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샤넬 하우스의 시작, 버지니 비아르가 재현한 도빌

가브리엘 샤넬의 운명을 바꾼 전설적인 장소, 도빌을 기린 샤넬 2024/25 가을-겨울 레디-투-웨어 컬렉션.

프로필 by 김서영 2024.03.08
파리 패션위크의 마지막 날, 샤넬 2024/25 가을-겨울 레디-투-웨어 컬렉션이 기나긴 여정의 끝을 알렸다. 런웨이 쇼는 중앙에 설치된 거대한 스크린에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 주연의 흑백 영화를 상영하며 시작했다. 이네즈와 비누드가 제작한 이 영상은 감독 끌로드 를르슈의 영화 <남과 여>를 오마주한 것으로 샤넬 하우스의 시작점이 된 도빌에서의 러브 스토리를 담았다.
“도빌은 샤넬 하우스의 모든 것이 시작된 곳이다. 1912년 가브리엘 샤넬이 이곳에 모자 매장을 열었고, 뒤이어 첫 의상을 선보였는데 선구적이고 혁신적인 스타일이었다. 가브리엘 샤넬의 모든 것이 시작된 곳이라 할 수 있다. 내게도 매우 중요한 이야기다.”
영상이 끝나자 박수 갈채가 터졌고, 쇼장에선 90년대 무드가 물씬 나는 에어(Air)의 섹시 보이(Sexy Boy)가 울려 퍼졌다. 흑백 영화로 채워졌던 스크린에선 어느새 도빌의 하늘과 바다가 펼쳐졌고, 베일에 싸인 모델들이 해변을 따라 걸으며 1920년대와 70년대가 교차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모델 리앤 반 롬페이(Rianne Van Rompae)가 경쾌한 캣워크를 시작했다. 롱 벨티드 코트와 파스텔 핑크의 와이드 브림 해트를 매치한 오프닝 룩은 이번 컬렉션을 관통하는 여성스럽고 로맨틱한 실루엣을 예상케 했다.

“이번 컬렉션을 위해 도빌 산책로를 재현했다.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길고 로맨틱한 실루엣들이 거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거대한 스크린을 설치했다.”

물론 전형적인 여성미만을 표방한 것은 아니다. 도빌에서 첫 의상을 선보인 가브리엘 샤넬이 그러했듯, 버지니 비아르의 샤넬 2024/25 가을-겨울 레디-투-웨어 컬렉션 역시 앤드로지너스한 성격이 강했다. 빅 숄더의 피코트와 드레스 가운 스타일의 롱 벨트 코트, 큐롯 팬츠, 트위드 수트 등 가브리엘 샤넬 의상에선 여성미를, 바닷가에서 즐기는 겨울 휴양의 차분함에서 남성미를 가져왔다. 또한, 도빌의 풍경을 담은 청키한 세일러 스웨터와 실크 블라우스, 헤링본 프린트, 점프수트, 네글리제가 번갈아 등장하며 해변가의 부드럽게 부서지는 파도와 살랑이는 바람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다양한 소재와 컬러, 볼륨감이 어우러진 매우 따뜻한 컬렉션으로 가브리엘 샤넬의 운명이 영원히 바뀐 전설적인 장소 도빌을 기리고자 했다.”
액세서리 또한 놓칠 수 없는 부분! 샤넬의 아이코닉한 백 컬렉션은 물론, 우아한 실루엣을 극대화한 와이드 브림 해트부터 컬러풀한 실크 스카프, 특히 쉽스킨 소재의 니하이, 싸이하이 부츠는 영화 <남과 여>에 등장한 아누크 에메의 룩을 연상시켰다. (실제로 아누크 에메는 가브리엘 샤넬의 친우였다.) 여기에 더해진 브라운 및 골드 라메 컬러, 이와 함께 등장한 핑크와 모브, 오렌지, 페일 블루과 같은 생기 넘치는 파스텔 컬러는 변화무쌍한 도빌 하늘을 닮은 모습이었다. 그야말로 샤넬 2024/25 가을-겨울 레디-투-웨어 쇼는 처음부터 끝까지 도빌의 모든 것에 대한 헌정을 담은 의미 있는 컬렉션이었다.

한편, 이번 쇼에는 오프닝 영상에 출연한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를 비롯해 하우스 앰버서더 제니, 지난 오트쿠튀르 티저 필름 ‘BUTTON’의 주인공을 맡았던 마가렛 퀄리 등이 참석해 프론트 로를 밝혔다.

Credit

  • 사진 샤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