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추위에 맞서는 법, 그 해답은 블랭킷!
대체 어떤 담요로 꽁꽁 싸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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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일치일까? 돌아온 레니의 머플러를 닮은 블랭킷이 이번 시즌 런웨이 곳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스카프, 숄, 머플러를 선택하라는 것처럼 불필요한 말이 어디 있나?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옷장 한편 고이 접어둔 목도리를 재정비하는 것으로 월동 준비를 시작할 터. 어떻게 묶고, 얼마나 늘어뜨리고, 어떤 컬러와 소재를 선택해야 멋진지도 이미 넘쳐나는 사진과 기사를 통해 학습했을 것이다. 다시금 목도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건 이번 시즌엔 조금 다른 선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옷장이 아닌 이불장이 더 어울릴 법한 담요, 즉 블랭킷이 스타일에 마침표를 찍어줄 파워풀한 액세서리로 진화했기에. 특히 온몸을 휘감을 정도의 커다란 사이즈가 주목을 받았다. 이번 시즌 블랭킷 드레싱의 대표주자는 생 로랑. 청키한 재킷과 날렵한 팬츠 위로 체크, 레더, 시스루 등 다양한 소재의 블랭킷을 두른 생 로랑 여인은 1980년대의 강인하고 우아한 카리스마를 그려냈다. 이 룩의 포인트는 매듭으로 활용된 볼드한 골드 커프. 덕분에 자꾸만 어깨에서 흘러내리는 블랭킷을 다시 걷어 올릴 필요가 없어졌다! 한편 다니엘 리는 버버리 데뷔쇼에서 진짜 블랭킷을 런웨이에 올렸다. 하우스의 새로운 컬러인 블루와 다시 돌아온 버버리 프로섬의 기마상 디자인이 더해진 블랭킷인데, 수트 위에 무심한 듯 툭 걸쳐졌을 뿐만 아니라 쇼장 의자를 덮는 ‘진짜’ 담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가슴 부분을 한껏 움켜쥐어 목부터 발목까지 꽁꽁 싸매는 원천봉쇄 스타일로 새로운 블랭킷 애티튜드를 선보인 코페르니와 로에베, 아크리스, 아우터와 같은 소재와 컬러를 어깨에 둘러 조용한 럭셔리의 정수를 보여준 더 로, 태슬 장식과 체크 패턴의 블랭킷으로 꽁꽁 싸매 보헤미안 무드를 완성한 에트로, 프린지 디테일의 블랭킷을 한 번 감아 넘겨 웨스턴 무드를 자아낸 마이클 코어스도 빼놓을 수 없다. 치렁치렁 흘러내리는 블랭킷이 신경 쓰인다면 록산다나 루이 비통처럼 브로치로 고정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다 갑갑해지면 가브리엘라 허스트처럼 한쪽 팔에 두르고 걸어보자. 2017 F/W 셀린 컬렉션에서 피비 파일로가 제안한 느슨하고 우아한 블랭킷 애티튜드를 떠올려보아도 좋을 것이다.
블랭킷의 등장에 대해 누군가는 위기의 결과물이라 말한다. “사람들은 심리적 편안함을 찾기 위해 옷을 입습니다. 목과 어깨는 촉감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보호하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죠. 불확실의 시대. 담요는 누에고치처럼 우리를 감싸주어 안정감을 줍니다.” <패션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Fashion)>의 저자 캐롤린 마이어(Carolyn Mair)의 말이다. 니트웨어 브랜드 에세이(Aessai)의 설립자인 레베카 크라머(Rebecca Kramer)의 말도 힘을 보탠다. “담요는 마치 포옹을 하듯 편안함과 따뜻함을 상징합니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담요에 싸여 있잖아요.” 끝이 보이지 않는 금융 위기, 코앞으로 다가온 기후변화의 마지노선, 전쟁의 공포까지. 온갖 세상의 풍파에서 몸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보호 룩’이라는 것.
반가운 사실은 블랭킷 드레싱이 옷장 속에 묵혀둔 의상이나 ‘죽은’ 코트를 되살려줄, 혹은 한 벌의 코트에 다양한 캐릭터를 부여할 수 있는 스마트한 해결책이라는 거다. 먼저 꽤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하는 아우터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니 얇아진 우리의 지갑도 지킬 수 있다! 여기에 별다른 기교 없이 존재감 넘치는 블랭킷을 덮고, 싸고, 두르면 되니 그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줄 조연만 있으면 된다. 심지어 새롭게 쇼핑 카트를 채우지 않더라도 충분히 트렌드에 편승할 수 있다. 집 소파에 고이 접어 둔 블랭킷, 혹은 커다란 머플러를 소장하고 있다면 말이다.며칠 전, 아크네 스튜디오의 회색 머플러를 꽁꽁 두른 채 사무실에 앉아있는 날 보며 “코페르니 룩 같다”는 앞자리 에디터의 말에 새 옷이 생긴 듯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의식있는 소비가 모두의 소망이 되어버린 시대. “이번 시즌 무엇이 가장 강력한 임팩트를 줄 것인가?”란 고민의 해답은 단연 블랭킷이다. 난데없이 포근했던 12월의 봄이 끝나면 소파 위에 놓인 테클라의 핑크 블랭킷을 두르고 나가볼 생각이다.
Credit
- 에디터/ 윤혜영
- 사진/ Imaxtree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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