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훈

회화

이기훈은 현대 사회의 단면을 신화적 상상력으로 재해석하며 자신만의 독보적인 회화 세계를 일궈내고 있다. 그의 고향인 강원도 동해의 풍경은, 거대한 시멘트 공장이 내뿜는 회색 연기와 국립공원의 압도적인 녹음이 공존했는데 이는 그에게 연민과 경외가 뒤섞인 ‘양가적 시선’을 심어주었다. 작가는 오일파스텔을 활용해 면과 선을 촘촘히 쌓아 올리며 화면의 디테일을 집요하게 완성해 나간다. 손끝의 압력과 온기로 빚어낸 밀도 높은 질감은 디지털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진짜’의 가치를 증명한다. 어린이가 먼저 선택하고 어른들이 깊게 공감하며, 전세계 컬렉터들이 소장하고 싶어 하는 그의 작품들은 세대를 넘나들며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무너진 세계를 그리지만, 작가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곳은 파멸이 아닌 생존의 숭고함이다. 동물 가면을 쓴 아이들이 위태로운 풍경 속에서 생명을 보존하고 서로를 지켜내는 모습은 작가가 일생을 바쳐 응시해온 ‘아름답고도 기이한 세계’를 생생하게 비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