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도 빛을 내뿜는 박보검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Celebrity

어둠 속에서도 빛을 내뿜는 박보검

셀린느의 프렌즈가 된, 2년여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아름다운 남자' 박보검

BAZAAR BY BAZAAR 2022.12.21
 
 
파이톤 프린트 코트, 레더 재킷, 스웨터, 레더 팬츠, 버클 부츠는 모두 Celine Homme by Hedi Slimane
 
얼마 전 셀린느의 프렌즈로 선정되었어요. 셀린느 혹은 에디 슬리먼과 공유한 예술적 비전이 있나요?
에디 슬리먼이 의도한 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난 패션위크를 다녀와서 제가 받은 인상으로는 반짝이지만 너무 화려하지만은 않은, 반짝임이 모든 걸 빼앗는 건 아닌 룩이랄까요. 옷에서 풍기는 시니컬함도 있고요. 그걸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오늘 작업 역시 저에게는 연기자로서 하나의 작품에 참여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셀린느가 추구하는 그림을 잘 표현하고 싶은데 제가 패션 모델처럼 어떤 옷을 걸쳐도 멋있는 건 아니라서요.(웃음) 그래서 옷뿐만 아니라 제스쳐나 눈빛, 표정 같은 미세한 연기적 표현에 신경 썼습니다.
 
크리스털 장식의 블라우스, 지퍼 디테일의 레더 팬츠는 Celine Homme by Hedi Slimane.
 
최근 〈2022 마마 어워즈〉 시상자로 무대에 섰는데 한층 낮아진 보이스 톤으로 화제를 모았어요. 발성의 변화인가요?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하면서도…, 저는 백상예술대상이든 마마든 서는 무대마다 표현을 달리하려고 노력하거든요. 마마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제가 동일하게 표현하고자 한 부분이 있는데,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다 보니 전과 다르다고 느끼셨을 수도 있어요. 
 
레오퍼드 패턴 재킷, 셔츠, 팬츠, 반지, 하트 펜던트 목걸이, 벨트는 모두 Celine Homme by Hedi Slimane.
 
전역 후 한층 성숙해진 외모 덕분일 수도 있겠고요. 요즘 이런 이야기 자주 듣죠?
선이 굵어졌다, 늠름해졌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사실 저는 제 얼굴을 매일매일 보다 보니까 외모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조금씩 성숙해져가고 있다는 건 느껴요. 나이 같은 물리적인 숫자보다는 이전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 나은 삶을 살아가려고 고민한다는 부분에서요.
 
파이톤 프린트 코트, 레더 재킷, 스웨터, 레더 팬츠, 버클 장식 부츠는 모두 Celine Homme by Hedi Slimane.
 
구체적으로 어떤 고민인가요?
원래는 스트레스를 받아도 금방 잊어버리는 타입이었는데 요즘은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나에 대해 돌아보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무언가를 결단하는 데 있어서도 고민이 깊어졌고요. 저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편인데, 이제는 그 최선을 맥스까지 끌어올리고 싶다는 마음에 치열하게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퀼팅 보머 재킷, 스웨터, 버클 부츠는 모두 Celine Homme by Hedi Slimane. 팬츠는 배우 소장품.
 
아까 말한 것처럼, 시상자로 잠시 무대에 설 때도 톤앤매너를 각각 다르게 가져간다는 점에서, 당신이 모든 일에 얼마나 최선을 다하는지 알 것도 같네요.
저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있기 때문에 그 일을 맡겨주신 거잖아요. 그러면 누구보다 잘해내고 싶어요. ‘이건 박보검을 대체할 수 없어’, ‘박보검은 맡기면 그 이상을 해내는 친구야’의 확률을 높이고 싶달까요. 그게 저한테는 즐거움이고요. 완벽한 사람은 아닌데(웃음) 완벽해지고 싶은 마음인 것 같아요.
 
롱 코트, 터틀넥, 데님 팬츠, 레이어드한 레더 팬츠, 크로스 펜던트 목걸이, 부츠는 모두 Celine Homme by Hedi Slimane.
 
2011년 〈블라인드〉로 데뷔했어요. 어느덧 12년 차 배우인데, 당신도 이제는 속도보다는 방향성을, 기술보다는 비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네 가지가 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연기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방향을 잡을 수 있고, 방향을 잡은 뒤 기술을 연마하다 보면 속력이 붙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거니까요. 그런데 사실, 데뷔 초반에도 저는 저만의 비전은 분명히 갖고 있었어요. 
 
레더 보머 재킷, 스웨터, 벨트는 모두 Celine Homme by Hedi Slimane. 팬츠는 배우 소장품.
 
신인 배우 박보검이 품고 있던 비전은 무엇인가요?
‘늘 성실하고 늘 겸손하자’가 저의 비전이었어요. 인기라는 건 결코 영원하지 않으며 그러니 조급할 필요도 없다고도 되뇌었고요. 감사하게도 저는 연기자로 첫 발걸음을 뗀 후 아주 작은 배역부터 차근차근 모든 과정을 경험하면서 걸어온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당시의 제 다짐은 지금도 유효해요. 걸어오는 과정에서 제가 몸소 겪고 배운 진리도 그것이었으니까요.
 
크리스털 장식의 블라우스는 Celine Homme by Hedi Slimane.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당신은 여태껏 인생에서 아무런 실패가 없었을 것 같은 이미지랄까요? 데뷔 때부터 훌륭한 마스크로 주목받았고 이후 좋은 작품을 만나면서 스타로 승승장구해온 인상이죠. 어떻게 보면 본인에게는 조금 억울할 수도 있겠네요.
저도 오디션에서 떨어진 적 많은 걸요.(웃음) 최종까지 갔다가 아직은 신인이라는 이유로 탈락한 적도 있고, 정말 하고 싶었던 작품인데 끝내 못하게 된 적도 있어요. 그런 실패를 겪으면서 ‘아, 아직 나의 때가 아닌가보구나’ ‘기회가 올 때까지 기초를 탄탄하게 다져놓아야겠구나’ 마인드컨트롤 했던 것 같아요. 다른 배우들을 관찰하고 연구하면서 나만의 대체불가한 무언가를 찾기 위해 노력했고요. 
 
프린지 디테일의 시퀸 톱, 파이톤 프린트 팬츠, 팔찌는 모두 Celine Homme by Hedi Slimane.
 
본격적으로 연기에 재미를 느낀 건 언제였나요?
〈원더풀 마마〉 즈음이었던 것 같아요. 제 첫 장편 드라마였거든요. 게다가 함께한 분들이 항상 티비에서만 뵙던 대선배들이었죠. 절대로 NG 내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제 대사뿐만 아니라 다른 선배님들의 대사까지 통째로 다 외웠던 기억이 나요. 배종옥 선배님 대기실에 찾아가서 한 번만 맞춰봐주시면 안 되냐고 부탁드리고 그랬죠. 그리고 처음으로 느꼈어요. 아, 내가 말을 하고 있구나. 주고받는 대화의 힘이 이런 거구나. 연기학원을 다닐 때 “말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는데 그제야 실감한 거죠. 사실 햇수로 12년 차지만 아직까지 제가 얼마나 부족한지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이 말만은 전적으로 동의해요. 연습은 결과에 정비례한다는 것.
배우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는 삶을 상상해본 적 있어요?
그럼요. 군대에서 이용사 자격증을 땄어요. 합격하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라요. 그렇게 군대에서 같이 복무하던 친구들의 머리는 제가 다 깎아줬거든요. 초반에는 좀 서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름 스킬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면서 헤어 디자이너로 일하는 제 모습을 한번 상상해봤어요. 혹시 모르죠. 어느 멀티버스에서 저는 연기 대신 바버숍을 열었을지도요.(웃음)
 
프린지 디테일의 시퀸 톱, 파이톤 프린트 팬츠, 팔찌는 모두 Celine Homme by Hedi Slimane.
 
현대미술에 관심이 크잖아요. 요즘 당신에게 영감 혹은 위안을 주는 작가나 전시가 있나요?
〈바자〉에서 기자님이 쓴 아트 기사들도 봤어요. 얼마 전엔 이기봉 작가의 개인전 «Where You Stand»를 보고 생각이 많아졌어요. 풍경화에 덮인 반투명한 천이 물안개가 낀 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한편으론 그 천 때문에 물안개 너머의 공간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잖아요. 혹시 나도 사람들을 대할 때 나도 모르게 가림막을 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사람들 역시 나를 대할 때 어떤 가림막을 씌워서 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나는 어떤 사람일까? 질문하게 되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에 비치는 버드나무, 푸릇푸릇한 숲속 풍경 같은 본연의 아름다움은 변치 않고 거기 있는 것일 테고요. 전시명처럼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돌아보게 된 거죠. 고민이 많은 이 시기에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내가 나로 서 있는 길,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서요. 
 
주얼 장식의 저지 재킷, 팬츠는 Celine Homme by Hedi Slimane.
 
확실히 배우로서 좋은 자극과 영감이 되겠네요.
전시회를 다니다 보면 새삼 느껴요. 색채든 선이든 무언가를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사람마다 이렇게나 개성이 다르고 깊이가 다르다는 걸요. 그러면서 어쩌면 내가 놓쳤던 순간 순간도 누군가에겐 예술이 될 수 있었겠구나 싶고, 나도 무언가를 남기고 싶다는 욕구가 커지더라고요. 연기자로서 다양한 장르와 역할을 표현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달까요. 빨리 연기하고 싶어져요.(웃음)  
 
프린지 디테일의 데님 재킷, 후드 티셔츠는 Celine Homme by Hedi Slimane.
 
어느덧 30대에 진입했어요. 지금까지 인터뷰했던 30대 남자 배우들을 거칠게 나누자면 두 부류더라고요. 더 빨리 나이 들고 싶다는 쪽과 더 이상 나이 들고 싶지 않다는 쪽요.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아까도 말씀드렸듯, 어쩌면 놓치고 지나갈지도 모를 작은 순간을 하나 하나 다 느끼고 받아들여서 제 것으로 만들고 싶어요. ‘아다지오’라는 음악 용어가 있잖아요. 천천히, 침착하게. 이게 요즘 제 속도인 것 같아요.
몇몇 ‘보검복지부’ 직원들에게 당신의 최고작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는데 하나같이 의외의 답변을 내놓더라고요. 배우 박보검은 아직 최고의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며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요. 팬들의 기대를 등에 업고 앞으로 어떤 연기를 펼쳐가고 싶은가요?
말씀하신 그대로 기대되는 연기, 기대되는 작품을 해나가고 싶고 보여드리고 싶어요. 2022년이 도움닫기의 해였다면 2023년에는 도전하는 한 해였으면 좋겠어요.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이 있잖아요. “박보검이 나오는 작품은 무조건 재미있어. 믿고 보자”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레더 보머 재킷, 스웨터, 벨트, 레이스업 부츠는 모두 Celine Homme by Hedi Slimane. 팬츠는 배우 소장품.
 
사실 기자들 사이에서 배우 박보검은 사전에 인터뷰 준비를 성심껏 해오고 현장에서도 성실하게 응한다는 얘기가 유구하죠. 자기 자신을 진심을 다해 설명하는 일, 결코 간단하지 않은데요. 여전히 진심을 믿나요?
솔직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그전에 솔직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고요. 그러나 상대방의 마음을 배려하는 게 우선이었다 보니 최대한 둥글게 돌려 말하려고 했다면 요즘은 예쁘게 말하면서도 조금 더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싶어요. ‘그런 것 같아요’ ‘맞는 것 같아요’ ‘좋은 것 같아요’ 대신 이제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그렇습니다’ ‘맞습니다’ ‘좋습니다’. 온 마음을 담아서. 
 
코트, 터틀넥, 크로스 펜던트 목걸이는 모두 Celine Homme by Hedi Slimane.

 
※ 화보에 촬영된 제품은 모두 가격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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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진선
    에디터/ 손안나
    사진/ 신선혜
    헤어/ 태민
    메이크업/ 이영
    세트 스타일리스트/ 한송이
    어시스턴트/ 신예림, 정민호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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