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앤아더스토리즈의 아틀리에는 어떤 모습일까?
글로벌 런칭 10주년을 맞은 앤아더스토리즈가 <바자>를 스톡홀름 아틀리에로 초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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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아더스토리즈 스톡홀름 아틀리에 전경.
여백이 많은 도시. 누군가 스톡홀름이라는 도시에 대해 물을 때, 나는 늘 이렇게 답했다. 서울의 1/3 크기지만 인구는 100만 명이 채 되지 않는 곳. 수년 전 여행자 신분으로 나는 작은 군도로 이루어진 이 도시 어디에서든 한갓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고, 쉼 없이 공상을 하곤 했다. 지난 10월, 다시 스웨덴을 찾았을 때 앤아더스토리즈의 브랜드 매니징 디렉터 리나 쇠데르크비스트(Lina Söderqvist)는 어렴풋한 단상과 일치하는 말을 꺼냈다.
여성이 각자의 이야기에 대해 끊임없이 스토리텔링하고,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입니다. ‘&’와 ‘Other’, ‘Stories’라는 단어가 뜻하는 이름처럼 말이죠.

브랜드 매니징 디렉터 리나 쇠데르크비스트(Lina Söderqvist).

디자이너들의 영감이 담긴 무드보드로 채워진 벽면.

브랜드의 모든 이미지를 총괄하는 헤드 오브 브랜드 아이덴티티 & 크리에이션, 요한 스벤손(Johan Svensson). 프랑스 <바자>와 영국 <보그> 등 글로벌 매거진의 아트 디렉터로 30년 동안 패션 업계에서 일해 온 그는 지난해 고향인 스톡홀름으로 돌아와 앤아더스토리즈의 브랜드 스토리텔링 업무를 맡고 있다.
10년 전,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에 선보인 최초의 스토어를 시작으로(오픈일은 3월 8일 여성의 날이었다) 스톡홀름과 코펜하겐, 파리와 베를린 등 유럽에 연이어 앤아더스토리즈 스토어가 생겨나던 그 무렵, 앤아더스토리즈 매장은 여행을 떠나면 한 번쯤 들르고 싶은 장소로 꼽히곤 했다. 다채로운 소재와 패턴의 의상, 사랑스러운 색감의 코스메틱과 액세서리까지. 그건 어쩐지 빠른 트렌드에 따라 숨 가쁘게 바뀌는 스파 브랜드에서 볼 수 있는 모습과는 다른 결이었다. 더없이 간결하고 차가운 인상의 여느 스웨디시 브랜드와도 구분되는. 다정하고 따뜻한 놀이터 같은 느낌. 이제 앤아더스토리즈는 북미, 아시아, 중동에 걸쳐 약 70여개의 매장을 보유한 글로벌 브랜드가 되었지만, 아늑한 아틀리에는 비슷한 인상을 남겼다. 과거 로컬 크래프트 맥주를 빚던 작업실을 개조해 만든 공간에는 기다란 통로처럼 이어지는 길목 곳곳에 디자이너들의 영감이 되는 무드보드가 붙여져 있고, 한편에 의상 샘플과 원단 스와치 룸이, 반대편엔 스토어 인테리어 부자재실과 촬영 스튜디오가 자리해 있다. 브랜드를 이루는 모든 요소가 오밀조밀 모여, 각각의 부서마다 즉각적이고 세심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틀리에 안에서 디자이너들은 원하는 소재를 고르고, 3D프린트가 놓인 제단실에서 의상 샘플을 만들며, 콘셉트를 브랜드 마케팅팀과 즉각 공유한다.

콘셉트 디자이너 프리다 빌레그렌(Frida Billegren)이 내년 출시될 사부아르 컬렉션을 설명하는 모습.

다양한 형태와 색의 꽃에 영감 받은 2024 스프링 컬렉션의 일부.
우리의 디자인 과정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과 분위기에 의해 이루어져요. 지금 여기, 주변의 광경에 포착한 순간에서 컬렉션이 탄생하죠.
두 개의 시즌 컬렉션과 좀더 실험적인 디자인의 ‘사부아르(Savoir) 컬렉션’을 전개하는 콘셉트 디자이너 프리다 빌레그렌(Frida Billegren)은 8개 국가에서 날아온 프레스에 새 컬렉션을 소개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로컬 아티스트이자 자신의 절친한 친구의 회화에서 디자인을 전개한 방식이었다. 마치 인상주의 화가들이 스톡홀름 근교의 자연을 묘사한 풍경이 연보랏빛 실크 소재와 미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10년 동안 해마다 브랜드, 디자이너,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을 완성한 결과물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앤아더스토리즈의 창조성이 발현된다는 걸 알 수 있는 또 다른 증표는, 바로 컬래버레이션이다. 10년간의 창조적 결과물들이 전시된 아카이브 전시실에는 레지나표 민주 킴 같은 한국에 기반한 글로벌 디자이너들부터 아프리카 케이프타운을 기반으로 한 텍스타일 디자이너 신디소 쿠말로(Sindiso Khumalo), 스웨덴의 싱어송 라이터 리케리(Lykke Li)까지 다양한 영역의 아티스트와 디자이너가 완성한 개성적이고 섬세한 피스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매해 'Co-labs'라는 이름의 컬렉션을 전개해온 것. 독창적인 텍스타일과 로맨틱한 디자인. 언뜻 몇 가지 공통점이 눈에 띄지만, 모든 협업의 시작 역시 만남과 각자의 이야기가 쌓여 이루어진 것이다. 가령 리케 리는 무대 위에서 편하게 활동하면서도 멋진 옷을 입고 싶다는 말에 디자인이 탄생했고, 로다르테와는 뉴욕 스토어를 오픈하며 연 파티에서 나눈 대화가 계기였다고.
영화 감독 레너 더넘과 만든 단편 영화 형식의 브랜드 필름, 몇 해 전 지아 코폴라를 포함해 9인의 포토그래퍼들이 만든 여성의 날 기념 사진. 그간 꾸준한 행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언제나 주관적인 관점과 견고한 브랜드의 정체성 사이에서, 명민하게 접점을 찾아내는 것이 앤아더스토리즈만의 전략이다. 지난 10년 동안 계속되었고 앞으로도 변치 않을 유효한 전략. 브랜드 담당자가 미리 귀띔해 준 2024년의 주인공은, 런던을 베이스로 삼는 디자이너 브랜드 수잔 팡(Susan Fang). 상상만으로도 조화로운 두 브랜드가 어떤 환상적인 동화를 들려줄 지! 어떤 장르와 결말이든 간에 무척이나 내밀한 우리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너의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Credit
- 에디터/ 안서경
- 사진/ 브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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