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H&M이 선택한 첫 한국 게스트 디자이너는?

1년에 한 번 공개되는 H&M 게스트 디자이너와의 협업 컬렉션. 2024년의 주인공은 바로 ‘로크(rokh)’의 황록이다.

프로필 by 박애나 2024.03.20
1월 말, 한남동 갤러리에서 비밀스럽게 ‘로크(rokh)’의 디자이너 황록을 만났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진열된 더블 레이어 트렌치코트, 코르셋 스타일의 드레스 등을 설명하기도 하며 설렘과 자신감을 동시에 내비쳤다. ‘황록’만의 실험적이고 아방가르드한 감성을 아낌없이 담은 이번 협업의 긴 여정이 비로소 드러난 순간에 <바자>가 함께했다.

하퍼스 바자 한국 디자이너로는 처음으로 H&M 협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제안은 언제 받았으며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황록 2022년에 처음 제안을 받았고 굉장히 설레었다. 의상 제작 기간은 1년 반 정도 걸렸다. 런던 사무실에서 스웨덴까지 3번 정도 왕래를 했으며 주로 줌 미팅을 통해 H&M과 소통했다. H&M이 로크만의 디자인과 의견 등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줘서 자유롭게 디자인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하퍼스 바자 어떤 점을 가장 염두에 두고 진행했나?
황록 커팅이다. 옷을 입었을 때 떨어지는 모양에 신경을 많이 썼다. 클래식해 보이지만, 형태를 다르게 하고 재미있게 보이고 싶어서 재단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리고 타임리스에 대해 고민했다.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었다. 보통 협업을 한 제품들은 그 시즌에만 한정적으로 입게 되는데, 계속해서 꺼내 입을 수 있는 룩 위주로 구성했다. 내가 디자인한 옷을 누군가가 입고 있는 걸 보는 게 가장 행복하니까.
하퍼스 바자 2018년 <바자>와의 인터뷰에서 “피팅 중에 디자인을 다시 한다”고 했다. 손으로 촉감을 느끼고, 눈으로 보면서 다시 디자인한다고. 이번에도 그런 과정을 거쳤나?
황록 그렇다. 스웨덴에 가서 직접 입어보고 커팅하고, 수정하고, 리디자인하고…. 완성도를 위해 의상의 곡선, 어깨의 위치, 단추, 베이지 컬러 등 여러 부분을 수도 없이 논의했고 수정했다.

하퍼스 바자 가장 많이 수정했던 옷은?
황록 전부 많이 했는데.(웃음) 아마 남성 트렌치코트 아닐까? 유동적이면서도 심도 있는 오피스 코어 룩을 보여주고 싶어서 어깨의 위치를 기존과 달리 앞으로 살짝 쏠리게 했다. 그 이유는 입었을 때 자연스럽게 몸에 맞춰 흐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소재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소재로 개발했으며 방수 기능을 넣었다.
하퍼스 바자 슈즈, 귀고리, 벨트, 백 등 액세서리도 다양하고 창의적이다.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황록 슈즈와 브리프케이스다. 자체 레더로 만든 슈즈는 로크의 로고를 스탬프처럼 찍어 프린트했다. 굽은 나사 모양으로 디자인해 재미를 더했다. 로크의 라벨이 자유분방하게 노출되어 있는 브리프케이스 역시 웰메이드로 내부의 인테리어에도 신경 썼다.
하퍼스 바자 몇 년 전 파리에서 만났을 때 쇼가 끝나도 특별한 약속 없이 사무실에 간다고 했는데 오는 4월 18일, 이번 컬렉션이 소비자에게 보여질 때는 무엇을 할 계획인가?
황록 음. 마찬가지로 사무실에 가지 않을까? 쉬어도 사무실에 있는 게 가장 편하다.(웃음)


H&M 여성복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 앤소피 요한슨(Ann-Sofie Johansson)이 이번 협업을 이야기하다.
하퍼스 바자 황록 디자이너의 어떤 점에 끌려 협업을 진행하게 되었나?
앤소피 요한슨 그의 옷은 매우 현대적이고 강력한 시그너처 스타일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몇 년 전부터 눈여겨봤다. 요즘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강한 정체성’을 즉시 인지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안다. 그걸 해내고 있는 게 로크이다.
하퍼스 바자 컬렉션 룩을 보았을 때 처음으로 외친 한 마디는?
앤소피 요한슨 “Strong!” 굉장히 강렬했고 ‘황록답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름답기도 했고. 전체 컬렉션이 매우 응집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독톡한 테일러링의 실루엣이 그 자체로도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퍼스 바자 이번 협업으로 당신이 기대하는 바는?
앤소피 요한슨 협업의 전체 아이디어는 다양한 고객층을 대상으로 디자인을 선보이고 가치 있는 제품을 차별화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컬렉션의 가격대도 다양하게 구성했다. 지갑 사정에 따라 티셔츠나 가죽 코트 등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하퍼스 바자 그와 작업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무엇인가?
앤소피 요한슨 베이지 색상을 골랐던 것. 베이지 컬러의 수천 가지 얼굴을 보았다! 황록이 컬러를 고르는 기준이 매우 엄격하고 까다롭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매번 컬렉션마다 다른 베이지 컬러를 쓰는 그답게 이번 역시 로크만의 새로운 베이지 컬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퍼스 바자 브랜드 최초로 한국 디자이너와 협업한 만큼 한국을 겨냥한 특별한 마케팅 플랜이 있을 것 같다.
앤소피 요한슨 그렇다. 한국과 일본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의상이 있다. 레더 팬츠와 레더 재킷 등이 그것인데, 곧 관련 이벤트도 공개할 예정이다. 기대해도 좋다.
하퍼스 바자 이번 컬렉션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앤소피 요한슨 스토롱 앤 뷰티풀! 강렬한 아름다움.

Credit

  • 사진/ ⓒ H&M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