의 골드 컬러 데코에 있어서도 뭔가가 달라져야 합니다. 또한 가능하다면 형태적으로도 달라져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이 새로운 피스에 해당합니다. 즉 새로운 버전에서는 정체성과 놀라움이 함께 결합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트리니티의 미래를 어떻게 보시나요? 독특한 정체성과 제가 묘사한 모든 것, 그리고 상징적 의미, 새로운 베리에이션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 오리지널 디자인이 품고 있는 강렬함, 이 모든 것들 덕분에 트리니티의 미래는 어제처럼, 오늘처럼, 내일도 여전히 밝다고 믿습니다.

Credit

  • 프리랜스 에디터/ 김민정
  • 사진/ Jean-François ROBERT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