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발칙한 아티스트 그룹, 미스치프의 CEO와 나눈 이야기

미스치프의 CEO 가브리엘 웨일리는 그들의 창작에 숨겨진 비밀은 없다고 귀띔한다.

프로필 by BAZAAR 2023.12.09
 
미스치프(MSCHF)는 데미안 허스트의 유명한 스팟 페인팅을 구입한 후 작품 속 점들을 하나씩 잘라 판매해 7배 이상의 수익을 올리거나 나이키 운동화의 에어솔에 사람의 피 한 방울을 넣어 만든 사탄 신발 666켤레를 선보이는 파격적인 행보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30명의 아티스트가 한마음 한뜻으로 동고동락하는 미스치프는 창작에 대한 집착과 열정이라는 공통 언어를 가지고 활동 중이다. 대림미술관에서 글로벌 첫 미술관 전시를 준비한 미스치프의 CEO 가브리엘 웨일리와 만났다.
 
자동차 1대에 5천 개의 열쇠를 판매한 ‘Key 4 All’ 프로젝트. © MSCHF

자동차 1대에 5천 개의 열쇠를 판매한 ‘Key 4 All’ 프로젝트. © MSCHF

미스치프의 작품은 기발한 발상도 인상적이지만 밀당하듯 관람객의 생각이나 심리를 잘 이용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비법이나 비밀공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스치프의 아티스트들은 위험한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키 포 올(Key 4 All)’ 프로젝트에서 자동차 1대에 5천 개의 열쇠를 개당 19달러에 판매한 적이 있습니다. 차를 발견하면 열쇠를 만들어 가진 사람은 누구나 차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거죠. 아무도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혹은 바로 첫날에 차를 발견한 사람이 부숴버리면 어떡하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실제로는 이 차가 아주 즐거운 여정으로 뉴욕에서 캘리포니아를 거쳐 애리조나까지 9개월 동안 이곳저곳을 다녔습니다. 리스크를 인식하면서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보상이 충만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누군가가 차를 파괴했다고 해도 그것에 대해 개의치 않으려고 합니다. 결국 이 프로젝트의 성공은 함께 참여하는 사람들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미스치프는 작업을 통해 어떤 문화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시스템에 직접 참여하기를 원합니다. 성명서를 만들거나 논평을 하기 위해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회사나 셀러브리티를 우리 작업의 도구로 사용해 최대한 통찰력이 있는 메시지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미스치프의 작품을 보면 직접 구매자 혹은 소비자로 참여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납니다. 
제품을 디자인할 때 상업적인 성공을 염두에 두고 하진 않습니다. 우리가 정말 이 아이디어를 사랑한다면 시작을 해보자는 식입니다. 실패하거나 손실을 보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하죠. 사실 괜찮은 것은 아니지만 어떡하든 생존해나갈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뭔가를 만들어서 세상에 내놓으면 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죠. 이들이 사고 싶은 부분은 우리가 갖고 있는 자신감인 것 같아요. 우리들의 미래지향적인 여정에 함께 참여하고 싶은 마음, 그런 바람 때문에 작품을 구매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미스치프의 작업방식이 궁금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아이디어 회의를 하거나 의견을 교환하나요? 
우리가 볼 때 아이디어는 아트와 사이언스, 이 두 가지로 형성됩니다. 아트적인 측면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사고방식이나 정신세계와 관련이 있죠. 다행스럽게도 미스치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고 세계관이 비슷합니다. 사이언스의 경우에는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아이디어가 나오면 항상 문서화해 라이브러리에 구축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설립한 지 5년이 되어서 축적된 것이 많습니다. 그러면서 계속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려고 노력합니다. 세상의 기회나 허점을 바라보고 세상의 시각을 뒤집어봐서 우리만의 시각을 제대로 표출하는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CEO로서 내 역할은 우리 팀원들이 여러 가지 것들을 계속 배우고 가정을 세우는 데 있어 가정이 틀렸다면 바꿀 수 있는 창조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겐 두려움이 없다’는 것을 심어주려고 계속 노력합니다. 크리에이티브를 직업으로 삼는 것은 불안정하고 무서운 일입니다. 실수하면 큰 위험에 봉착할 수 있죠. 설령 크레이지 아이디어라고 할지라도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훗날 굉장히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걸 믿고 함께 가도록 하는 것이 내 역할입니다. 
미스치프의 전복적인 작업은 궁극적으로 아티스트의 힘을 강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지금의 시대상을 보면 아이디어 자체가 힘 있는 것이 되었습니다. 세력가나 힘을 지닌 사람들을 향해 견제와 균형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전시 타이틀인 «Nothing is Sacred»에서 알 수 있듯 신성한 것은 없습니다. 어떤 것이든 아이디어를 커뮤니케이션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건드릴 수 없는 성역 같은 것은 없죠. 어떤 곳이든 들어갈 수 있고, 건드릴 수 있습니다. 작업하면서 우리 자신에게 상기시키는 것은, 이 과정에서 오는 불편함과 긴장되는 느낌이 좋다는 것입니다. 이런 감정을 계속 가져가려고 하죠. 
예술가들의 작품을 활용한 작업에서 미술계에 대한 깊은 관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순수예술의 세계는 상당히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많은 것을 탐색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회의 영역입니다. 그렇다고 순수예술이 우리가 가고자 하는 지향점이나 목적지는 결코 아닙니다. 우리는 도구나 수단으로 생각합니다. 관객에게 더 깊게 다가가는 수단이 순수예술입니다. 앤디 워홀이나 데미안 허스트의 세계가 원하는 목표는 아닙니다. 이들의 시스템을 우리 것으로 차용해 와서 우리의 아이디어를 세상 속으로 가져가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스치프의 수장 가브리엘 웨일리는 창작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 충고하며 도전 정신을 강조한다.

미스치프의 수장 가브리엘 웨일리는 창작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 충고하며 도전 정신을 강조한다.

30명의 아티스트가 함께하는 작업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나가나요? 
미스치프에 오는 사람들은 창의적인 사람들이죠. 물론 나도 전통적인 CEO와는 다릅니다. 우리는 주로 적극적으로 만드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또한 면면이 겸허한 사람들입니다. 창의적이지만 자신의 자아가 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관심사보다는 미스치프에서 노력을 투영하는 작업을 더 우선순위로 둘 만큼 겸손합니다. 그야말로 신뢰로 똘똘 뭉친 집단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30명이 모여 생산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글로벌 기업에 맞서는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들은 우리가 그만큼 유능하게 잘 꾸려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스치프가 미술관에서의 첫 전시를 통해 스스로 발견한 점이 있을까요? 
우리가 작업을 많이 하고 빨리빨리 하다 보니 계속해서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지금은 잠시 숨고르기를 하면서 우리가 최초에 어디서부터 왔는가, 우리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어떤 작업을 할 것인가 생각함에 있어서도 초심을 다시 굳건히 하는 기회가 되었죠. 
대림미술관 2층의 미스치프를 소개하는 첫 코너에서 미스치프 매거진을 볼 수 있습니다. 매거진을 만드는 에디터의 입장에서 특히 반가웠습니다. 
미스치프에게 전시 회고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매거진입니다. 과거 작업에 대한 온전한 기록이고, 글의 형태로 직접적으로 우리처럼 생각하는 방식을 가르쳐주는 매개가 되는 것 같습니다. 논란을 낳았던 사람과의 인터뷰나 페이크 광고들이 수록되어 있죠. 개인적으로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미스치프 매거진은 읽지 말라고 얘기할 만큼 크레이지한 것들을 담고 싶어요. 매거진의 아웃풋이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예술의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논쟁적인 작품을 만들면서 비판과 유머를 동시에 가져가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어떻게 균형을 맞추나요? 
은유적으로 말하자면 욕조에 물을 트는 것과 비슷합니다. 목욕하기 딱 적당한 온도가 될 때까지 계속 조정을 해나가기 마련이죠. 그런 식으로 우리도 끊임없이 조금씩 정교화해가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균형을 맞춰갑니다. 미스치프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면서도 문제를 잘 헤쳐 나올 수 있도록 밸런스를 찾습니다. 법정 공방이나 소송은 재미있지 않습니다. 너무 지나치게 밀어붙였을 때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죠. 계속해서 어디까지 안전하게 화두를 던질 수 있을지 조정해나갑니다. 
미스치프는 스스로 정의를 내릴 수 없다고 합니다. 반면 공유경제, 분배 정의 등 다양한 문제를 건드립니다. 추구하는 이상이나 개념이 있다면?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는 영역은 애매모호성이라는 주제입니다. 법적으로 회색지대가 굉장히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법 자체가 시대에 맞게 다이내믹해지고 계속 변화·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관심이 있습니다. 가치라는 개념도 그렇죠. 돈뿐만 아니라 투자, 주식, 경매 등이 있습니다. 신발을 예로 들자면, 어떤 이는 풋웨어로 받아들이지만 어떤 이에게 스니커즈는 진열대에 울려놓고 감상할 수 있는 조각품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정치·종교적인 것을 포함해 문제를 낳는 이슈에 늘 다가갑니다. 미스치프의 정치적인 지향점이 무엇인지 누구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관람객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시각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기회나 도구로 제공합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것이 있다면 얘기해주세요. 미스치프의 5년 뒤 모습을 상상하면 어떨까요? 
법적인 회색지대가 관심이 있고, 앞으로 다가오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아주 흥미롭습니다. 과학적인 부분, 특히 최신 기술 중 아직 산업적인 의미나 시사점이 크지 않은 부분에서 도구들을 어떻게 예술화시킬지 고민입니다. 지금 당장은 불가능한 것이지만 근미래에 현실화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많이 조명해보고 싶습니다. 앞으로 5년 후에는 더 위험해지고 더 카오스적으로 나갈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아직 다루지 못한 포맷이 많습니다. 빌딩을 짓거나 가구를 만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앨범도 내본 적이 없죠. TV나 영화도 아직 못했습니다. 
나이키와 법적 분쟁이 일어난 작품도 있습니다. 그런 험난한 소송을 어떻게 견딜 수 있나요? 
일단 기도를 열심히 합니다.(웃음) 우리를 돕는 유능한 변호사가 있는데 프로젝트 진행 시 어디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적절할지 우리 자신을 잘 보호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해주죠. 이런 방식으로 잘 견뎌나가고 있습니다. 
끝으로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을 위한 조언을 해주세요. 
전시장을 쭉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도구로 적용해 뭔가를 예술로 만들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갖고 있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활동적인 창작에 빠지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세상은 넓고 기회는 많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 «Nothing is Sacred»는 내년 3월 31일까지 대림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종혁은 세상을 바꾸는 예술과 만나면 소소한 희망을 품으며 자신만의  리듬을 회복해 나간다. 

Credit

  • 글/ 전종혁
  • 사진/ 하태민, ⓒ 대림미술관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